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구결
이종은 번역
제1장
대저 하늘 땅 사람을 삼재라고 하고 유 불 도를 삼교라 하니, 삼재가 이미 서면 삼교는 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유교는 인륜을 주장함으로써 하학(인간의 일이 비근한 것을 배움)이 많고 불교는 명심견성(마음을 밝혀서 인간의 본성을 보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상달(하늘의 이치에 동달함)을 구함이 많다. 하학이 많기 때문에 천근(淺近)에 치우치니, 상달에 미치지 못하고, 상달을 구함이 많은 까닭에 허무 고원을 힘쓰니 하학이 결여된다. 오직 우리 도교는 일찍이 인륜을 끊지 않아서 하학의 공부를 폐하지 않으며 명심견성을 가장 귀히 여기나 또한 완전한 공에는 떨어지지 않으니 요컨대 삼교 중에서 가장 지나치거나 못 미침이 없어서 그 중간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제2장
만약에 태상로군을 상고한다면 실은 우리 비조이시다. 이에 도덕경 5000여 언을 짓고 백양진인이 나오기에 미쳐 노씨의 도통을 이어받아 이에 참동계 8편을 지으니 대체로 우리 도의 종지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 글의 뜻이 심오한 것이 많고 평이한 것이 적으니, 평이한 것은 비록 우둔한 사람이라도 알 수 있으나 심오한 것에 가서는 비록 슬기 있는 사람이라도 또한 미진한 곳이 있다.
제3장
대저 음양의 조화와 만물의 생성은 중정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다. 그래서 유가의 성경현전이 천언만언이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중(中)으로 돌아가게ㅔ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만약 중용과 주역을 읽으면 더욱 믿을 수 있으며 조화와 생성의 묘리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도의 성취인들 어찌 일찍이 이 도에서 벗어나겠는가? 세상의 배우는 자가 어리석게 이를 깨닫지 못하니 가석한 노릇이다.
제4장
무릇 배우는 자는 먼저 그 기질의 청탁을 보아야 하며 더욱 중화를 귀하게 여긴다. 만약 지나치게 맑으면 진취도 빠르나 체념도 빠르며 성공도 쉬우나 실패도 쉽다. 만약 미치지 못하면 가리워짐이 굳고 혼탁하여서 마침내 도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중화의 기를 타고난 이는 백에 하나 되기 어렵다.
제5장
무른 도를 배우는 자는 반드시 먼저 단재(丹財:단약의 재료) 또 반드시 도우(도 닦는 벗)를 얻어야 비로소 손을 댈 수 있다. 만약 단재를 엊지 못하면 기한(굶주림과 추위)이 그 마음을 어지럽히고 도우를 얻지 못하면 사물이 그 정신을 동요하여 숨쉼이 결함이 있어서 단의 기초가 문득 문득 무너질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제6장
무릇 도를 배우는 자는 맨 처음에 반드시 몸을 단련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 방법은 정결하고 고요한 곳을 가려 자리를 정하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관(關)이다. 관에 앉아서 생각을 수련하여서 처음 백 날을 앉아있는 것을 초정관이고 또 백 날을 앉아있는 것을 중정관이고 또 백 날을 앉아있는 것이 삼정관이다. 그 삼관을 앉았을 때 또한 반드시 마음이 나뉘어짐이 있으니 호사난상과 속무와 진연을 일체 씻어버려야 한다. 만일에 삼관에 앉지 못하면 비록 태식(뱃속까지 이르는 깊은 호흡으로 기를 기르는 법. 도가의 불로장생법)의 조그만 도라도 성취되지 못하는 것이다.
제7장
무릇 도를 배우는 자는 먼저 삼관에 앉은 연후에야 비로소 환에 앉게 되나 반드시 심산궁곡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도시 길거리와 큰읍이라도 관계 없으며 날짜는 반드시 매월 초사흘이나 보름날을 택해야 한다. 이 말은 선천 진일의 기운이 비로소 생기는 때이므로 바야흐로 좌공(앉아 수련함)을 시작하며 그 공부는 대략 좌관과 같다.
