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의 뇌 Jill Bolte Taylor (1959 ~ )
인디애나 의과대학에서 신경해부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1996년, 37세의 나이로 뇌졸중에 걸린다. 뇌 기능이 하나 둘 무너지는 과정을 몸소 관찰한 최초의 놔과학자로 개두 수술과 8년간의 회복기를 거치며 우리 뇌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자각을 얻게 된다. 전 세계 지성인들의 축제인 TED 2008년 컨퍼런스에서 뇌졸중 경험으로 얻은 통찰을 주제로 강연하여 조회수 500만 건에 달하는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여 수천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타임에서 뽑은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이 책은 그가 경험한 뇌졸중과 회복과정을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서술한 사실적인 기록이다.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하버드 대학 뇌조직 자원센터의 대변인이자 미드웨스트 방사선 치료 연구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문
모든 뇌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뇌가 겪은 사연을 담고 있다.
10년 전 나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6년 12월 10일, 나 자신이 뜻하지 않은 수업을 받게 되었다. 왼쪽 뇌에 희귀 유형의 뇌졸중이 발생한 것이다. 머릿속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선천적인 혈관 기형이 있었는데 이날 아침 갑자기 이곳이 터지면서 대출혈이 일어났다. 4시간 동안 나는 호기심 많은 뇌신경해부학자의 시선으로 나의 뇌가 정보 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점심때가 되자 걷거나 말할 수 없었고, 읽고 쓰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내 삶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몸을 작게 움츠린 나는 정신이 죽음에 굴복하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회복해서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년 동안 이 책을 묵묵히 쓸 수 있었던 것은,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가 왜 응급전화를 걸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연락해온 젊은 여성 덕분이었다. 그리고 자기 아내가 죽기 전에 혼수상태에서 고통을 겪었다며 가슴 아파하던 노신사 때문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뇌과학을 전공했고, NAMI(전미 정신질환자 협회)위원이었으며, 노래하는 과학자로서 전국을 여행했다.
Part 1 뇌졸중, 8년의 기록
1장 뇌졸중 이전의 나의 모습
1988년 한창 공부하고 있을 때, 오빠가 공식적으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갖고 계시고, 성공회 목사로 일하다가 은퇴하신 후, 평생을 사회 정의실현에 앞장서셨던 분이다.
1994년에 나는 NAMI 본부의 임원이 되었다. 나로서는 대단한 영광이자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에 앉게 된 셈이었다. ~~~~ 당시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67세였는데 나는 겨우 35세였다.
1995년 봄, 우리의 연구가 ‘바이오테크닉 저널’에 표지 기사로 실렸고, 이듬해 나는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부에서 수여하는 영예로운 마이셀 상을 수상했다. 나는 연구소 일을 사랑했고 NAMI 가족들과 함께 연구 성과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바로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1996년 12월 10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 자신이 뇌질환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뇌졸중이었다. 4시간이라는 ㅉ랍은 시간 동안 나의 뇌가 정보 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다. ~~~ 뇌 속에서 일어난 출혈 때문에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쓰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2장 뇌졸중이 찾아온 아침
1996년 12월 10일 아침 7시, 나는 CD플레이어가 작동을 시작하려고 탁탁거리는 익숙한 소리에 눈을 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후 다시 꿈나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6분 뒤, 다시 탁탁거리는 CD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나는 내가 육지의 포유동물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자 왼쪽 안구 뒤를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 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어 본능적으로 왼손 손바닥을 얼굴 옆에 갖다 댔다.
왼쪽 눈 부근에서 느리고 규칙적인 맥박이 뛰는 게 느껴졌다. 당혹스럽고 짜증이 났다. 눈 뒤의 고통은 점점 심해져서 화끈거릴 정도였다. 가끔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때처럼 싸한 감각이 몰려오기도 했다.
의식은 명료했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저절로 손과 팔이 앞뒤로 흔들리고 몸통과 엇갈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몸이 정상적인 인식 기능을 잃어버린 듯 했다. ~~~~ 내가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그저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듯했다. 기억이 테이프를 되돌리듯 나 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난간을 부여잡은 손가락들이 원시동물의 발톱처럼 보였다.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 의식이 현실과 비밀스러운 공간 사이의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깨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몽롱한 의식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얼떨떨했고 욱신거리는 머릿속의 고통은 갈수록 심해져갔다.
왜 이러지? 예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나?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었나? 마치 편두통 같아. 뇌 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집중하고 애쓸수록 생각들이 획획 지나가버렸다. 내게 필요한 대답과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서서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내 삶과 나를 단단히 묶어놓았던 끊임없는 뇌의 재잘거림이 잦아들자 그 자리에 평온한 행복감이 밀려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오른쪽 팔이 마비된 순간 팔다리에 있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팔이 맥없이 떨어지며 몸통을 쳤다. 평생 그렇게 기묘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치 내 팔이 털썩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나는 뇌의 운동피질이 손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몇 분 뒤, 오른팔의 마비 증세가 약간 누그러졌다. 팔다리에 다시 활기가 들면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통이었다.
3장 응급 전화를 걸기까지
터진 선천성 동정맥 기형은 다량의 혈액을 좌뇌에 쏟아냈다. 피가 왼쪽 대뇌피질에서 생각을 담당하는 중추로 흘러들어가면서 내게 한때 무척이나 소중했던 고차원적 인지능력이 사라져갔다. 뇌졸중이 일어나면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청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집중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왜 응급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두개골 안에서 커져가고 있던 출혈부위는 숫자의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 바로 위였다. 911이라는 코드를 인식하는 뉴런들이 피 웅덩이에서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개념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이 명료해진 순간,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에 연락하면 동료들이 도와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번호만 기억하면 되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연습을 반복했다. ‘질인데요, 도움이 필요해요!’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생각하는 데만도 4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질이야! 도와줘!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말하려고 노력한 건 사실이었다. 아마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으르렁대는 신음소리에 가까웠겠지만. 다행히 스티브가 내 목소리를 알아챘다. ~~~~ 그가 나를 도우러 와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4장 깊은 침묵 안에서
혈액이 두 언어 중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사이를 흐르면서 정보 전달 흐름을 방해하는 바람에 언어 표현이 어려워지고 알아듣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스티브가 문간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의사 명함을 건넸고 그는 즉시 조취를 취했다.
CT 촬영을 하러 갔다. 사람들이 나를 휠체어에서 들어 올려 침대에 눕혀놓았다.
나는 즉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
1996년 12월 10일 정오가 가까운 시각. 내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전기적 생기가 희미해지고 나의 인지적 뇌가 신체 작동을 통제하던 연결 끈을 놓았다.
5장 병원에 도착하다
오후가 돼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 몸은 환자복을 두른 채 작은 칸막이 방에 놓여 있었다.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리듬뿐이었다.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뼈가 쿡쿡 쑤시고 근육이 고통으로 씰룩거렸다.
여러분은 내가 어떻게 당시 일어난 일들을 지금까지 기억하는지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비록 정신적 장애를 입었지만 의식은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우리의 의식은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작동하며 만들어진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3차원 세상에 있는 여러 대상을 지각하는 우리의 능력에 새로운 관점을 더해준다. 나는 자아 중추가 손상된 상태였지만, 우뇌와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의식은 아직 살아 있었다. 순간순간 나에게 내가 누구이고 어디 사는지 등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나의 다른 부분은 여전히 기민하게 움직이며 그때그때 들어오는 정보들을 바로 처리했다. 전통적으로 오른쪽 뇌보다 우세하던 좌뇌가 기능하지 않자 뇌의 다른 부분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한때 억제되어 있던 프로그램들이 풀려나 자유롭게 기능했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지각 해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좌뇌의 의식과 예전의 성격이 퇴조하면서 우뇌의 캐릭터가 새로운 통찰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6장 신경치료실에서
다행히도 위급한 상황을 넘긴 나는 신경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우뇌가 나를 지배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날 내 상태는 점차 나아졌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부위에서 빠른 차도를 보였다. 이후 회복까지는 몇 년이 걸렸지만, 일부 뇌 부위는 말짱해서 현재 순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자료들을 해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초기 회복 기간 동안 나 자신을 관찰하고 경험한 일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학자이기 때문에 내 몸이 여러 신경 프로그램들로 얽힌 존재라는 것을 개념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뇌졸중을 겪으면서 비로소 우리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개별적으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뇌졸중이 일어난 그날 오후 내내 잠을 잤다.
7장 긍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 부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
8장 어머니가 오다
나는 예전부터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편두통을 앓아왔다. 그런데 의사들이 그것에 대해, 편두통이 아니라 수년 동안 출혈이 조금씩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오길비가 뇌혈관 문제를 설명하자 방 안의 분위기가 긴박해졌다. 그는 동정맥 기형의 나머지 부분과 골프공 크기의 핏덩이를 제거하는 개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무슨 제안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언어를 이해하는 뇌세포가 피 웅덩이 속에서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대화가 너무 빨랐다.
결국 개두 수술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하고 논의를 마쳤다.
뇌졸중이 일어나고 며칠 동안 내 기력은 마치 충전용 배터리처럼 잠을 자면 채워지고 힘을 쓰면 소진 되었다.
