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서재에 묵도
寵辱於吾頓不感
사랑과 모욕이 내겐 무덤덤한데
洞天雲物總收攬
골짜기 경치는 다 거두어들이네. 1)
安邦願得武侯手
나라안정에 제갈량 솜씨 원하고 2)
對共能嘗句踐膽
멸공 위해 구천의 쓸개 맛보리. 3)
數笏靑山居處足
서너 개 솟은 청산에 족히 살고 4)
一盂白飯生涯淡
한 주발의 밥에 담박한 생애라.
黙禱書齋瞻帝座
서재에 묵도로 하늘보좌 향하고 5)
魔以雌黃侵未敢
마귀의 그릇됨 감히 못 덤비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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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천운물(洞天雲物): 동천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洞壑]으로 신선이 사는 곳이란 말이기도 하고 운물은 구름덩이 또는 그런 경치이다. 수람(收攬)은 거두어 넣다, 인심 따위를 거두어 잡다, 치운다는 말.
2) 무후수(武侯手): 무후는 제갈공명(諸葛孔明)으로 그의 손, 곧 나라의 안정을 위한 그의 수완이 뛰어났기에 그런 솜씨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3) 대공능상(對共能嘗): 6.25전쟁의 참화를 입힌 공산당 원수를 갚기 위해[對共]서는 옛날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 원수를 갚기 위해 쓸개를 핥으며 고난을 참아 준비했던 고사와 같은 쓸개를 우리가 맛보며 준비해 마침내 깨트려야 한다는 결의를 강조한다.
4) 수홀청산(數笏靑山): 홀(笏)은 옛날 조정에서 관리들이 손에 들던 좁다란 서판(書板)인데 여기서는 그렇게 생긴 서너 봉우리 청산이란 말이다.
5) 첨제좌(瞻帝座): 제좌는 상제좌(上帝座)로 하나님 계신 보좌(寶座)이니 거기를 우러러본다는 뜻.
6) 마이자황(魔以雌黃): 자황은 옛날 누른 물감으로 누런 종이에 쓰인 잘못된 글자를 지우고 고치는 누른 물감이니 마귀가 그렇게 칠을 해서 그릇되게 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