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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내가 간 뒤에 그 누구라도
내게 대하여 반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살며 내 삶에 대하여
되돌아 보며 자랑스러워 하거나 후회를 해 본 적도 거의 없거니와
그다지 내 삶을 돌아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사후 누군가 내 살던 굴을 들여다 보면서
혀를 끌끌 차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늘 집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 한다.
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우되
가능하면 지금보다 옷 한가지라도 더 가지지 않도록 노력 한다.
여전히 아직도 정리하고 버릴 게 많긴 하지만.
오늘은 책장 하나를 정리 하고 버렸다.
대형 폐기물 센터에 신고를 하고
책장을 아파트 입구에 내 놓고는 바로 산으로 향했다.
산이든 바다든 집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늘 어디든 지 갈 수 있어 좋다.
때로는 바다를 품고 있는 산을 타기도 한다.
산길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아예 깊은 숲속을 걷기도 한다.
대신 딱히 목적지를 정해 두지는 않는다.
가다가 발길이 점시 멈추는 그 곳이 때로는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누구는 말한다.
길을 가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걸어 온 곳을 뒤돌아 보기도 하라고.
그리고 앞으로 갈 길도 잠시 생각 하라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내게는 참 어렵고 잘 안되는 일이다.
그걸 못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왔던 길을 빙빙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 오는 경우도 많다.
마치 꽤 긴 세월동안 살아왔던 내 삶의 자국들처럼.
어쩜 내 걸어왔던 그 온전한 삶들이 모두 이와 같았는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모든 길들이 때로는 가시가 돋힌 길없는 길들로
이루어 지기도 했지만
꽃으로 가득 채워진 길도 있었으니
그나마 참 다행이다.
길을 걷다가 참 많은 잔가지에 발뿌리가 채이기도 했지만
땀에 온몸이 절은 채로 지치고 고단한 몸을 기대어 쉴만한
우람한 나무들도 만나지 않았던가.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길을 걷다보니 나도몰래 발길이 익은 카페에 닿았다.
카페 만디.
길을 가다보면 꽤 많은 카페를 만난다.
생소한 카페. 눈에 익은 카페. 정이 많이 가는 카페.
그중 카페 만디는 편안한 카페다.
나그네가 쉬어가기 좋은 카페.
눈이 편안해 지는 그런 카페.
까꼬막을 걸어올라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만디에 있는 카페.
그래도 그리해도 찾아 가면 보람이 있는 카페다.
굳이 힘들여 오려고 애쓰지 않아도
산길을 걷다 걷다 우연히 닿게 되면 더욱 반가운 카페다.
은근히 구석 구석 돌아 볼 곳도 많고
편안히 쉴만한 공간도 많다.
그렇게 마음껏 푹 쉬다가 카페를 나와
다시 산길을 한 15분 가량 걸으면
감천 문화마을의 꼭대기에 도착을 한다.
요즈음의 감천 문화마을은 관광객들로 가득 하다.
그것도 내국인 관광객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다.
만약 가게의 간판을 떼어 내거나
그 간판들을 외국어로 바꾼다면 영락없는 어느 외국의 골목 풍경이다.
감천 문화마을의 대표적 포토존
어린왕자와 여우 조각 상.
여기서 기념 사진을 담기 위하여
관광객들은 기꺼이 반 시간 정도는 할애를 한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 식상한 곳이기도 하다.
무료한 대부분의 내 일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