넷째 날까지도 뇌가 가급적이면 자극을 피하려 했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냈다.
9장 수술을 준비하며
1996년 12월 15일, 내가 살던 윈체스터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기서 채 2주가 남지 않은 수술에 대비해야 했다.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 사실상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할 판이었다. 나는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뉴런들이 얼어붙은 상태였지만 전문적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죽은 뉴런은 거의 없었다.
집에 돌아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집안을 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접시를 선반에 차곡차곡 정렬하려면 놀랍게도 계산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접시를 깨끗이 씻는 일은 해냈다. 하지만 다 씻은 접시들을 작은 선반에 말끔하게 집어넣으려고 계산을 시작하자 아찔하리만큼 머릿속이 복ㅈ바해졌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10장 개두 수술하는 날
1996년 12월 27일 아침 6시. 나는 어머니, 켈리와 함께 수술을 받기 위해 메사추세스 종합병원에 갔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11장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의사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내 경우에는 뇌졸중 이후로 8년 동안 뇌의 학습 및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8년이 지났을 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는 외부 자극을 기반으로 세포의 연결 구조를 바꾸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런 뇌의 가소성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단어를 하나하나 익혀가며 서서히 파일을 복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갔다.
수술을 받고 몇 주가 지난 1월 중순 무렵, 왼쪽 뇌의 언어 중추가 다시 움직이면서 내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12장 일상으로의 복귀
수술이후 어머니가 내 머리의 상처를 깨끗하게 관리해 주었고, 덕분에 35바늘로 꿰맨 상처가 잘 아물었다. 수술로 인해 왼쪽 턱에 관절 장애가 생길수도 있었는데, 펠트 크라이스 방식이라고 하는 치료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상처 부위의 감각이 돌아오는 데 5년이 걸렸고, 두개골에 난 세 개의 구멍은 6년째에야 완전히 아물었다.
3개월째 되는 날에는 어머니가 내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수술이후 꼬박 2년 동안 다일랜틴을 복용했다.
6개월째 되는 날, 고등학교 20주면 동창회에 참석하려고 고향 인디에나로 날아갔다.
7월에는 NAMI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나는 5분가량의 연설을 준비해서 2천 명이 넘는 NAMI 회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8개월째 되었을 때 직장에 복귀했는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손이 느리고 행동이 굼떴다. 불행히도 내 일은 복잡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관리였다. 내 뇌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다행히도 연구소에서 뇌조직 자원센터의 대변인 자격으로 여행을 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인디애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뇌졸중을 겪고 1년 뒤 중서부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2년차에는 뇌졸중이 일어난 아침을 내가 기억하는 한 최선을 다해 재구성하며 보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사가 나를 도와 그날 아침 내 우뇌가 겪었던 경험을 설명하게 했다.
그래서 디나 재단의 제인 네빈스, 샌드라 애커만과 함께 이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내가 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관심 갖고 끝까지 도와준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2년차에 인디애나 테러호트의 로즈 홀만 공대에 자리를 얻어 해부학과 생리학, 신경과학 수업을 맡았다. ~~~나는 비록 전문적인 학술용어들은 잃어버렸지만(좌뇌), 모든 것이 어떻게 생겼고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는 기억했다(우뇌).
내가 어떤 식으로 회복했는지 여러분에게 알려주려면 회복과정의 중요한 변화들을 간략히 요약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뇌졸중을 겪기 전에 프리셀 카드놀이를 열렬히 좋아했는데, 이후 이 게임에 다시 집중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신체 능력을 이야기하자면, 일주일에 대 여섯 차례 하루 5킬로미터씩 손에 아령을 들고 걷기를 4년 동안 하자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4년차에 내 뇌는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냈다. 가령 파스타를 끓이면서 전화를 받았다. 이전까지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5년차가 끝날 무렵에는 발을 놓을 착지 지점을 보지 않고도 해변의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뛰어다닐 정도가 되었다. ~~~~6년차의 최고 성과는 한 번에 계단 두 개를 오르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었다.
2년차부터는 파트타임으로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의 노래하는 과학자로서 여행을 다녔다. 7년차에는 인디애나 대학의 운동학과에서 겸임교수 자리를 맡았다.
7년차에는 밤 수면 시간을 11시간에서 9시간 반으로 줄였다.
Part 2 뇌에 관해 알게 된 진실
13장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지혜
좌뇌 신경망의 기증을 잃었을 때 단순히 기능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적성 회로에 연결되어 있던 나만의 다양한 개성 또한 사라졌다. 평생 동안 느껴온 감정적 반응과 부정적 사고, 내 몸의 세포 기능을 되찾는 과정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현대 신경과학자들은 양측 반구의 기능적 비대칭을 신경학적 관점에서 학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만족해한다. 하지만 두 구조물 안에 포함된 심리나 개성의 차이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오른쪽 뇌가 언어나 논리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멸시하며 하찮게 취급한다.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좌뇌의 세포들이 우뇌의 세포들을 지배했다. 왼쪽 뇌의 판단 내리고 분석하는 성격이 내 개성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출혈이 일어나 좌뇌의 언어 중추 세포들이 망가지자 더 이상 오른쪽 뇌의 세포들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두 성격이 두개골에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뇌의 양쪽은 그저 신경 차원에서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받아들이는 정보 유형에 두는 가치도 확연히 달라서 완전히 다른 성격을 드러냈다. 나는 뇌졸중 경험을 통해 우뇌 의식의 핵심에는 마음의 깊은 평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평화와 사랑, 기쁨, 공감을 표현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오른쪽 뇌의 성격과 왼쪽 뇌의 성격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를 하나의 의식을 가진 단일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지도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부모나 다른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두 성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상극인 두 성격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것을 경험한다.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나눠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자신의 성격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머리가 뭔가를 하라고 말하는데 마음은 반대의 일을 시키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구별하려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우리의 이성과 몸의 본능을 말하기도 하고, 소자아의 마음(좌뇌)과 대자아의 마음(우뇌), 사소한 자아(좌뇌)와 진정한 내적 자아(우뇌), 연구자의 마음(좌뇌)과 외교관의 마음(우뇌)을 대비시키는 사람, 남성적 마음(좌뇌)과 여성적 마음(우뇌), 양의 의식(좌뇌)과 음의 의식(우뇌)을 대비시키는 사람도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의 추종자라면 감각하는 마음(좌뇌)과 직관하는 마음(우뇌), 판단하는 마음(좌뇌)과 작가하는 마음(우뇌)이라고 했을 것이다. 경험에 따라 두 구조물은 어떤 언어로 표현하든, 이는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양쪽 뇌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경해부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좌뇌의 언어 중추와 정위연합영역이 기능을 멈추었을 때 우뇌는 깊은 마음의 평화 상태에 들어섰다. 앤드류 뉴버그와 유진 디킬리 박사가 몇 년 전에 수행한 뇌 연구를 통해 당시 나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단일광자방출단층검사SPECT기술을 사용하여 종교적 혹은 영적 경험의 밑바탕에 있는 신경해부 구조를 확인했다. 우리가 개인의 존재에서 벗어나 우주(신, 열반, 극도의 행복감)와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뇌의 어느 부위가 관여하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티베트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 불러 SPECT 기계 안에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게 했다. 이어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실을 잡아당기도록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 활동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 되었다. 첫째, 좌뇌 언어 중추의 활동이 감소해 뇌의 재잘거림이 멈추었다. 둘째, 좌뇌 상두정이랑에 위치한 정위연합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 부위는 우리가 신체 경계를 확인하도록 돕는 곳이다. 이곳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감각계로부터 들어오는 입력의 양이 줄어들면, 우리는 공간감을 잃고 우리 몸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최근의 이런 연구 덕분에 좌뇌의 언어 중추가 침묵하고 왼쪽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인 감각을 입력받지 못했을 때 내 의식이 바뀌어 몸을 고체가 아니라 유동체로 지각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낀 것이 신경학적으로 설명 가능해졌다.
14장 오른쪽 뇌와 왼쪽 뇌
양측 반구에서 어떤 정보가 처리되든 나는 나 자신이라는 집단을 여전히 단일한 마음을 가진 단일한 존재로 알고 있다. 우리의 의식은 세포들의 작용이 만들어내는 집단적 의식이며, 양측 반구가 서로 보완하면서 세상에 대한 단일하고 매끈한 지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얼굴을 인식하는 세포와 회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나는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 여러분을 알아 볼 수 있다.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목소리라든가 태도, 걸음걸이 등 다른 정보를 사용하여 존재를 확인한다. 언어를 이해하는 세포회로가 멀쩡하면 여러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 나에게 내가 누구이고 어디 사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세포와 회로가 망가지면, 나 자신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양측 반구가 각자 정보를 처리하는 성향을 보면, 독자적인 가치체계와 서로 판이한 성격을 가진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두 가지 성격 모두를 잘 다스려 뇌의 양쪽 능력과 개성을 잘 활용한다. 각각의 능력을 잘 조절하고 북돋워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편향된 능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양상의 경직된 사고 패턴을 보이는 사람(좌뇌 편향)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의 끈을 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상에 빠져 지내는 사람(우뇌 편향)도 있다.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서 공감을 표현하는 일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되거나 나쁜 결정을 내렸다며 스스로를(혹은 남을)깎아내리고 헐뜯고 모욕하는 데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스스로를 다그칠 때, 당신 안의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지, 당신이 소리를 지르는 대상이 누구인지 자문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부정적인 사고의 고리가 어떻게 마음속에서 증오감을 부추기고 불안을 가중시키는지 아는가?
