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급하게 나온다고 신고 있던 신발을 펜션에 두고
펜션 슬리퍼를 신고 차에 탔다가 늦게 알아차리고 되돌아갔던 적이 있어
민폐를 끼치는게 아닌가 하고 죄송스럽고 창피했다.
그런데 어제는 머물렀던 숙소에 잠바를 두고 와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가파도에서 배타고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하고 잠깐 동안 벙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급한 물건은 아니었다.
두고 온 짐은 택배로 받든, 일정 중 장소가 가까운 곳이 있으면 나중에 방문해도 될 문제였다.
회의를 통해 다음부터는 2인1조로 짐 점검을 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각자 밖에 나가 바람 쐬며 산책하거나,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고
숙소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듣거나, 간식을 먹는 등 자유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미션을 정했는데 가파도 곳곳을 사진으로 찍어온 후
발표 시간에 사진을 설명하면서 가파도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져온 사람이 1등하는 것이었다.
1등한 사람에게 각자 돌아가면서 한번씩 간식을 쏘기로 했다.
그런데 가파도에 가면 꼭 해봐야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 섬을 일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파도 사진 찍기 미션에 열중하느라
일주하는 것보다 볼거리가 있는 곳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현서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한쪽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인용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잘 타는 사람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태우고 놀았다.
그러다 마리아 선생님이 우리가 너무 애쓴다며, 쌤도 태워보겠다며 출발하다가
옆으로 넘어져 다치게 됐다.
자전거 핸들을 앞에서 잡아줘야 했었나 괜히 속상하고
뒷 자리에 앉은 현서도 중심을 잡아주지 못해 자책했다.
쌤도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고 앞으로 자제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2인용 자전거는 숙소 마당에 두고 다친 사람들은 쉬기로 했다.
문제는 그래서 남게된 1대의 자전거를 반납할 때
자전거 대여소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한번 더 갔다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자전거대여소는 숙소 정 반대편에 있었다.
자전거 반납 시간이 다가오자
정해진 시간에 자전거를 반납하지 못하면 퇴근을 못하니까
시간을 칼같이 지키라고 말했던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가파도 할아버지가 떠올랐고
헐레벌떡 내달리며 6분이나 늦었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늦은 탓에 한소리를 들을까봐 걱정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되려 시간에 딱 맞춰서 잘 왔다고 익살스럽게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가 폭소했다.
여유있는 섬, 쉬러 들어온 섬 가파도의 하루를 잘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