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예술음악E-Music : Ernste Musik과 오락음악U-Music: Unterhaltungm-
usik을 구분하는 문제만큼 음악계에서 감정적인 논쟁은 없을 겁니다. 항상 가치가 개입되기 때문이죠.서로 다른 영역의 음악을 쉽게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술음악 진영에서 팝이나 대중음악을 시시하고 통속적이라고 여기고, 대중음악 측에서는 교향곡이나 오페라를 너무 엘리트적이고 딱딱한 음악이라고 폄하하지요. 간혹 사람들은 예술음악과 오락음악이라는 범주가 원래는 시민 계급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곤 합니다. ‘진지한ernst’이란 형용사가 예술음악을 가리키는 용어로 잡은 것은 19세기 말의 일입니다. 19세기 초의 음악회만 해도 교향곡,피아노 즉흥연주,오페라의 아리아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앞뒤 없이 뒤섞여 프로그램을 짰고,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기도 했지만 음악회장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허용되었지요. 또 프로그램만큼이나 음악회를 찾는 청중도 다양했습니다.점차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진지한 감상’이 음악회장의 일반적인 행동규범으로 굳어갑니다. 음악은 자율적이며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예술이므로,감상자는 이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죠. 그리고20세기 초,대중들의 취향을 겨냥한 음악 산업이 태동하고 ‘음악 공연 및 복제권에 대한 법률’이 등장하면서 예술음악과 오락음악의 구분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이처럼 예술음악과 오락음악이 나뉘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레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17, 18세기부터 ‘고급 음악'과 ‘저급음악’의 구분은 존재했지요. 여기에는 사화적 위계질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가령 장바티스트 륄리의 발레음악은 온전히 루이14세 궁정의 귀족들만 누릴 수 있었지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철저히 이 음악에서 소외되고 배척당함니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의 음악 문화는 훨씬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종류의 음악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데이터를 저장하고 녹음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방대한 분야의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굳건해진 범주인 ‘진지한 음악’은 이제 광고 문구에 이용되곤 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시장에서 특정한 청중을 겨냥한 효과적인 상품으로 둔갑한 것이지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주장했듯이, ‘진지한 음악’을 소비하는 취향은 동일한 계급임을 판단하게 해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잣대이기도 합니다. 음악학은 가능한 한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지양하고 모든 종류의 음악을 열린 자세로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음악사회학 연구 결과를 훑어보면,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한’혹은 ‘오락적인’이란 낡은 표현들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을 여전히 계층이나 계급의 표현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이용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교향곡을 들으러 온 청중과 인기가요축제를 반문한 청중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죠.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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