양측 반구의 성격은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감정을 처리하고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금은 내 친구들도 내가 어떻게 어깨를 드는지, 어떻게 이마에 주름을 만드는지만 보고도 같이 있던 방에 누가 들어왔는지 알아챈다. 나의 우뇌에게는 지금 여기가 전부다. 고삐 풀린 열정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세상에 아무 걱정도 없다. 많이 웃고 아주 친절하다. 이와 달리 좌뇌는 세세한 면에 집착하고 삶을 꽉 짜인 계획표에 따라 운영한다. 나의 진지한 면을 맡고 있다. 과거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 경계를 짓고, 모든 것을 옳거나 그른 것, 좋거나 나쁜 것으로 판단한다.
오른쪽 뇌는 현재 순간의 풍요로움에 모든 걸 맞춘다. 삶에 대한 고마움,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매사에 만족하고, 정이 많고, 넉넉히 끌어안고, 한 결 같이 낙관적이다. 우뇌의 성격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으므로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바라본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안정한다. 기온이 어제보다 쌀쌀하다. 괜찮다. 오늘 비가 온다는데, 그래도 상관없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키가 크거나 돈이 많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오른쪽 뇌는 모든 사람을 인류라는 가족의 평등한 일원이라고 여긴다. 영토라든가 인종, 종교 같은 인위적 경계에 상관하지 않는다.
오른쪽 뇌에는 현재 순간 외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이 감각들로 채워진다. 출생이나 죽음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기쁨의 경험 역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지각하고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 또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뇌에서는 지금 이 순간만이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뇌졸중 덕분에 나는 다시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절박한 위험이 없어서 세상을 안전하게 느꼈고, 마치 내 집 뒤뜰인 것처럼 걸었다.
내 우뇌의 성격은 모험심이 강하고, 풍요로움을 찬앙하며, 사교에 능하다. 비언어적 소통에 탁월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내 감정이입에 능숙하다. 또한 감정의 몰입이 일어나 우주와 하나 됨을 느끼게 한다. 나의 종교적 마음이 머무는 곳도 우뇌에 있다. 덕분에 나는 현명한 관찰자가 된다. 직관과 고차원적 의식이 여기서 생긴다. 오른쪽 뇌는 항상 현재형이며 시간 감각이 없다.
우뇌의 타고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낡은 정보가 담긴 파일을 새롭게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매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좌뇌로 판단을 내린 후에는 파일 업데이트를 위해 선뜻 오른쪽으로(우뇌의 의식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판단을 한 번 내리고 나면 그 결정을 끝까지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깨닫기로 지배욕이 강한 좌뇌가 가장 싫어하는 일은 제한적인 두개골 공간을 개방적인 우뇌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오른쪽 뇌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틀에서 벗어나 사고한다. 틀을 만든 장본인인 좌뇌가 세운 규칙과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래서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일을 시도한다. 혼란이 창의적 과정의 첫 단계임을 잘 안다. 근운동 감각이 뛰어나고 기민하며, 육체가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사랑한다. 내 세포들이 직감이라는 통로를 통해 보내는 미묘한 메시지를 잘 받아들이고, 촉감과 경험을 통해 배운다.
내 우뇌는 자유를 찬양하며, 과거에 발목이 잡히거나 미래에 일어날 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삶과 세포들의 건강을 존중한다. 그리고 내 몸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회의 일원인 당신의 몸과 우리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며, 이 땅의 모든 생명에 관심을 갖는다.
왼쪽 뇌는 모든 에너지, 지금 이 순간에 관한 정보, 그리고 오른쪽 뇌가 인식한 모든 가능성들을 받아들여 감당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좌뇌는 내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우뇌가 이미지들의 콜라주로 생각한다면, 좌뇌는 언어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뇌의 재잘거림을 통해 내가 삶에 뒤처지지 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좌뇌의 언어 중추가 나는 무엇 무엇이라고 말함으로써 나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적인 존재, 단일하고 견고한 존재가 된다.
정보 조직 능력에 관한 한 좌뇌 보다 뛰어난 도구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범주화하고 조직하고 설명하고 판단하고 날카롭게 분석할 줄 아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찬찬히 생각하고 계산하는 일에 능하다.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속으로 이론화하고 합리화하고 기억하느라 늘 분주하다. 완벽주의자이며 화사나 집안을 책임지는 놀라운 관리인이다.
모든 것은 그에 꼭 맞는 자리가 있고,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해. 이것이 왼쪽 뇌의 좌우명이다. 오른쪽 뇌가 인간적인 사랑을 높이 산다면, 왼쪽 뇌는 재정과 경제에 관심이 많다.
행위의 측면에서 볼 때, 왼쪽 뇌는 여러 일들을 동시에 척척해내는 멀티테스킹을 즐긴다. 참으로 바쁜 꿀벌이며,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순차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계 조작에 능숙하다. 차이와 개성에 집중할 수 있는 타고난 일꾼이다.
왼쪽 뇌는 특히 패턴 파악을 잘한다. 그래서 다량의 정보를 재빨리 처리할 수 있다. 외부세계에서 벌어지는 경험을 따라잡기 위해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오른쪽 뇌의 처리 속도는 괭이질에 가깝다. 오른쪽 뇌가 게을러 질 수 있다면, 왼쪽 뇌는 지나치게 들뜰 수 있다.
오른쪽 뇌는 빛의 긴 파장을 지각한다. 그래서 우뇌의 시가적인 지각은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 모서리 지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물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가 하는 큰 그림에 집중하게 된다. 이와 달리 왼쪽 뇌는 짧은 광파를 지각해 날카로운 경계를 명확히 분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가까이 붙어있는 대상들 사이의 경계를 확인하는 일에 선수다. 또한 좌뇌의 언어 중추는 높은 주파수 소리에 민감해서 보통 언어와 관련되는 톤을 감지하고 구분하고 해석하는 일을 돕는다.
좌뇌의 가장 뛰어난 특질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주를 빼놓을 수 없다. 좌뇌의 언어중추에서 이야기를 담당하는 부위는 최소한의 정보를 갖고 바깥세상을 이해하도록 특별히 설계되었다. 세부 사한들을 입수해서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왼쪽뇌가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다. 실제 자료 사이에 틈이 있으면 이를 감쪽같이 메운다. 게다가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시나리오를 지어내기까지 한다. 그래서 여러분이 좋든 싫든 진심으로 공감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왼쪽 뇌가 이런 감정 회로에 접속해서 만일의 가능성을 다 살펴본다.
내가 회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왼쪽 뇌의 부위가 있다. 비열하게 굴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나 자신이나 남들에게 막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좌뇌의 성격이었다.
회복 과정 중에 나는 고집스럽고 오만하고 비꼬기 좋아하고 질투심 많은 내 성격을 담당하는 부위가 상처 받은 왼쪽 뇌의 자아중추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나를 지독한 패배자로 만들고, 원한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복수를 꾸미게 한다. 이런 성격을 되살리면 새롭게 찾은 우뇌의 순수함을 위협할게 분명했다. 나는 이런 낡은 회로들을 그냥 내버려둔 채 좌뇌의 자아 중추를 회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5장 뇌를 다스리는 법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responsibility = response + ability).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련 분노라는 감정을 자동적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생리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의 성격을 받아들이는 문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어떤 상황이든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물이 든 컵을 보고도 물이 겨우 반 밖에 안 찼다고 할 수도 있고, 반이나 찼다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이 분노와 좌절로 나를 대할 때, 나는 여러분의 분노를 그대로 받아 싸움을 걸 수도 있고(좌뇌), 아니면 여러분의 감정에 공감해 이해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도 있다(우뇌).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매 순간 어떻게 반응할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이때 미리 프로그래밍 된 반응의 패턴(변연계)에 익숙해져 자동조정장치에 우리의 삶을 맡기기가 쉽다. 나는 고차적 피질세포가 변연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더 많이 주목할수록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동회로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주시하면서 힘을 기르고 의식적으로 더 많은 선택을 내린다. 장기적으로는 내 삶의 모습을 내가 책임지려는 것이다.
