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요(撲棗謠)
<대추 서리 노래>
인가소아내박조隣家小兒來撲棗
노옹출문구소아老翁出門驅小兒
소아환향노옹도小兒還向老翁道
불굽명년조숙시不及明年棗熟時
손곡(蓀谷) 이달(李達)
이웃집 꼬마 녀석이 대추를 터니
주인 노인 문을 나서며 꼬마를 쫒아 가네!
꼬마 녀석 되려 노인을 향해 소리 치기를
내년에 대추 익을 때 까지 살지도 못할걸요?
이 시는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시제(詩題)는 박조요(撲棗謠)다. 압운(押韻)은 지통(支統) 평성(平聲) 아(兒), 시(時) 운(韻)과 상성(上聲) 측운(仄韻) 호통(皓統) 운족(韻族) 조(棗)로 작시(作詩)를 한 점이 측성(仄聲) 운(韻)을 기구(起句) 운(韻)에 조(棗)를 넣어 지은 것이 특징(特徵)이다. 시제(詩題)가 撲棗謠(박조요)라 지통(支統) 평성(平聲)에서는 조(棗) 자가 없어서 측운(仄韻) 호통(皓統) 운족(韻族) 조(棗)로 작시(作詩)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짐작(斟酌)이 간다. 근체시(近體詩) 작법(作法)으로 보면 문제(問題)지만 조선시대(朝鮮時代) 작시(作詩)법으로 보면 문제가 안되었기 때문에 승구(承句) 전구(轉句)에서도 소아(小兒)가 세 번 첩자(疊字)가 중첩(重疊)되지만 시어(詩語)를 맞추다 보니 어쩔수 없이 금기(禁忌) 조항을 자유롭게 넘나든 것 같다. 이 시는 시정(詩情)이 옛날 고향 시골 농촌 가을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기승전결이 한 폭의 동양화(東洋畵)이다. 이달(李達)은 자료에 의하면 조선중기(朝鮮中期)에 당풍시(唐風詩)를 잘 지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출신(出)이 모친(母親)이 기녀(妓女)라 서자(庶子)로 신분적(身分) 한계(限界)를 넘지 못하여 벼슬길이 막히자 일생을 울분으로 시문(詩文)으로 달래며 이백(李白)과 성당십이가(盛唐十二家)의 작품을 다 외우고 시를 잘지어 선조 때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삼당파(三唐派) 시인(詩人)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말년(末年)에는 홍길동을 지은 허균(許筠)과 허난설헌(許蘭雪軒)에게 시문(詩文)을 가르쳐서 허균(許筠)은 이달(李達) 스승의 전기(傳記)로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을 집필할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달(李達)의 불후(不朽)의 명작(名作)으로 알려진 시(詩)는 불일암시(佛日庵詩)다. <절이라 구름 속에 묻혀 사노니, 흰 구름 스님은 쓸지도 않네! 손님이 와서 야 문을 열고 보니, 온 산에 송화 꽃 쇠어 버렸구려!<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불일암(佛日庵) 시는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시(詩)다. 압운(押韻) 소(掃)는 측운(仄韻) 상성(上聲) 호통(皓統) 운족(韻族)이고, 결구(結句) 화(花)는 하평성(下平聲) 마통(麻統) 운족(韻族)이다. 이달(李達)의 시운(詩韻)은 평측(平仄) 운(韻)을 자유롭게 가져다가 작시(作詩)한 것이 특징이다. 불일암 시는 깊은 산속 절에 묻혀 사는 수행자의 정경(情景)을 선적(禪的) 시각(視覺)으로 잘 묘사(描寫)된 명시(名詩)다. 앞에 박조요(撲棗謠) 시는 시골 동네 풍경을 소박하게 읊고 있다. 예전에는 시골 농촌에는 집집마다 대추나무를 다 심었다. 명절 때나 제사 지낼 때 쓰기 위해서다. 늦가을 담장에 주렁주렁 달린 대추나무가 골목길 당장 밖으로 먹음직스럽게 가지가 뻗어 익어갈 때면 동내 꼬맹이들은 따먹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서 주인 모르게 대추나무를 서리하려고 막대기로 치면 대추가 우수수 떨어진다. 동네 꼬맹이들이 대추를 몰래 훔쳐 따려고 하면 마루에 앉아 있던 노인이 대문 밖으로 나와서 내 이놈들~ 하고 소리를 친다. 그런데 그 꼬맹이들이 들키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친다. 주인 노인장 어르신 네 이놈들~ 고얀 놈들~ 거기 섰거라! 쫓아가는 척 고함을 치다, 도망가던 꼬맹이들이 돌아보면서 하는 말이 이 작품에서 걸작 포인트다. 내년 이맘때쯤까지 살지도 못 할걸요? 철없는 얄미운 소리지만 고향 농촌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의 마음은 담장 밖으로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던 시절의 주고받던 풍족한 인심을 나무라지만 말고 인심 쓰고 가라는 작가의 마음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오늘은 조선 중기 삼당시인(三唐詩人) 중 한 사람인 이달의 한시(漢詩) 세계를 알아보았다. 이달(李達)의 330수(首) 시(詩)속에는 탐관오리들의 농촌(農村) 수탈상(收奪相)까지 고발(告發)한 시(詩)들도 들어있다. 시(詩)는 그래서 시사(詩史) 역사(歷史)라고 한다. 여여법당 화옹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