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은...
영화 ’소원‘ ’터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가 직접 올린글 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서울역 근처 서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위치와 상호도 가물가물합니다.
태어나서 서울을 처음 왔었고 20대 초반이라 지리에 익숙치 않않았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수 있는건 아래의 제 사연 뿐입니다. 제 사연과 일치하는 분이 계시거나 알고 있으신 분이 있으시면 제 인스타 dm으로 연락을 꼭 부탁드립니다.
노숙자에게 친절을 베푼 소중한 분은 금방 찾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0여년전..
노숙시절 한 서점에서 3일째 책을 읽고 있었다. 달리 갈곳도 없었고 역보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기 장소였다.
하지만 3일째 되던 날 연달아 찾아오는 날 벼르고 있던 직원이 말했다.
"냄새난다며 며칠째 항의 들어왔어요. 나가세요."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서점을 빠져나왔다.
그 때 "저기요?" 하는 목소리가 내 등가에 전해졌다. 분명 나를 부른다는 확신 속에 고개를 돌렸다.
서점에서 봤던 다른 직원이었다. 직원이 나에게 달려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노숙자. 나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있던 것이다.
그런 나의 행동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잠시만요! 하고 소리쳤다.
그녀의 손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그녀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읽으셨죠?"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그녀가 작품을 건넸다.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나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노숙자가 되기 이전부터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적 없는 선물이었다. 오히려 생일빵이라며 친구들은 날 때렸고 덕분에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유일한 점퍼 한벌이 찢어졌으며 난 겨울 내내 솜뭉치가 거의다 빠진 점퍼를 입고 다녀야만 했다.
낯선이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 당황스러웠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눈물이 왈깍 쏟아졌다.
그녀가 눈물을 보이는 내가 흉측해서 다시 책을 가지고 돌아갈까봐 불안하기도 했다. 난 서둘러 책을 받아들었다.
"나중에 제가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대신 약속으로 대신했다. 그녀가 웃으며 내 손을 한번 꼭 잡아주고는 돌아섰다.
그녀가 내 약속을 믿고 있었는지 노숙자의 허언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난 그녀에게 받은 친절을 매번 되새기며 버텨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때 그녀가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은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음을.
소설과 영화, 드라마까지 모두 집필하며 살아가는 꽤나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의 친절을 닮은 작품을 집필하며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수식을 얻었다는 것을.
이젠 약속을 지키고 싶다.
만나고 싶다.
그녀를 닮아있는 내 작품들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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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지내시나요?
당신으로 하여금 괜찮은 작가가 되었답니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립니다.
내가 과연 당신께 선물로 드릴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합니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감사한 마음보단 절 증명하고 싶었어요.
봐라! 내가 말한대로 작가가 됐고 작품을 선물할만큼 꽤나 이름있는 작품을 써내려갔지? 라는 자랑하고픈 마음이 크긴 했지만요.
더 늦으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만나서 20년이 훌쩍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이제 당신의 친절로 하여금 사람들은 절 노숙자가 아닌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참! 제 이름도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전 소재원 입니다.
당신의 이름도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보고싶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해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싶습니다.
-보배드림에서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