요즘 나는 나의 뇌에 매료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에 관해 생각하며 보낸다. 소크라데스가 말했듯이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어떤 고통스런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 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몸 상태나 심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언제든 오른쪽 의식으로 넘어가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마음(우뇌)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오른쪽 뇌의 너그러운 시선으로 주위 환경을 살펴볼 때가 많다. 마음의 기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감정적으로 예민한 회로와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내 영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스스로 판단한다.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솔직히 좌뇌라는 이야기꾼의 이런 집착은 시간 낭비이자 감정적 소모일 뿐이다. 나는 뇌졸중 덕분에 의식적으로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가끔은 나와 다른 사람의 좌뇌 의식과 태도가 서로 충돌하여 논의를 벌이거나 감정이 고조될 때 순수한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공격성이 내 몸을 지배할 때 기분은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적대적인 대결은 피하고 공감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 쓰인 매뉴얼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남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정말 편하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고통스러운 감정의 짐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고 무거운지 생각하면 상대를 공감의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자신의 행동과 실수를 자신만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여러분이고 나는 나다. 마음의 깊은 평화를 느끼고 친절함을 공유하는 것은 서로를 위한 선택이다. 타인을 용서하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완벽한 순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6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연습
내 좋은 친구 제리 제시프 박사는 ‘평화는 우리가 도달하려는 곳이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살아간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우리는 오른쪽 뇌의 평화로운 의식에서 출발해야 하며. 왼쪽 뇌의 능력을 사용하여 바깥세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그는 또한 양측 반구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중의 상호 침투 자각’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심오하고 정확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뇌량으로 양측 반구가 정교하게 얽혀 있는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를 단일한 개인으로 자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각자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예상외의 큰 힘을 의식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왼쪽 뇌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되찾자 예전처럼 나는 다시 유능해졌다.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흥분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보다는 겁이 더 많이 난다. 왼쪽 뇌를 잃었던 경험 덕분에 다양한 유형의 뇌질환을 겪은 사람들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마다 뇌가 다르긴 하지만 , 내가 실제로 겪은 몇 가지 간단한 사항들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내가 주위의 에너지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작가할수록 내 생각과 감정에 더 큰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내 주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고 멈추는지 면밀히 주시한다. 관심사에 따라 일이 돌아가는 상황에 책임을 지고 지속적으로 조정해 간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내가 완전히 다 통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사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선택하는 것은 내 자신이다. 설령 부정적인 사건에 맞닥뜨리더라도 내가 기꺼이 오른쪽 의식으로 넘어가 포용력을 발휘해 상황을 헤쳐나간다면, 그것은 귀중한 삶의 교훈이 될 것이다.
왼쪽 뇌의 언어 중추와 이야기꾼 기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자 내 마음은 무모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부정적인 사고 패턴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부정적 사고나 감정의 순환회로에서 빠져 나오는 첫 단계는 이런 회로에 엮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이다.
뇌가 지금 어떤 인지적 회로를 가동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나면, 이제 이런 회로가 내 몸 안에 생리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집중한다. 경계심이 드는가? 동공이 팽창했나? 숨이 깊거나 얕은가? 가슴이 답답한가? 머리가 멍한가? 속이 불편한가? 안절부절 못하거나 불안한 기분인가? 다리에 힘이 풀렸나? 공포, 불안, 분노의 신경 회로를 가동시키는 자극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회로가 가동되면 일관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킴으로 여러분은 이를 의식적으로 관찰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킬 수 있다.
뇌가 아주 단정적이거나 비생산적이거나 통제 불능으로 느껴지는 회로를 가동할 때면, 나는 정서적, 생리적 반응이 사라질 때까지 90초를 기다린다. 이어 아이를 대하듯 뇌에게 차분하고 거짓 없이 말한다. “생각하고 느끼는 네 능력은 높이 사지만 나는 더 이상 이런 생각이나 감정에는 관심이 없어. 그러니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지 마.”
뇌에게 특정한 사고 패턴에 엮여 들어가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이런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나 지금 바빠!”라고 하거나 “이제 지겨워! 제발 좀 집어치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의 진실 어린 목소리로 생각만 해서는 제 기능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이야기꾼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알아낸 바로는 여기에 적절한 감정을 덧붙여 진심인 것처럼 생각해야 이야기꾼이 더 귀를 기울인다. 그래도 뇌가 제대로 듣지 않으면, 손가락을 공중에서 흔드는 등의 몸짓을 메시지에 더한다. 잔소리하는 어머니처럼 우리가 메시지에 열정을 더하고 다차원적인 방법들을 동원하면 뜻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
내부의 언어적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마음의 깊은 평화를 발견하는 첫걸음이다.
고통이 찾아오면 가만히 앉아서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고, 의식적으로 고통에 몸을 맡겨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고통은 우리 몸 어딘가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뇌에 알리려고 세포들이 사용하는 도구다. 뇌의 주목을 받으려고 고통 수용체를 자극하는 것이다. 고통이 있다는 것을 뇌가 인식하고 나면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강도를 줄이거나 사라지게 한다.
집중하는 인간의 뇌보다 더 막강한 것은 세상에 없다. 언어를 통해 우리의 왼쪽 뇌는 몸의 치료와 회복을 지시할 수 있다. 언어와 자아를 담당하는 왼쪽 뇌는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응원단장과도 같다.
현재 우리가 가진 치료 방법에는 처방약을 통해 뇌세포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 심리 치료를 통해 인지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17장.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마음의 깊은 평화가 생각이나 감정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소중한 선물이다. 평화를 경험 했다고 해서 삶이 항상 행복에 젖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생각하는 마음과 따뜻한 가슴 사이의 거리가 멀어 보일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의지에 따라 이 거리를 뛰어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절망과 분노, 불행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평화로운 마음이라는 생각조차도 낯설고 불안하게 느낀다.
왼쪽 뇌를 잃어본 경험에서 하는 말인데, 마음의 깊은 평화는 오른쪽 뇌의 신경회로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회로는 항상 작동중이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다. 평화의 감각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과거의 경험을 가져오거나 미래로 투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는 첫 번째 단계는 지금 이 순간에 기꺼이 몰입하는 것이다.
마음의 깊은 평화의 회로를 가동시킬 때를 알아두면, 원할 때 그 회로에 접속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마음이 여러 다른 생각들로 산만해서 회로의 가동 시기를 알아차리려면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서구 사회는 우뇌의 존재하는 능력보다 좌뇌의 행하는 능력을 훨씬 높이 평가하고 보답한다. 따라서 여러분이 오른쪽 뇌의 의식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것은 어릴 때 배운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우뇌를 활용하고 있다. 양측 반구가 힘을 합쳐 순간순간 우리에게 현실을 인식시켜준다. 현재 순간의 회로에 연결 될 때 여러분의 몸 안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과 생리적 반응)을 알아차리는 방법만 배우면, 원할 때마다 이 회로가 재가동하도록 스스로 훈련할 수 있다. 이제 평화로운 오른쪽 뇌의 의식에 접속하는 여러 방법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겠다.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려면 우선 내가 더 큰 구조물, 즉 나와 하나로 이어진 에너지와 분자들의 영원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산의 삶이 천국처럼 다가온다. 내가 우주와 한 몸인데 어떻게 두려울 수 있겠는가?
왼쪽 뇌는 내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뇌는 내 존재의 중심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이런 세포들이 죽고 3차원 세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겠지만, 이것은 내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들어가 흡수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자 내가 이곳에 머물며 내 삶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건강하게 유지 하느라 노력했던 시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현재 순간에 머물려면 마음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서서히 늦추어야 한다. 우선 급한 마음부터 버리자. 왼쪽 뇌는 서두르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분석할지 모르지만, 오른쪽 뇌는 대단히 차분하다.
현재 순간을 느끼려면 다른 것으로 주위를 돌리게 하는 인지회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공감의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의식에 덜 사로잡힐수록 남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한다는 뜻이다.
추측하건대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나도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내 몸에 차오르는 감정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지적 사고를 모니터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 감정을 지각하는데 있어서 내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생화학물질이 나를 사로잡았다가 풀어주는 데 9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몰랐다.
습관적으로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것만큼 행복 회로를 가동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사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행복은 오른쪽 뇌의 자연스러운 존재 양태이다. 따라서 이 회로는 항상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언제든 여기에 접속할 수 있다. 반면 분노회로는 항상 돌아가지 않으며 우리가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이 생리적 반응이 혈루에서 빠져나가면 곧바로 다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세포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서로 다른 회로가 몸 안에서 가동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파악하고 나면, 여러분은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다.
내 마음에 드는 공포의 정의는 ‘진짜처럼 보이는 그릇된 예상’이다. 모든 생각이 그저 스쳐가는 생리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면, 내 이야기꾼이 흥분하여 공포회로를 가동할 때 덜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내가 우주와 하나임을 기억하면 공포는 힘을 잃는다. 공포, 분노 반응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되도록 공포 영화는 보지 않으며, 걸핏하면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나의 회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만 한다.
18장. 마음의 정원을 가꾸자
아인슈타인의 인용구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려면 현재의 내 모습을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Part 3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뇌과학 지식
19장. 왜 뇌졸중에 걸릴까?
인간의 생명이 생물학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사실 우리는 정교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완결된 유전자 코드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뇌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중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유형의 세포들은 대부분 몇 주 혹은 몇 달을 주기로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하지만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인 뉴런의 수는(대개의 경우) 우리가 태어난 뒤로 늘어나지 않는다. 이 말은 지금 여러분의 뇌에 있는 대부분의 뉴런은 여러분과 같은 나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긴 뉴런의 수명 때문에 우리가 서른 살이든 일흔일곱 살이든 마음속으로는 열 살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물론 뇌에 자리 잡은 세포가 이렇게 동일하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경험에 따라 그 연결구조는 달라진다.
