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영지
불로장생, 불로불사(不老不死)!‘
늙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중국 최초로 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룬 진시황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불로불사에 집착했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생애주기를 바꾸진 못했습니다.그렇다고 포기했을까요? 아닙니다.문명이 진보하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젊고 건강하게 살려는 열망은 더욱 노골화됐습니다.불치병 극복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는
시대,불로불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꿈입니다.
불로불사의 염원은 신선사상에서 유래된 십장생(十長生)에서 잘 드러납니다.
해(日)와 달(月),산(山),내(川),대나무(竹),소나무(松),거북(龜),학(鶴),사슴(鹿),불로초(芝)를
불로장생의 열가지 사물 즉,십장생으로 꼽았는데 지(芝)가 다름 아닌 영지입니다.
영약 중의 영약으로 꼽히는 산삼을 제치고 십장생의 반열에 오른 영지!
이 버섯이 품고 있는 비밀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사실,영지는 1년이면 생을 마감합니다.수백 년을 산다는 거북이와 소나무와 비교하기엔 수명이 너무 짧지요.
그런데도 십장생의 반열에 올라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늙지 않는다! 영지를 설명할 때 어김없이 나오는 문구이지요.본초강목과 동의보감은 물론 현대 의학에서도
영지에 대한 찬사는 차고 넘칩니다.노화 예방과 불면증,신경쇠약 치료,항암,기관지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고려 말 학자 이색(李穡)은 십장생을 시로 읊으며 ‘병중의 소원은 장생(長生) 뿐’이라며
삶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습니다.영원불멸의 사물을 곁에 두고 젊고 오래 살겠다는 의지를 다진 선현들.
어찌 보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 아닐까요.
약초산행에서 영지를 만나면 눈과 마음이 모두 즐겁습니다.드물게 군락을 이루기도 하는 영지는 버섯
자체가 아름다워 먼 곳에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요.어른 손바닥 크기의 대물로 자라기도 하지만
숲에서는 흔치 않습니다.깨끗한 물에 달여 차로 마시거나 술에 담가 조금씩 음용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영지버섯과 비슷한 붉은사슴뿔버섯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버섯.이 버섯을 만나면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달인 물 한 모금만 마셔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이 점만 주의한다면 영지버섯 산행은
몸과 마음을 모두 이롭게 하는,그 자체가 보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