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니 여행의 물꼬가 터지고 일이 많아졌다.
항상 느끼는 것은, 바쁘면 돈이 모이고 한가하면 돈이 없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이 없을 때에는 눈치 보며 혼자 취재 다니면서 쪼들렸는데,
이제는 일이 많아져 여행 떠나기가 쉽지 않다.
23년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나 벌써 3월.
여기저기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왔다. 청산도에도 노란 유채꽃이 온 섬을 물들일 것이고.
올해는 꽃구경이 쉽지 않을 듯하니 지난해 다녀왔던 청산도를 추억해 봐야겠다.
사시사철 푸른 섬, 청산도 靑山島
청산도는 남해 연안의 섬으로, 사시사철 섬이 푸르다고 해서 '청산도(靑山島)'라 부른다. 청산도의 다른 지명 유래를 보면 맑고 푸른 다도해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신선이 산다는 섬이라 해서 '선산(仙山)도'로도 불렀고 '선원(仙源)도'라고도 했다고 전해진다.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의 본섬이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5배 정도이고(33.28km2), 해안선 길이 42km로 섬 한가운데에는 최고점 385m의 매봉산과 334m의 대봉산, 330m의 보적산 등 300m 내외의 산이 사방에 솟아 있다.
청산도는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 장도 등 4개의 유인도와 여러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쪽에 거문도, 서쪽에 소안도, 남쪽에는 여서도와 제주도, 북쪽으로는 신지도가 있다.
청산도의 관문은 도청항이다. 길은 도청 항을 기점으로 당리와 지리 해수욕장으로 나며, 어느 방향으로 출발해도 한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도청이라는 지명이 특이한데, 아마도 청산도진이 위치했던 마을이라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고인돌이 있어 선사시대부터 사람의 거주를 추측하지만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여 사람이 오래 거주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전해온다. 1960년대 청산도에서 고등어와 삼치 파시가 열렸으며 어업 전진기지로 역할을 하였으나, 지금은 유채꽃밭을 포함한 슬로길 걷기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다.
청산도 가는 방법
완도여객선 터미널 에서 07:00 ~ 17:30 까지, 약 50분 간격으로 있다.
운항시간은 변경될 수도 있으니 필히 확인하도록 하자.
배편예약 : http://island.haewoon.co.kr/
차량요금 : https://cheongsannh.nonghyup.com/user/indexSub.do?codyMenuSeq=1048386239&siteId=cheongsannh
느림의 미학, 슬로길
청산도 슬로길은 풍경이 아름다워 걷다 보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2010년 전체 11코스로 42.195km 구간에 총 17개의 길로 만들어졌다.
길이 지닌 풍경과 사람, 길에 얽힌 이야기로 각 코스를 조성했으며,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의 공식 인증으로 세계 슬로길 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보통 걷기 위해 오는 관광객이 많아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코스를 다 걷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차를 가지고 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차가 다니는 길과 도보만 가능한 길이 있는데, 나는 전체 차량으로만 다녔다. 주차할 곳이 있는 곳은 주차 후에 조금씩 걷기도 했다.
코스정보 : https://www.wando.go.kr/tour/attraction/main_tour/Cheongsando_info/slow_road
강렬했던 그날, 비바람속의 유채꽃밭
청산(도청) 항에서 약 2~3분 정도 걸어가면 서편제 길이 있다. 그곳에 주차하고 봄의 왈츠 세트장까지는 도보로 올라가면 된다.
완도에서 놀다가 마지막 배를 타고 청산도 들어간지라 첫날은 푹 쉬고, 이튿날 새벽에 섬 탐험을 시작했다.
그런데 함께 간 언니와 밖을 나선 순간.
비바람이...
1코스 봄의왈츠 세트장
그래도 이왕 나온 거 한 바퀴 드라이브라도 해볼 심산으로 서편제길로 들어선다.
일출을 기대하며 나왔으나 마주한 것은 잔뜩 흐린 하늘과 거센 비바람.
그래도 우린 꿋꿋하게 다녔다.
정오에 들어서니 조금씩 하늘이 맑아진다. 1코스 중 서편제 ~ 화랑포길 일부를 걸었다. 위에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밑에서 보는 풍경은 그림 같았다.
3코스 고인돌 공원의 하마비를 지나친다.
5코스 범바위길~용길중 밤바위길 일부
범바위는 주차장에 주차 후 약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역시나 하늘이 오락가락했지만 나름 멋진 풍경.
강한 자성으로 인해 범바위 부근에서는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침반을 들고 와서 한 번 해봤어야 했는데. 살짝 아쉽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서도, 거문도,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하늘이 흐려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드라이브에 가장 좋았던 곳은 8~10코스였다. 바다와 숲과 마을길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았다.
특히 9코스 단풍길은 가을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걷기에 가장 좋았던 구간은 6코스 구들장 길과 다랭이길이었다.
구들장 논에 대한 설명과 포토존이 있다.
차는 공터에 잠시 추차하고 마을 길을 잠시 걸었다. 주차장은 따로 없다.
하늘이 흐린 것이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한적해서 돌아보기에는 더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