인간의 신경계는 1조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독립체로 존재한다. 1조가 얼마나 엄청난 숫자인지 실감하려면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명의 인구가 저마다 166명의 자손을 가진다고 상상해보면 된다. 그 전체 숫자가 단 하나의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의 수와 같다.
물론 우리 몸은 신경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어른의 몸은 대략 50조 개의 세포들로 구성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60억 인구의 8,333배이다! 놀라운 사실은 골세포, 근육세포, 결합조직세포와 감각세포 등으로 조합된 방대한 집합체가 서로 힘을 합쳐서 완벽한 건강상태를 이루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생물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연은 새로운 종을 창조할 때 전체 틀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것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인다.
우리 인간의 유전자 프로파일에서 DNA 염기 서열의 99.4%가 침반지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뇌피질은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며 기능면에서 서로를 보충한다. 양측 반구는 뇌량이라고 하는 고속도로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각각의 반구가 처리하는 정보 유형이 다르지만 서로 연결되어 함께 작용하므로 우리는 세상을 끊임없이 단일하게 지각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외양과 구조와 기능에 있어서 동일하다. 예컨대 모든 대뇌반구에는 상측두이랑, 종심전이랑, 중심후이랑, 상도정이랑, 그리고 뒤쪽으로 외측후두이랑이 있다. 각각의 이랑은 특정한 연결 구조 와 기능을 지닌 특정 세포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심후이랑의 세포들은 감각 자극을 자각하게 하며, 중심전이랑의 세포들은 우리의 신체 각 부위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조정한다. 양측 반구의 피질 내부 여러 세포 집단 사이에서 정보가 지나가는 주요 경로도 일관된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과 느낌도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공유할 수 있다.
대뇌반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도 명확한 패턴을 보인다. 전대뇌동맥, 중대뇌동맥, 후대뇌동맥이 각기 대뇌반구의 특정 부위를 맡아 혈액을 공급한다. 따라서 동맥의 특정부분에 손상이 가면 어떤 인지 기능이 심각한 장애를 입거나 완전히 망가지는지 대략 예측할 수 있다.(물론 좌뇌에 손상을 입느냐 우뇌에 손상을 입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변연계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감정을 싣는 역할을 한다. 다른 생물들도 이 구조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연계를 가리켜 포유류의 뇌 혹은 감정의 뇌라고 부른다. 우리가 간난아이일 때 이 세포들이 감각자극에 반응하면서 배선이 이루어진다. 변연계가 평생 동안 기능을 하지만 성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래서 감정 버튼이 눌릴 때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두 살 때와 같다.
고차원적인 피질세포가 성숙하여 다른 뉴런들과 복잡한 연결망을 형성함에 따라 우리는 현재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새로 들어온 정보를 변연계의 자동 반응과 비교하면서, 현재 상황을 재평가하고 좀 더 분별 있는 반응을 하게 된다.
편도체의 일차적 임무는 바로 지금 이 순간 감각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샅샅이 살펴서 얼마나 안전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한편 변연계의 대상이랑은 뇌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일을 한다.
들어오는 자극이 친숙한 것으로 판단되면 편도체는 잠잠해지고, 그 옆에 있는 해마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한다. 반면 낯설고 위협적인 자극이 편도체를 교란시키면, 뇌의 불안 수치가 올라가고 의식은 당면한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의 주의력은 자기 보호 행동을 취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감각계를 통해 감각 정보가 들어오면 변연계는 이를 바로바로 처리한다. 그래서 메시지가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도달할 즈음에는 우리가 그 자극을 어떻게 바라볼지(고통일까, 즐거움일까?)알려주는 감정이 실린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생각이 느낌보다 앞서는 존재로 여기고 싶겠지만, 생물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느낌이 생각보다 앞서는 존재다.
느낌이라는 말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감정들이 우리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는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먼저 우리가 느끼는 슬픔이나 기쁨, 분노, 좌절, 흥분의 감정은 변연계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둘째, 여러분이 손 안에 있는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접촉을 통한 감각이거나 근운동 경험을 한다는 말이다. 이런 유형의 느낌은 촉각 계를 통해 일어나며 대뇌피질의 중심후이랑이 관여한다. 마지막으로 뭔가에 대해 직감이 올 때가 있다. 이런 통찰력 있는 직각은 우리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 고차원적인 인지 작용이다.
각각의 감각계는 복잡한 단계의 반응을 일으키는 뉴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뉴런들이 수용체로 들어오는 신경코드를 처리해 뇌의 해당 영역으로 보낸다. 각각의 세포집단은 코드를 변화시키거나 발전시켜 다음 단계의 세포 집단에 넘기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메시지는 점차 명료하게 다듬어진다. 코드가 뇌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고차원적 수준의 대뇌피질에 도달할 즈음 우리는 자극을 의식하게 된다. 하지만 그 경로에 있는 세포 중 어느 하나라도 성공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도달하는 최종 지각은 현실과 다른 왜곡된 모습을 띈다.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수십억 개의 작은 점. 다시 말해 화소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화소는 진동 상태의 원자와 분자들로 가득하다. 우리 눈 뒤쪽에 있는 망막세포가 이런 입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입자들은 진동수에 따라 서로 다른 에너지 파장을 내보내고, 뇌의 후두부에 위치한 시각피질에 의해 서로 다른 색채로 인식된다. 시각적 이미지란 우리의 뇌가 화소들을 집단으로 묶어 테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성(수직, 수평, 빗각)을 가진 테두리들이 결합해서 복잡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뇌의 다른 세포 집단이 가세하여 깊이와 색채와 움직임을 부여한다. 글자가 뒤집힌 형태로 인식되는 신경질환인 난독 증은, 감각 입력의 정상적인 단계 반응이 잘못되어 발생하는 기능 이상의 대표적인 예이다.
시각과 마찬가지로 청각능력도 우리가 각기 다른 파장으로 전달되는 에너지 흐름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소리는 공간에 있는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내보내는 에너지 패턴의 산물이다. 입자들의 충돌로 만들어지는 에너지 파장이 우리 귀의 고막에 닿으면, 파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고막을 진동시키는 속성이 달라진다. 망막세포가 그랬듯이, 여기서는 나선 기관의 유모세포가 우리 귀의 에너지 진동을 신경코드로 바꾼다. 이것이(뇌의 측두부에 있는) 청각피질에 닿으면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원자 및 분자 정보를 감지해내는 능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감각은 바로 화학적 감각인 후각과 미각이다. 후각과 미각 수용 체는 코나 미뢰를 자극하는 전자기 입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냄새나 맛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자극의 양이 다르다. 이 감각계 역시 복잡한 단계 반응을 일으키는 뉴런들로 구성되며, 감각계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손상되면 비정상적인 지각이 일어날 수 있다.
피부는 가장 규모가 큰 감각기관으로 압력, 진동, 접촉, 고통, 온도 등을 전담하는 아주 특정한 감각 수용 체들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수용체마다 반응하는 자극의 유형이 정해져 있어서 가령 추위 자극은 추위를 감지하는 수용 체에만, 진동은 진동을 감지하는 수용체에만 지각된다. 이런 특정성 때문에 피부는 감각수용의 섬세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포유류의 신경계통 질병은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종 특유의 독특한 뇌조직에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만다. 인간의 경우에는 대뇌피질의 바깥층이 질병에 취약하다. 뇌졸중은 미국에서 장애 발생률이 높은 가장 흔한 질병이며 사망 질환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신경질환은 대뇌피질에서 인지를 담당하는 고차원적 층위와 주로 관련이 있으며, 뇌졸중은 우뇌보다 좌뇌에서 4배나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은 산소를 뇌세포에 실어 나르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기본적으로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미국 뇌졸중 협회에 따르면 허혈성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의 83%를 차지한다고 한다. 동맥은 혈액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혈관이 점차 가늘어진다. 동맥에는 뉴런을 포함한 세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가 들어 있다. 허혈성 뇌졸중은 피가 엉긴 덩어리인 혈전이 좁은 동맥을 지나지 못해서 혈관을 막는 질환이다. 혈관 폐색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는 결국 외상을 입어 죽고 만다. 뉴런은 일반적으로 재생되지 않으므로 죽은 뉴런은 새 뉴런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죽은 뉴런이 담당하던 기능은 다른 뉴런이 돌발 상황에 적응해 그 기능을 떠맡지 않는 한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뇌마다 신경 배선이 다르기 때문에 외상을 회복하는 능력도 저마다 다르다.
출혈성 뇌졸중은 피가 동맥에서 빠져나와 뇌로 스며드는 질환이다. 전체 뇌졸중의 17%가 출혈성이다. 피가 뉴런에 직접 닿으면 독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혈관이 새거나 터지면 뇌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뇌졸중 가운데 하나인 동맥류는 혈관의 벽이 약해져서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난 것을 말한다. 약해진 부위에 피가 고여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데, 만약 터질 경우 다량의 피가 두개골로 흘러들게 된다. 동맥류는 목숨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다.
