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아름다운 앨리스!
그대의 내일을 응원하면서 함께 기뻐합니다. 그대가 면접을 보고 온 후 낯선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어여쁜 얼굴에 가득 피어나는 미소를 바라보는 시간은 찬란했습니다. 그대의 눈에 촉촉하게 차오르는 맑은 이슬을 보았습니다. 거실에 서서 두 팔을 높이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은 흡사 한 마리 나비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천사가 잠시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 그대는 그렇게 황홀했습니다.
그대가 대학교 졸업한 후 몇 년 동안 책상에 책과 함께 박제된 채 지내는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그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드라이브 삼아 이 곳 저 곳을 다녀오면서 옆자리에 앉아 참새처럼 말하는 목소리의 빛깔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대의 목소리의 높낮이가 어떠한지 그대의 눈빛이 얼마나 빛나는지 살피면서 조여 오는 가슴을 짓누르곤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목소리로 그대를 추켜세워도 이내 그대의 얼굴에 드리우던 잿빛 그늘을 보고 깊은 숨을 몰아쉬곤 했습니다.
그대는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집안의 첫째로서 든든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그대가 언제나 그렇게 굳건하게 지낼 수 있기만을 바라고 또 원했습니다. 저마다 가는 길이 같을 수 없음을 그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때로는 손에 쥐었던 것을 놓아야 할 때, 미련 없이 놓아주고 새로운 꿈을 향하여 도약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대가 어렸을 때, 이래라저래라 쉼 없이 조언하고 잔소리했던 어미였습니다. 어쩌다 그대와 그대의 남동생이 어미의 양육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거실에 효자손을 걸어두고 훈육할 때 매로 둔갑한 효자손으로 엉덩이를 치면서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가 된다고 했던 어미에 대해 요즘 애들이라면 가정폭력 운운하면서 신고했을 거라면서 박장대소했습니다. 그때 안방에서 어미도 웃음을 참느라고 힘들었답니다. 그대들의 대화에 동의했으니까요.
성인이 된 그대에게 어미가 할 말이 별로 없더이다. MZ세대들의 언어가 낯설고 아날로그 세대인 어미가 디지털 세대인 그대에게 자칫 잘못 충고할까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어미는 그대를 믿고 지켜볼 밖에 묘안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미가 노력하는 모습으로 그대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대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 대신 어미의 일을 신실하게 하면서 매사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습니다.
사랑하는 앨리스!
그대에게 언젠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의 창문을 닫으실 때 반드시 다른 하나의 창문을 열어 주신다!’라는 문장을 카톡으로 주었었지요. 사실은 그 문장은 어미가 좋아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사였습니다. 어미가 그대와 같은 스무 살 시절에 TV로 시청했던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그때 어미에게도 그 문장이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미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사운드 오브 뮤직’ 40주년 발간 DVD를 구매해서 같이 봤다는 것이었지요. 어미는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고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어미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어 그대는 주제곡을 모두 피아노로 연주했고 그대의 남동생은 주인공 폰트랩 대령보다 더 멋있고 훌륭한 장교가 되었습니다. 그대들은 그렇게 어미의 한계를 능가하는 크고 높고 깊고 넓은 놀라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미가 전율하면서 감사하는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게 남아있습니다. 그때 어미가 열어젖힌 하늘이 너무 좁았다는 것을 통탄합니다. 어미가 열어 준 하늘은 우물 안 개구리가 본 하늘이었습니다. 어미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이 고작 그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어미는 혼신을 다했다고 자위했으니······.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스스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때 좀 더 욕심을 내서 개구리의 배를 부풀렸어야 했습니다. 우물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더 높고 넓은 하늘을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누군가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대들의 유년시절로 데려다준다면 기필코 몇 배로 더 큰 하늘을 보여주겠노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효자손을 매로 둔갑시키는 일도 하지 않고 더 부드럽고 따뜻한 언어로 그대와 그대의 남동생을 양육하겠습니다.
내 사랑 앨리스!
그대의 꿈을 그 무엇과 타협하지 말아요. 그대의 일기장에서 빛나고 있는 그대의 꿈을 응원합니다. 어미가 유년시절에 별을 보고 따라왔던 꿈을 품에 안고 있는 지금까지 한시도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대여! 어미보다 몇 곱절 능력 있으며 재능이 출중하다는 말은 허풍이 아닙니다. 고슴도치 어미의 팔불출 자식자랑이 아니랍니다. 어미는 그대와 같은 나이에 그만한 재주가 없었습니다. 장담컨대 그대는 어미보다 몇 배나 훌륭한 글쟁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두고 보면 확연하게 알게 될 테지요.
앨리스, 그대의 말이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대가 “엄마, 이런 느낌이었어요? 우택이가 H사관학교 합격 통보를 받고 기뻐서 거실을 빙그르르 돌면서 ‘참, 좋다!’라고 말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어요? 제게도 이런 기쁜 순간이 왔다는 것이 감사해서요. 엄마, 저도 참 좋아요.”라고 말했던 순간이 어미에게 각인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대에게 하늘의 모든 별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착각을 했답니다. 그대의 주변이 온통 빛났으니까요.
내 사랑 앨리스!
그대의 축복이 지속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대의 신언서판이 곧 그대의 콘텐츠요 라이선스라는 것을 아십니까. 앨리스, 오늘 주일 예배시간에 피아노 반주하는 그대의 옆모습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서 백치 미소를 지었던 어미를 알겠습니까. 앨리스가 어미의 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를 겁니다. 앨리스, 어미도 거실을 빙그르르 돌면서 두 팔을 벌리고 환호성을 질러 봅니다. 그대와 그대의 남동생이 기뻤던 순간이 이런 거였나 봅니다.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