제8장
무릇 도를 배우는 자는 관에 앉기 전에 먼저 삼충(뱃속에서 병을 일으키는 세 가지 벌레)을 제거하라. 그 방법은, 혹은 경신(庚申)을 지키든가 혹은 매일 저녁에 이름을 부르든가, 또는 마땅히 수사 몇 냥을 연말비수하여 매일 물마시고자 할 때에 꼭 두 세 숟갈을 복용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환에 앉은 뒤에 이로 인하여 동념이 될까 두려워서 하는 것이다.
제9장
무릇 환에 앉은 후에는 반드시 외마(外魔)를 경계하기 위하여 병풍에 천전(天篆)으로 써두고 벽에 고경(거울)도 걸어두고 또한 보검을 세워둔다. 그러면 흉사한 외마가 자연히 물러갈 것이다.
제10장
무릇 환에 앉은 후에는 하룻밤이라도 등불이 없으면 안 되니 반드시 맑은 기름을 많이 구하여 두었다가 밤이 새도록 불을 켜놓아야 한다. 만일 등불이 꺼지면 외부의 마귀가 어둠을 타서 침입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제11장
무릇 환에 앉은 후에 하룻밤이라도 혹시 잠을 자면 안 된다. 혹시 잠이 들면 사람의 혼백이 음을 타고 양을 좇아서 자연히 몽매의 사이를 왕래하며 기식이 왕성하고 커져서 수습하기가 어렵다. 그 잠의 마귀인 수마를 제어하는 법은 또한 스스로 힘쓸 따름이다. 그 처음에는 비록 견디기가 어려운 것 같지만 만일 7-8일 밤은 참고 견뎌 나아가면 자연히 졸음이 없어질 것이다.
제12장
무릇 환에 앉은 후에 반드시 법에 의하여 공을 들이면 금빛이 나타나 전신을 둘러쌀 것이다. 이는 곧 단이 이루어짐을 알리는 것이요 진일(眞一)의 기후(氣候)이다. 이같이 하면 석 달을 지나지 않아서 자연히 화후(火候)가 생길 것이다. 이후부터는 자초(子初)의 양기가 태생할 때로부터 시작하여 사시의 극양이 될 때까지는 숨을 들이쉬기를 미미하게 하다가 점차로 크게 쉬고 오초(午初)의 음기가 생길 때부터 시작하여 신시의 극음이 될 때까지는 숨을 내쉬기를 미미하게 한다. 오직 묘시와 유시에는 내쉬지도 말고 들이쉬지도 말 것이며 술시와 해시에는 기식을 저절로 이루어지게 방임한다. 이는 하루의 주공을 마치는 것이다.
제13장
무릇 환에 앉아서 기를 연마하는 방법은 맨 처음에 일궁(一宮)의 진양을 운행하되 미려(尾閭)로부터 시작하여 척맥을 경유하여 니환궁에 이르는 것이다. 단련하고 또 단련하여 내려오기를 윗 잇몸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는 단전으로 들어간다. 긴하게 닫고 굳게 봉한 연후에 법에 따라 화후를 행한다.
제14장
무릇 일기(一氣)를 얻으려면 한 달 후에는 복숭아 씨만하게 생기고 아홉 달이 되면 복수아만하게 커지고 열 달이 되면 공이 이루어져 속인을 탈피하고 선경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또다시 산이나 물가 바위골짜기를 찾아가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며 처음 입환할 때와 같이 아홉 해를 계속하면 포일(包一)의 공이 완성될 것이다. 만약 아홉 해를 하지 않으면 태가 굳어 완전하기 어려워서 도망하여 잃어버림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제15장
무릇 포일의 도가 성공된 후에 모든 일이 다 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전날의 허물을 헤아려 죄가 많으면 속세를 떠나 선계로 올라갈 수 없다. 그러니 마땅히 선을 쌓아 허물을 깨끗이 씻은 연후에는 마음대로 형체를 머물러서 이 세상에서 살든가 해화(解化)하여 지선이 되든지 천선이 되든지 안 될 것이 없다.
제16장
무릇 단을 얻은 후로는 속히 하려는 생각을 두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을 한 몸의 바로 중앙 공허한 곳으로 돌려서, 마치 태양이 중천에 떠서 티끌이 없는 것과 같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