동정맥 기형은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키는 희귀한 원인중 하나로, 기형적인 형태의 동맥을 갖고 태어나는 선천적 질환이다. 정산적인 혈류라면 높은 압력의 동맥을 통해 심장에서 피가 몸 전체로 나가고 낮은 압력의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온다. 이때, 그물처럼 얽힌 모세혈관이 동맥과 정맥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정맥 기형의 경우, 충격을 완화해주는 모세혈관 그물 없이 동맥이 바로 정맥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정맥이 동맥에서 오는 높은 압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둘 사이의 연결 부분이 터지면서 피가 뇌로 쏟아지는 것이다. 동정맥 기형이 출혈성 뇌졸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지나지 않지만, 한창 젊은 나이(25세에서 45세 사이)에 일어나는 뇌졸중으로 가장 일반적이다. 내가 동정맥 기형으로 출혈이 일어났을 때가 37세였다.
※ 뇌졸중의 위험 지표
S = Speech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T = Tingling 몸이 저릿저릿하고 감각이 마비된다. R = Remember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O = Off Balance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K = Killer Headache 극심한 두통이 찾아온다. E = Eyes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20장. 뇌의 균형 잡기
인간의 대뇌피질이 기능적으로 비대칭하다는 내용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200년 전부터 계속되었다.
1800년대 말, 아서 래드 브로크 위건Arthur Ladbroke Wigan은 정상인처럼 걷고 말하고 읽고 쓰고 활동했던 한 사람의 검시를 참관했다. 그의 뇌를 들여다보던 위건은 그가 하나의 대뇌반구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반쪽짜리 뇌만 가지고도 온전한 정신으로, 온전한 사람처럼 활동했던 것이다. 위건은 두 개의 대뇌반구를 가진 인간들은 분명 두 개의 마음을 가졌으리라 추정하고, 마음의 이중성Duality of the Mind 이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양쪽 반구가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방법에서 보여주는 차이점과 유사점에 관해 오랫동안 학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이 주제는 로저 스페리 박사가 심각한 간질 발작을 겪는 사람들의 뇌량을 외과 수술을 통해 잘라내는 일련의 뇌 분리 실험을 한 이후로 1970년대 미국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모았다. 1981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스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 배경 요인을 동등하게 두고 동일 주체가 같은 문제를 처리할 때 면밀하게 좌우를 비교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 교련 절개술의 상황에서는 양쪽의 아주 사소한 차이도 중요해 집니다. 같은 사람이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의 심리적 태도와 전략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좌뇌를 사용하느냐 우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뇌 분리 환자 연구가 시작된 초창기부터 신경과학자들은 양측 반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와 외과 수술로 분리되어 있을 때 기능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는 양측 반구가 서로의 능력을 보충하고 강화한다. 그런데 외과적으로 분리되면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개의 독립적인 뇌처럼 기능한다.
fMRI를 이용하면 뇌가 특정 기능을 수행할 때 어떤 뉴런이 관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뇌량을 통해 양측 반구의 뉴런이 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양측 반구는 우리가 취하는 모든 인지 활동에 관여한다. 다만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과학계는 양측 반구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개체라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반쪽들이라는 견해를 지지한다. 정보를 각자 독특하게 처리하는 양측 반구가 있어서 세상을 이해하는 뇌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그래서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의 생존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양측 반구는 능숙한 솜씨로 세상에 대해 이음새 없는 매끈하고 단일한 지각을 만들어내므로 좌뇌 우뇌에서 일어나는 것을 의식적으로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먼저 우세 반구와 우세 손을 구분하고 넘어가자. 뇌에서 우세한 영역은 언어를 만들고 이해하는 능력을 어느 쪽이 점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응답자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지만 오른손잡이(미국인구의 85% 이상)는 사실상 전부 좌뇌 우세다. 그리고 왼손잡이의 60% 이상도 좌뇌 우세로 분류된다. 양측반구의 비대칭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리 몸의 왼쪽 절반을 통제하는 우뇌는 병열처리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독립적인 정보들이 각각의 감각계를 통해 우리 뇌로 동시에 밀려온다. 오른쪽 뇌는 순간의 모습과 소리와 맛과 냄새와 감촉이 어떤지 파악한 다음 이것들을 이어 붙여 전체 상을 만들어낸다. 순간들은 일회성 자극이 아니며, 감각과 사고와 감정, 그리고 때로는 생리적 반응도 이끌어낸다. 이런 식의 정보처리 덕분에 우리는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금방 파악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오른쪽 뇌의 능력 덕분에 우리는 개별적인 순간들도 사진처럼 명료하고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이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 있었고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기억한다.
우리의 우뇌는 관계를 통해 기억하도록 설계되었다. 명확한 개체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미지와 근운동 감각과 생리적 반응이 결합된 전체적인 모습으로 복잡한 심상이 떠오른다.
어떤 행동을 취할 때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없는 오른쪽 뇌는 자유롭게 틀을 벗어나 직관적으로 생각하며, 각각의 새로운 순간이 안겨주는 가능성을 창조적으로 탐험한다. 애초에 우뇌는 자발적이고 태평하고 상상하기 좋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금지나 판단에 구애 받지 않고 예술적 활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현재 순간에서는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이 하나로 연결된다. 그래서 우뇌는 각각의 존재를 인류라는 기족의 동등한 일원으로 여긴다. 우리의 서로 닮은 모습을 확인하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놀라운 지구와의 관계를 인식한다.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힘을 합쳐 전체를 이루는지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른쪽 전두피질 덕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좌뇌는 정보 처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우뇌가 만들어낸 풍성하고 복잡한 순간들을 적절한 순서로 엮는다. 이어 지금 이 순간을 이루는 세부 사항들과 바로 앞 순간의 세부 사한들을 연속적으로 비교한다. 순차적이고 조직적으로 세부 사항을 구성하여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뉜다. 이런 체계적인 시간의 매듭 구조를 바탕으로 우리는 사건의 순서를 정할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신발과 양말을 볼 때 신발을 신기전에 양말부터 신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좌뇌이다. 좌뇌는 퍼즐을 들여다보고는 색깔, 모양, 크기의 단서를 활용하여 배열 패턴을 인식할 줄 안다. 그리고 매사를 A가 B보다 크고 B가 C보다 크면 A는 c보다 크다는 식의 연역적 추리로 이해한다.
우뇌가 현재 순간의 큰 그림을 지각한다면, 좌뇌는 이와 달리 세부 사항을 파고들어 분석한다. 좌뇌의 언어 중추는 말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설명하고 규정하고 범주화하고 소통한다. 현재 순간의 큰 그림을, 말을 통해 서로 비교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편들로 나눈다. 좌뇌는 꽃을 보면 전체의 구성요소인 꽃잎, 줄기, 수술, 꽃가루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무지개의 이미지는 빨주노초파남보라는 언어로 해체한다. 우리의 신체는 팔, 다리, 몸통 등 해부적, 생리적, 생화학적 세부 사항들로 묘사한다. 좌뇌는 이런 실제와 세부 사항을 엮어 이야기를 만든다. 학구적 능력이 뛰어나며, 이런 능력을 발휘하여 세부 사항에 대한 권위를 보여준다.
우리의 뇌는 좌뇌의 언어 중추를 통해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나는 이런 현상을 뇌의 재잘거림이라 부른다. 당신에게 집에 가는 길에 바나나를 사라고 말하는 것도, 언제 세탁물을 찾아야 할지 계산하는 것도 바로 이 목소리다. 사람마다 마음의 속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뇌의 재잘거림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서 생각을 따라잡기가 버겁기도 하다. 언어로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다. 한편, 어떤 사람은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집중력과 주의력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듯 처리 과정에서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각자의 뇌세포가 다르고 각자의 뇌가 본질적으로 배선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좌뇌의 언어 중추는 나는 무엇 무엇이다 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도 한다. 여러분의 뇌는 인생의 세세한 면에 대해 계속해서 재잘거려줌으로써 여러분이 이를 잊지 않도록 상기시킨다. 바로 여기가 여러분의 자아가 머무는 보금자리다. 여러분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여러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이런 일을 하는 세포가 없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고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좌뇌는 언어로 사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대해 일정한 양식으로 사고한다. 감각 정보에 대해 거의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신경회로를 마련해놓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개별적인 자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대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신경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뉴런의 회로를 돌리기 위해 매번 분명한 자극이 가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향 회로’라고 해서 일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순환되는 ‘사고 패턴의 회로’를 좌뇌가 만드는데, 이렇게 하면 다량으로 밀려드는 자극을 최소한의 주의력과 연산으로 재빨리 해석할 수 있다.
좌뇌에는 이런 패턴 인지 프로그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해서 빨간색 차를 몰고 빨간색 옷을 즐겨 입는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까닭은 빨간색 물건이 시야에 들어오면 흥분해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회로가 나의 뇌에 있기 때문이다. 신경의 관점에서 보자면, 왼쪽 뇌에 있는 세포들이 내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내게 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좌뇌가 하는 일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범주화하여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과 불쾌하게 하는 것을 구별하는 일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는 좋다는 판단을 내리고, 싫어하는 것에는 나쁘다는 판단을 내린다. 비판적인 판단과 분석 작업을 통해 좌뇌는 끊임없이 우리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그래서 돈이면 돈, 학식이면 학식, 정직이면 정직, 그 어떤 면에서도 현재 우리 위치가 어디인지 계속 주시하게 만든다. 우리의 자아는 우리의 개성을 즐기고 우리의 독자성을 찬양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좌뇌와 우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언어의 경우 좌뇌는 문장 구조의 세부 사항과 단어의 의미를 이해한다. 어떤 문자로 구성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결합해서 소리를 만들고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것이 좌뇌이다. 이어 순차적으로 단어들을 연결해서 대단히 복잡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문장과 문단을 만든다.
