국립창극단의 이청준 원작, 김성녀 예술감독, 김명화 극본, 윤호진 연출, 안숙선 작창, 양방언 음악, 계성원 지휘의 <서편제>를 보고
공연명 서편제
원작 이청준
극본 김명화
작창 안숙선
음악 양방언
지휘 계성원
연출 윤호진
공연기간 2013년3월27일~31일
공연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일시 3월31일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이청준 원작, 김성녀 예술감독, 김명화 극본, 윤호진 연출, 안숙선 작창, 양방언 음악, 계성원 지휘의 <서편제>를 관람했다.
이청준(李淸俊 1939~2008)의 <서편제>는 1976년 “뿌리깊은 나무”에 처음 발표되었고, 연작소설집<남도사람>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이다. 한과 소리, 억압과 예술에 대한 주제를 다룬 총 8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집, <남도사람>중에 제일 먼저 창작되었다.
내용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의 가슴 아픈 한에서 피어나는 소리의 예술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는 소리꾼이 자기 딸 또한 소리꾼으로 묶어두기 위해 두 눈을 멀게 한다. 딸이 잠자는 사이 두 눈에 청강수를 넣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눈으로 뻗칠 사람의 영기가 귀와 목청 쪽으로 옮겨가서 목소리가 비상해진다는 것이다. 좋은 소리를 위해서 일부러 두 눈을 멀게 한다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작중화자와 주인공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지는 방법을 통해 진술되어 각 연작소설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과 이어지는 7편의 연작소설에는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 <살아 있는 눈> <눈길> <해변아리랑>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소리의 빛> 은 <서편제>의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서편제> 와 <소리의 빛> 을 묶어서 김명곤의 시나리오로 임권택이 영화화한 것이 <서편제>이며, 백만이 넘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 후 <선학동 나그네> 를 원작으로 하여 임권택 감독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제작되었다.
뮤지컬로는 2011년에 조광화 극본, 윤일상 작곡, 이지나 연출로 공연이 되었고, 창극으로는 1993년에 영화 <서편제> 개봉이후 20년 만인 2013년 3월에 국립창극단(단장 김성녀)에 의해 최초로 창극 <서편제>가 공연된 것이다.
무대는 문경새재 첩첩산중의 산골짜기를 동양화처럼 펼쳐놓았다. 이 산골짜기는 영상이나, 조명효과에 따라 넘실대는 파도로 묘사되기도 하고, 봄꽃이나 단풍의 영상을 투사해,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천정에서부터 흰 천을 드리우고 폭포의 장관을 연출해 내기도 한다. 특히 배경 막에 한 쌍의 학이 서서히 날아가는 영상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대중앙에는 평상이 있고, 장면에 따라 무대 밑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다. 오케스트라 박스에서는 국악관현악단이 연주를 하고, 무대 안쪽에서의 피아노 연주음도 들린다.
창극의 도입에는 영화 서편제의 명장면을 연상시키는 소리꾼과 그의 아들과 딸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산길을 돌아 내려온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제는 웬 고갠가~
구부야아~ 구부구부야아~ 눈물이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약산 동대 진달래 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핀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간다~ 간다~~~~
내 돌아간다
정든 님 따라서 내가 돌아간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부르는 소리와 함께 이들의 어려운 삶과 생활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아비는 소리를 가르치고, 아들은 고수로 장단을 맞추고, 딸은 명창이 되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남매지간이기는 하지만 오라비는 의붓아들이라, 배고픔과 아비의 닦달을 견디다 못해 가끔 대어들기도 하지만, 누이동생의 제지로 화를 가까스로 가라앉힌다. 어느 땐가 비에 젖어 기진한 누이를 오라비가 온몸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려는 것을 아비의 눈에는 불측한 행동으로 비추어져, 오라비는 실컷 두드려 맞고 내쫓기는 운명 같은 이별장면이 펼쳐진다. 그 후 아비는 딸을 붙잡아 두기 위해 청강수를 먹여 장님을 만드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눈이 멀어야, 지고의 득음으로 명창이 될 수 있다는 변명 비슷한 말을 늘어놓으니, 객석은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술렁댄다. 하지만 맹인 테너 조진걸이라든가,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색이 아름답고 기량이 탁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맹인이 된 딸 때문인지, 이 창극에는 <심청가>가 복선으로 깔린다, 극의 중간에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내용이라든가, 대미에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은 극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울려 객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중간에 양념처럼 끼어 넣은 명창선발대회도 관객의 흥미를 진작시키는 장면이다.
노년의 아비가 저세상으로 가고, 홀로 된 딸이 소리로 생활을 영위할 때, 드디어 20년간 헤어졌던 오라비가 찾아와 누이와 마주 앉아 내력을 캐묻고, 누이가 소리를 시작하니 북채로 장단을 맞춘다. 북채장단소리에 누이는 오라비가 왔음을 깨닫는다는 원작의 내용이지만, 이 창극에서는 남매의 소리와 장단이 <심청가>의 마지막 대목인 왕비가 된 심청의 아비 심학규의 눈뜨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안숙선, 이소연, 민은경, 김준수, 임현빈, 왕기석, 박애리, 김금미, 김미진, 왕기철, 그 외 국립창극단원이 출연해 열창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남녀 명창들이 딸 역과 아들 역을 연령별로 나누어 출연하는 것도 볼거리다.
작창 안숙선, 작곡·연주 양방언, 편곡·지휘 계성원, 무대 박동우, 조명 구윤영, 영상 정재진, 한국화 김묵원, 의상 김지연, 조연출 안재승, 장병욱 등 모두의 기량이 드러난, 국립창극단의 이청준 원작, 김성녀 예술감독, 김명화 극본, 윤호진 연출의 <서편제>를 한편의 명화 같은 명작창극으로 탄생시켰다.
3월3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