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8차 경남 함양 영취산 부전 계곡(2023.7.13.)
오늘은 경남 함양의 영취산 부전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오늘은 우리 산악회 야유회 날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서 2호 차까지 동원하였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비가 그렇게 심하게 오지는 않아서 등산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10시가 조금 못 되어서 A팀을 내려주고 나머지는 부전 계곡 입구 우리가 예약해 둔 가게에 왔더니 “청주목요힐링산악회 회원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우리를 환영하더군요. 언제 목요천봉 산악회가 목요힐링 산악회로 이름이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환영하는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저는 설사가 와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먹지 못한 처지라 산행을 접을 수밖에 없어서 매우 서운하고 애석하기까지 했습니다.
영취산과 덕운봉을 타는 코스는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안형준 전 회장님과 유근형 고문님은 2시간도 안 되어서 도착하더군요. 산을 걸어 다니는지 날아다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날이 좋지 않았음에도 다녀오신 모든 분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좋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 산악회가 산악회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계곡팀은 골짜기를 걷는 것으로 산행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이 많아서 작은 폭포도 큰 폭포 못지않게 보기가 좋았습니다. 계곡의 길이가 짧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즐길 만하였습니다.
계곡 끝에 있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폭포는 물의 양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같이 간 일행들이 다 돌아가고 저만 혼자서 그 폭포 옆에 앉아 미끄러지듯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의 모습과 물소리를 만끽하면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물에 대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습니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을 보면 너무나 부드럽고 맑아서 저 물이 도무지 폭력을 행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지금 바위를 깎으며 폭포처럼 흘러가는 이 물은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대관절 물의 본성은 무엇일까요? 고요함과 맑음일까요, 아니면 폭포처럼 폭력적일까요? 물이 보이는 이 변화무쌍함은 물 자체의 본성이라기보다는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은 단지 환경에 반응했을 뿐이 아니겠습니까? 환경이 물을 고요하게 만들 수도 있고 환경이 물을 폭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온화한 사람도 있고 난폭한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그 온화함이나 난폭함이 그 사람의 본성이라고 잘못 보는 것은 아닐까요? 천봉산악회 회원들이 저를 그렇게 나쁜 놈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은데(아닌가요?), 그것은 이 천봉 산악회라는 분위기가 저를 그렇게 만든 것이지 다른 험악한 곳에 가면 저도 저 물처럼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니 한 사람의 몇 가지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단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부전 계곡 입구의 매점에서, 총무님과 많은 분이 수고해서 준비해온 삼겹살과 야채, 묵은김치로 야유회가 푸짐했습니다. 저는 속이 좋지 않은 관계로 그 맛좋은 삼겹살을 즐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묵은김치를 불판에 익혀서 밥과 같이 먹는 것도 참 맛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가는 차 안에서 총무님의 결산보고가 있었는데, 매주 만차에, 기부금 내는 분이 넘쳐나서 티셔츠를 돌리고도 기금이 많이 쌓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우리 산악회는 정말 ‘복 받은’ 산악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청주에 도착하니 4시가 채 되지 않았더군요.
이렇게 오늘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몸도 불편해 만사가 귀찮으실텐데 산악회야유회에 참석해주시고 산행기까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특히 오늘은 많은비가 내린다고 해서 우려를 했는데 ..
역시 목요천봉이였습니다.
만족스러운 산행과 푸짐한 삼겹살 만찬으로 후식으로 흡족한 행복이였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가 넘치는 우리 임원진 모든분들의 손길에 더 감사를 드립니다.
총무님 수고 많으셨어요^^~
총장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무슨 쾌유까지?
약먹고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산행 중에는 무척 허전했습니다.
늘 곁에 계시던 총장님께서 안계셔서요. 우리모두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살아봅시다. 오늘 또하나 배웠습니다. 땀에 젖는거 보다 오늘같은 비에 젖는게 더 좋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