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단체들, 미국서 추방 당한 이주민 지원
입력일 2025-03-19 09:16:32 수정일 2025-03-19 09:16:32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7면
임시 거처, 영적 지원·심리 상담 등 지원
선한 목자 자선 성모회 수도자가 3월 5일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국경 파소 카노아스에서 여러 수도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베네수엘라 이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OSV
[파소 카노아스, 코스타리카 OSV] 미국에서 새 삶을 꿈꾸며 남미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주민들 수천 명이 미국 정부의 이주민 추방 정책에 쫓겨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을 떠나 남미로 돌아가는 이주민들은 열대우림 지역을 통과하면서 위험에 처하거나 강도를 만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미국에서 쫓겨난 이주민들이 남미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는 가톨릭 단체들이 이주민들에게 음식과 약,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가톨릭 단체들은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 이주민들의 이동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도록 교섭하는 활동도 한다.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Jesuit Migrant Service)에서 활동하는 로이 아리아스 씨는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국경 지역인 파소 카노아스에서 이주민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많은 이주민들이 국경 마을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고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나마 정부는 안정적인 거처가 없는 이주민들이 도시에 머물며 일자리를 찾는 것을 막고 도시에서 떠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주민들을 정글로 보내는 것은 가혹하지만, 돈이 없는 이주민들은 맨발로 정글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트를 타는 비용 250달러를 낼 수 있는 이주민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파소 카노아스에서 활동하는 선한 목자 자선 성모회 등 수도회 수녀들도 이주민들에게 식사 제공은 물론 영적인 지원과 심리 상담을 통해 이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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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당한 법·정책 맞서 이주민 권리 보장 힘써야
입력일 2025-03-19 09:18:48 수정일 2025-03-19 09:18:48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23면
한국 내 이주민은 2024년 말 기준 265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적·정책적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를 거스른다. 인권 보호가 아닌 통제를 우선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임시 구제책 또한 추가 대책 없이 오는 31일 종료된다. 법의 테두리 밖 이주민, 그리고 한국이 모국이나 다름없는 미성년 아동을 추방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교회는 이주민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돌봄과 연대의 정신을 줄곧 강조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여러 차례 이주민을 향한 환대와 사랑을 촉구하며, “이주민과 난민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존재이며, 그들을 환영하는 것은 복음의 요구”라고 했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교회는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 2월 국내 각 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위해 네트워크를 꾸렸다. 한 수도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 ‘까리따스 이주민 초월센터’는 이주민을 위한 기본적인 지원활동과 더불어 본당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연대의 공동체 구현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주민 사목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괄적인 접근과 사목이 필요하다. 정부의 부당한 법과 정책에 대응하며, 이주민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 이주민 사목은 선택이 아니라 본질적 사명임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