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문 밖 썩 나서, 고고천변 일륜홍 부상으 둥실 높이 떠, 양곡의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다. 노화는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 펄펄 날아든다. 동정여천파시추, 금성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저리 저리요리 앙금 둥실 높이 떠, 사면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요 파광은 천일색인데, 천외 무산 십이봉은 구름 밖으 가 멀고, 해외 소상의 일천리 눈앞에 경이로다. 오초는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였고, 건곤은 어이하야 일야으 둥실 떠, 남훈전 달 밝은듸 오현금도 끊어지고, 낙포로 둥둥 가는 저 배, 저 각달무가 보소, 추일광의 원혼이요. 모래 속에 가 장신하야 천봉만학을 바래봐.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울어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으 솟아, 계산파무을차아, 산은 층층 높고, 경수무풍야자파, 물은 풍풍 짚고, 만산은 우루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둥, 칡넌출, 머루, 다래, 으름넌출, 능수버들, 벗남기, 오미자, 치자, 감자, 대초,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 갈마구,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산 두루미, 수많은 떼 고니, 소천자 기관허든 문수문전의 풍년새, 양양창파 점점 사랑허다 원앙새,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 놓던 오작이, 목파리, 해오리, 노수 진경새 따옥따옥 요리조리 날아들 제, 또 한 경개를 바래봐. 치여다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리 굽어보니 백사지로다. 허리 구브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저 우줄우줄 춤을 출 제,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촉촉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들고, 이 골 물이 쭈루루, 저 골 물이 살살, 여기 열두골 물이 한트로 합수쳤다. 천방자 지방자 월턱져 구벼 방울이 버끔, 저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꽝꽝 마주 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 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해 설> <수궁가>에서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세상에 나온 자라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대목인데, 문학성도 높고 소리도 휼륭하므로 흔히 단가로 독립시켜 부르기도 합니다. 이 단가의 제목은 하늘에 붉은 해가 떠 있는 모습을 그린 "고고천변 일륜홍"이라는 구절의 첫머리를 딴 것입니다. 이 단가의 사설은 순조 때의 명창 송흥록의 더늠인 <천봉만학가>에도 보이고 <유산가>에도 보입니다. 명창 송만갑이 기막히게 잘 불렀다고 하는 이 단가는 중중몰이 장단에 우조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나, 평-계면조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매우 흥겹고 씩씩한 느낌을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