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1
[부산의 김시인과 고시인]
우리 일행은 자갈치 시장에서 선지 해장국으로 식사를 하며 꼼장어로 안주삼아 간단하게 한 잔을 나누고 택시로 송도해수욕장을 갑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처음 가보는 송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멀리 해상에는 큰 배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느꼈지만, 부산 사람에게는 그 배가 큰 배는 아니라고 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암남공원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오후 커피를 마시지 못한 내가 커피를 찾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에 있는 커피숍, 이런! 커피가 오천 원이 넘습니다. 포기했습니다. 그 돈이면 한 끼의 식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광안리에서 먹은 돼지국밥은 삼천 오백 원이었습니다. 대신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를 샀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러 가니, 음식물을 들고 탈 수는 없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물마시듯 후루룩 마시고 탔습니다. 딸이 말합니다. “아부지, 뜨거운 커피 샀으면 아까워서 우짤 뻔 했어요.”
나는 습관적으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머그잔에 커피를 타서 마십니다. 벌써 삼십년도 더 된 습관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그 날 쓸 글들을 쓰는데 두 세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 후에야 아침을 먹는데 그 시간은 보통 열한시가 기준입니다. 그리고 오후에 커피 한 잔, 이렇게 두 잔은 잊지 않고 마시는데, 결국 내 커피 습관에서 그 날은 오후 커피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밥을 못 먹으면 평생 못 찾아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커피를 평생 찾아먹기 틀렸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우리는 천천히 걸어 내려왔습니다. 약간 내리막인데, 보행자들을 위한 시설이 참 잘 되어있습니다. 중간 쯤 내려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현인 동상 앞에서 만나자 합니다. 우리는 조금 서둘러 현인 동상 앞에 갔고, 그리고 곧 두 분이 우리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옵니다. 하마터면 두 분을 껴안을 뻔 했습니다.
우리의 처음 계획은 부산 역에서 만나 자갈치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송도해수욕장에 갔다가, 그 근처에서 회를 곁들여 이른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면 깡통 시장을 가려고 했습니다.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깡통시장 쪽으로 티자 형식이 포장마차 군단이 설치되기 때문입니다. 내 눈대중으로는 백 개는 넘고, 이백 개는 안 될 것 같은 포장마차들이 들어섭니다, 거의 같은 메뉴와 같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런 풍경을 다른 곳에서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일행들도 느껴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습니다. 부산의 김시인, 고시인께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오셨기 때문이었고, 그분들의 성의가 너무 감사해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세가 칠십이 넘으신 김시인께서 차를 끌고 오셨는데, 일행이 여섯 명입니다. 할 수 없이 뒤에 네 명이 앉고, 그렇게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첫 만남들인데, 오랜 친구들처럼 분위기가, 어쩌면 동창모임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 분위기를 이끌어 가신 분이 고시인이셨습니다.
나이를 잊어버렸는지. 마냥 즐거운 대화가 오고갑니다. 헤어질 때 우리는 12월에 1박 2일 하자는 약속까지 하게 된 만남이었습니다.
첫댓글 늘 길에서의 인연은 소중합니다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