이때 우뇌는 비언어적 소통을 해석함으로써 좌뇌 언어 중추의 행동을 보완해 준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오른쪽 뇌는 목소리 톤이라든가 얼굴표정, 몸짓 같은 보다 미묘한 언어적 단서에 관심을 갖는다. 소통의 큰 그림을 보며 표현의 전체적인 조화를 평가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몸짓과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전하는 메시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표현을 담당하는 신경에 이상이 있다고 추측하거나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좌뇌가 손상된 사람은 언어중추의 세포가 망가져서 언어를 구사하거나 이해하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온전한 우뇌의 세포들 덕분에 상대방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금세 알아낼 수 있다. 한편 우뇌가 망가진 사람이라면 메시지가 전하는 감정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파티에서 불랙잭을 하면서 ‘한 장 더 줘hit me!’ 라고 말했을 때, 우뇌가 손상된 사람은 내가 다른 카드를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을 때려 달라고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다 큰 그림의 맥락에서 소통의 의도를 평가하는 우뇌의 능력이 없다면 좌뇌는 모든 것을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려 할 것이다.
우리의 양측 반구가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좋은 예는 ‘음악’이다. 음계를 조직적으로 반복 학습할 때, 악보 읽는 법을 배울 때, 지시된 음을 내기 위해 악기 운지법을 외울 때, 우리는 주로 왼쪽 뇌에 의존한다. 오른쪽 뇌는 연주를 하거나 즉흥연주를 하거나 시창청음(악기의 도움 없이 악보를 보고 정확히 노래할 수 있는 능력과 음을 듣고 악보에 적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하는 등 현재 순간에서 음을 실현하려고 할 때 능력을 발휘한다.
혹시 여러분의 뇌가 어떤 공간에서 몸이 놓인 위치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신체 경계를 규정하는, 즉 우리 몸이 주위 공간과 관련하여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를 규정하는 정위연합 영역이 좌뇌에 있다. 한편 우뇌에는 우리 몸이 놓일 방향을 지정해주는 정위연합 영역이 있다. 그래서 좌뇌가 현재 몸의 위치를 가르쳐주면, 우뇌는 몸을 두고 싶어 하는 곳으로 옮길수 있게 도와준다.
서점에 가보면 뇌 교습과 학습, 대뇌반구의 비대칭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기 바란다. 양측 반구가 어떻게 힘을 합쳐서 우리가 현실을 지각하도록 만드는지 이해하면, 우리는 뇌가 선사하는 축복의 선물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경성 외상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록]
※ 뇌졸중 자가 진단 10가지 질문
1. 상대방에게 내 눈을 보고 말하게 하여 내가 무엇을 보고 들을 수 있는지 알렸는가? 2. 색깔을 구별할 수 있는가? 3. 주변을 3차원으로 지각하는가? 4. 시간 감각이 있는가? 5. 내 몸의 모든 부위를 내 몸으로 인식하는가? 6. 목소리와 주변의 소음을 구별할 수 있는가?
7. 식사를 챙길 수 있는가? 용기 뚜껑을 손으로 열수 있는가? 혼자서 먹기 위해 필요한 힘과 손재주가 있는가? 8. 편안한가? 몸은 따뜻한가? 목이 마른가? 아픈 데는 없는가? 9. 감각 자극(빛이나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는가? 그렇다면 잘 때 귀마개를 사용하고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할 것!
10. 순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양말과 신발이 무엇인지 아는가? 신발을 신기전에 양말부터 신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 회복에 가장 필요한 40가지
1. 나는 멍청한 게 아니라 다친 것이다. 나를 존중하라 2. 내게 가까이 와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라. 3.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라. 4. 스무 번째 가르칠 때도 처음 가르치는 것처럼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 5. 열린 마음으로 나를 대하고 에너지 속도를 늦춰라. 시간을 갖고 천천히. 6. 여러분의 보디랭귀지와 얼굴 표정이 내게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라. 7. 내 눈을 마주 봐야 한다.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나를 찾아 격려하라. 8. 소리를 지르지 마라. 나는 귀가 먹은 게 아니라 다친 것이다. 9. 적절하게 손을 뻗어 나를 만져라. 적절한 스킨십은 안정을 가져다준다. 10. 수면의 치유력을 믿어라 11. 에너지를 보호하라. 라디오. 텔레비전, 신경질적인 방문객은 금지! 방문시간을 짧게(5분이내) 제한하라. 12. 새로운 것을 학습할 에너지가 있을 때 뇌를 자극하되 기력이 금세 바닥난다는 것을 기억하라. 13. 연령대에 맞는 (유아) 교육용 장난감과 책을 사용하여 나를 가르치라. 14. 근운동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하라. 내가 모든 것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하라.(나는 또다시 갓난아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15.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게 하는 식으로 가르치라. 16. 여러분의 수준이나 스케쥴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내가 노력하고 있다고 믿어라. 17. 주관식으로 질문하라. 단답식 질문은 피해야 한다. 18. 특정한 답이 있는 질문을 하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라. 19. 내 생각의 느린 속도만으로 인지력을 평가하지 마라. 20. 나를 갓난아기 다루듯 천천히 다뤄라. 21.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해 말하지 말고 내게 직접 말하라. 22. 내게 용기를 줘라. 설령 20년이 걸리더라도 내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믿어라. 23. 나의 뇌가 언제든 계속 배울 수 있다고 믿어라. 24. 모든 행동을 작은 단계로 나눠라. 25. 내가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방해물이 무엇인지 살펴라. 26. 내가 지금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도록 다음 단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라. 27. 내가 현 단계를 완전히 숙달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 28. 내가 작은 성공을 거둘 때 마다 축하하라. 그래야 격려가 된다. 29. 나대신 문장을 완성하거나 내가 놓친 단어를 알려주지 마라. 나의 뇌가 직접 해야 한다. 30. 옛 파일을 찾지 못하면 새 파일을 만들어라. 31. 내가 실제로 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라. 32. 할 수 없는 일을 슬퍼하기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33. 내가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라. 예전만큼 악기를 연주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음악이나 악기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34. 일부 기능을 잃은 대신 다른 기능을 얻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35.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 이들의 따뜻한 지지를 계속 전달하라. 이들의 카드와 사진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벽에 붙여놓고 이름표를 붙여라. 36.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내게 사랑과 격려를 보내달라고 하라. 내 상황을 수시로 계속 알리고 나를 돕기 위해 특정한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라. 37. 현재의 내모 습을 사랑하라. 나를 과거의 내모 습과 자꾸 비교해선 안 된다. 이제 뇌가 달라졌다. 38. 나를 보호하되 나의 회복을 방해하지 마라. 39. 내가 예전에 어떻게 말하고 걷고 동작을 취했는지 알 수 있도록 내가 나오는 지난 시절의 비디오테이프를 보여 달라.
40. 처방약은 무기력한 기분이 들게 하고. 나 자신으로 있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
[Review]
긍정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이며 부정은 비교, 분석하고 비판하는 태도이다. 이 둘 사이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성격이 긍정적이라면 부정적인 것보다는 뉘앙스가 좋다. 매사 남의 말에 토를 달고 캐묻고 따지기보다는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는 것이 사람 사이에 유대감도 높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아서 모든 일을 세밀히 살펴보고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늘 문제가 따른다.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감정이라든가 이성에 의한 판단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마음이 전체적인 뇌의 종합 활동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뇌의 일정 부분이 독립적으로 어떤 사고를 담당한다는 것까지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부정과 긍정이 따로 존재하며, 슬픔, 분노, 기쁨과 같은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도 fMRI 사진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우뇌와 좌뇌의 기능에 대하여 밝혀진 지금까지의 흥미로운 사실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뇌가 큰 그림을 보는 것이라면 좌뇌는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본다. 좌뇌는 언어를 관장하고 수와 시간을 이해하고 우뇌는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기 때문에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 둘 사이에 뇌량이라 불리는 신경 다발이 연결되어 아주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보가 교류하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정보로 통합되기 때문에 우리는 좌뇌와 우뇌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인식한다. 이 책에서 긍정의 뇌는 우뇌를 말한다.
이 책은 뇌 신경과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저자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좌측 뇌를 잃어버리고 10년간의 회복 과정을 통해 스스로 알아낸 내용을 담고 있다. 체험을 통해서 저자는 좌뇌와 우뇌가 한꺼번에 통합적 사고를 관장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독립된 사고체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극히 소수이지만 뇌의 한쪽 부분만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으며 과거에는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도 어느 정도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뇌출혈을 일으키고 난 후 좌측 뇌의 기능이 상실되는 과정에서 우뇌를 통해 느낀 여러 감정 상태와 다시 좌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의 감정 상태를 통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몸소 체험했다.
