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태우 박사가 알려주는 "오물풍선이 알려준 북한의 실상"이라는 내용으로, 한국내 탈북민의 현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태우의 안보칼럼] 오물풍선이 알려준 북한의 실상ㅣ2024.07.19
1 | 고난의 행군 | Arduous March |
2 | 평양 순안 공항 | Pyeongyang Sunan Airport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오물 풍선이 알려준 북한의 실상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탈북자 또는 탈북민이라고 부릅니다. 탈북민들이 대거 내려오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부터이며 1998년부터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후 탈북민 숫자는 2010년까지 꾸준히 늘어났고 2009년에는 2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국경 통제, 장벽 건설, 처벌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이탈자들을 색출하여 송환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탈북자는 크게 감소하여 2019년 이후에는 매년 수백명 또는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탈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오며 그중 일부는 한국에 온 후에 미국, 독일 등으로 가서 시민권을 획득하여 살고 있습니다. 통일부 발표를 보면 2024년 초 현재 한국내 탈북민은 총 3만 4천여명입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 정부 기관장, 예술가, 영화 감독, 사업가 등 성공한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한국에 왔다가 북으로 되돌아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으로 되돌아간 재입국자는 30명 정도인데 대부분은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북한에 남은 가족을 걱정하여 되돌아간 사람들이지만, 간첩행위 등 불순한 임무를 띠고 탈북자 틈에 끼어서 한국에 왔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가 남녀 숫자가 비슷해진 것도 최근의 특징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의 통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굶주림을 해결하려고 탈북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탈북을 포기한 가운데, 정치적, 사회적 동기로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 체제에 대한 혐오,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행복, 그리고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갈구,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의 동기로 탈북하는 것이며, 그래서 외교관, 예술가, 군간부 등 북한에서 상류층으로 살던 사람들의 탈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그분들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 땅을 밟으면서 놀랐던 일들을 증언하고 있는데요, 평양 순안 공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웅장한 인천 공항과 건물, 수많은 비행기, 바다를 가로지른 인천 대교, 도로를 가득 매운 자동차 등을 보고 놀랐다고 증언합니다. 국가 정보원에 와서는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친절에 놀랐고, 교육을 받는 동안 북한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했던 아픈 치아들을 치료받은 것에 놀랐다고 말합니다. 교육을 마치고 거주할 아파트를 배정받았을 때에는 24시간 동안 전기와 더운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은 직접 북한을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실상이 정말로 그 정도인가라고 의아스럽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살포한 대오물 풍선들이 이런 궁금증을 푸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최근 한국의 통일부가 공개한 오물 풍선의 내용물을 보면 폐종이, 헌옷, 천조각, 담배꽁초, 폐가방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양말은 구멍을 그냥 매운 정도가 아니라 다른 천을 덧대어 꿰맨 후에 덧댄 천이 닳아서 또다른 천으로 덧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바지는 무릎과 가랑이 부분이 심하게 닳아 있었고 몸통과 팔을 다른 천으로 이어붙인 셔츠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나 사조가 유입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북한 체제를 거부하고 남으로 내려간 탈북민들이 대북 전단을 보낸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북한의 오물 풍선들은 극심한 가난과 통제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고단한 삶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남과 북이 왜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남북 사이에는 더 호혜적인 교류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466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