우리 안에 두 개의 마음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선과 악이, 부정과 긍정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좌뇌와 우뇌의 작용이며 이 둘 사이에는 분리된 사고가 아니라 통합적 사고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하나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두 사고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뇌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인위적인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경험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뇌는 좌뇌 편향적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인의 85%가 좌뇌적이며, 혹사당하는 뇌에 발생하는 뇌졸중의 발병도 좌뇌에서 우뇌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책에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뇌졸중 체험을 통해 저자가 회복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이와 같은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뇌 과학자로서의 조언이 담겨있다. 좌뇌 편향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환경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지식을 통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에서 그녀가 한 고백이 희망을 남겨준다.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어떤 고통스런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 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몸 상태나 심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언제든 오른쪽 의식으로 넘어가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마음(우뇌)를 선택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간질병 치료를 위해 뇌량을 외과적으로 잘라내는 수술을 통해 많은 관심을 모았던 로저 스페리 박사는 1981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했다는 내용도 마음에 남는다.
“ 배경 요인을 동등하게 두고 동일 주체가 같은 문제를 처리할 때 면밀하게 좌우를 비교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 교련 절개술의 상황에서는 양쪽의 아주 사소한 차이도 중요해 집니다. 같은 사람이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의 심리적 태도와 전략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좌뇌를 사용하느냐 우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서점에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인드 컨트롤” 관련 서적들은 모두 인간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근거에 기초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과학적인 근거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뇌졸증으로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책 내용]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좌뇌의 세포들이 우뇌의 세포들을 지배했다. 왼쪽 뇌의 판단 내리고 분석하는 성격이 내 개성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상극인 두 성격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것을 경험한다.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나눠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자신의 성격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티베트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 불러 SPECT 기계 안에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게 했다. 이어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실을 잡아당기도록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 활동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 되었다. 첫째, 좌뇌 언어 중추의 활동이 감소해 뇌의 재잘거림이 멈추었다. 둘째, 좌뇌 상두정이랑에 위치한 정위연합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 부위는 우리가 신체 경계를 확인하도록 돕는 곳이다. 이곳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감각계로부터 들어오는 입력의 양이 줄어들면, 우리는 공간감을 잃고 우리 몸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양측 반구가 각자 정보를 처리하는 성향을 보면, 독자적인 가치체계와 서로 판이한 성격을 가진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두 가지 성격 모두를 잘 다스려 뇌의 양쪽 능력과 개성을 잘 활용한다. 각각의 능력을 잘 조절하고 북돋워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편향된 능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양상의 경직된 사고 패턴을 보이는 사람(좌뇌 편향)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의 끈을 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상에 빠져 지내는 사람(우뇌 편향)도 있다. "
"오른쪽 뇌에는 현재 순간 외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이 감각들로 채워진다. 출생이나 죽음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기쁨의 경험 역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지각하고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 또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뇌에서는 지금 이 순간만이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비열하게 굴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나 자신이나 남들에게 막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좌뇌의 성격이었다."
"뇌량으로 양측 반구가 정교하게 얽혀 있는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를 단일한 개인으로 자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각자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예상외의 큰 힘을 의식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뇌가 아주 단정적이거나 비생산적이거나 통제 불능으로 느껴지는 회로를 가동할 때면, 나는 정서적, 생리적 반응이 사라질 때까지 90초를 기다린다. 이어 아이를 대하듯 뇌에게 차분하고 거짓 없이 말한다. “생각하고 느끼는 네 능력은 높이 사지만 나는 더 이상 이런 생각이나 감정에는 관심이 없어. 그러니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지 마.”
"오른쪽 뇌가 인간적인 사랑을 높이 산다면, 왼쪽 뇌는 재정과 경제에 관심이 많다. "
“왼쪽 뇌를 잃어본 경험에서 하는 말인데, 마음의 깊은 평화는 오른쪽 뇌의 신경회로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회로는 항상 작동중이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다. 평화의 감각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과거의 경험을 가져오거나 미래로 투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는 첫 번째 단계는 지금 이 순간에 기꺼이 몰입하는 것이다.”
“현재 순간에 머물려면 마음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서서히 늦추어야 한다. 우선 급한 마음부터 버리자. 왼쪽 뇌는 서두르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분석할지 모르지만, 오른쪽 뇌는 대단히 차분하다.”
“추측하건대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나도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내 몸에 차오르는 감정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지적 사고를 모니터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 감정을 지각하는데 있어서 내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생화학물질이 나를 사로잡았다가 풀어주는 데 9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몰랐다.”
“습관적으로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것만큼 행복 회로를 가동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사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행복은 오른쪽 뇌의 자연스러운 존재 양태이다. 따라서 이 회로는 항상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언제든 여기에 접속할 수 있다. 반면 분노회로는 항상 돌아가지 않으며 우리가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이 생리적 반응이 혈루에서 빠져나가면 곧바로 다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변연계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감정을 싣는 역할을 한다. 다른 생물들도 이 구조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연계를 가리켜 포유류의 뇌 혹은 감정의 뇌라고 부른다. 우리가 간난아이일 때 이 세포들이 감각자극에 반응하면서 배선이 이루어진다. 변연계가 평생 동안 기능을 하지만 성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래서 감정 버튼이 눌릴 때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두 살 때와 같다.”
“들어오는 자극이 친숙한 것으로 판단되면 편도체는 잠잠해지고, 그 옆에 있는 해마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한다. 반면 낯설고 위협적인 자극이 편도체를 교란시키면, 뇌의 불안 수치가 올라가고 의식은 당면한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의 주의력은 자기 보호 행동을 취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뇌졸중은 우뇌보다 좌뇌에서 4배나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은 산소를 뇌세포에 실어 나르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기본적으로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미국 뇌졸중 협회에 따르면 허혈성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의 83%를 차지한다고 한다. 동맥은 혈액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혈관이 점차 가늘어진다. 동맥에는 뉴런을 포함한 세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가 들어 있다. 허혈성 뇌졸중은 피가 엉긴 덩어리인 혈전이 좁은 동맥을 지나지 못해서 혈관을 막는 질환이다.”
“위건은 두 개의 대뇌반구를 가진 인간들은 분명 두 개의 마음을 가졌으리라 추정하고, 마음의 이중성Duality of the Mind 이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같은 사람이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의 심리적 태도와 전략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좌뇌를 사용하느냐 우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는 양측 반구가 서로의 능력을 보충하고 강화한다. 그런데 외과적으로 분리되면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개의 독립적인 뇌처럼 기능한다.”
“그래서 과학계는 양측 반구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개체라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반쪽들이라는 견해를 지지한다. 정보를 각자 독특하게 처리하는 양측 반구가 있어서 세상을 이해하는 뇌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그래서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의 생존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양측 반구는 능숙한 솜씨로 세상에 대해 이음새 없는 매끈하고 단일한 지각을 만들어내므로 좌뇌 우뇌에서 일어나는 것을 의식적으로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먼저 우세 반구와 우세 손을 구분하고 넘어가자. 뇌에서 우세한 영역은 언어를 만들고 이해하는 능력을 어느 쪽이 점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응답자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지만 오른손잡이(미국인구의 85% 이상)는 사실상 전부 좌뇌 우세다. 그리고 왼손잡이의 60% 이상도 좌뇌 우세로 분류된다. 양측반구의 비대칭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리 몸의 왼쪽 절반을 통제하는 우뇌는 병열처리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독립적인 정보들이 각각의 감각계를 통해 우리 뇌로 동시에 밀려온다. 오른쪽 뇌는 순간의 모습과 소리와 맛과 냄새와 감촉이 어떤지 파악한 다음 이것들을 이어 붙여 전체 상을 만들어낸다. 순간들은 일회성 자극이 아니며, 감각과 사고와 감정, 그리고 때로는 생리적 반응도 이끌어낸다. 이런 식의 정보처리 덕분에 우리는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금방 파악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오른쪽 뇌의 능력 덕분에 우리는 개별적인 순간들도 사진처럼 명료하고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이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 있었고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기억한다.”
“좌뇌와 우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언어의 경우 좌뇌는 문장 구조의 세부 사항과 단어의 의미를 이해한다. 어떤 문자로 구성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결합해서 소리를 만들고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것이 좌뇌이다. 이어 순차적으로 단어들을 연결해서 대단히 복잡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문장과 문단을 만든다.”
“이때 우뇌는 비언어적 소통을 해석함으로써 좌뇌 언어 중추의 행동을 보완해 준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오른쪽 뇌는 목소리 톤이라든가 얼굴표정, 몸짓 같은 보다 미묘한 언어적 단서에 관심을 갖는다. 소통의 큰 그림을 보며 표현의 전체적인 조화를 평가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몸짓과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전하는 메시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표현을 담당하는 신경에 이상이 있다고 추측하거나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좌뇌는 언어로 사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대해 일정한 양식으로 사고한다. 감각 정보에 대해 거의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신경회로를 마련해놓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개별적인 자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대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좌뇌에는 이런 패턴 인지 프로그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Go My BookRe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