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궁궐 이야기 1편
궁궐은 국가 최고 권력자이자 주권자인 국왕의 주거 공간이고, 모든 공적인 활동과 통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왕의 존엄을 드러내고 정령(政令)을 내는 곳’ 인 만큼, 당대 최고의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심혈을 기울여 건축하게 된다. 그러나 왕이 사는 곳이라 하여 무턱대고 크고 화려하게 짓지는 않았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조선시대의 미덕이었다.
조선왕조 최초의 궁궐이자 법궁(法宮: 으뜸궁)은 경복궁이다. 경복궁은 1395년(태조4년) 9월에 완공되어, 그 해 말 태조를 비롯한 왕실이 입어(入御)하였다. 조선왕조 법궁인 경복궁에 대하여, 제2의 궁궐이자 이궁(離宮:별궁)으로 조성된 것이 창덕궁과 창경궁이었다. 1592년(선조25년) 임진왜란 때 경복궁을 비롯한 대부분의 궁궐은 불타 없어졌다. 고종 즉위 후 수렴청정을 하던 대왕대비 신정왕후의 명으로 1865년(고종2년) 4월에 경복궁 중건이 발의되어 공사가 시작되었고, 흥선대원군의 주도하에 완성되었다.
<궁궐지>라는 자료에 따르면 경복궁의 총규모가 9,240여 간이라고 하는데, 큰 양반 집을 흔히 99간 집이라고 하는 것에 비교해 보면 궁궐은 그런 집이 60~70채가 들어있는 셈이고, 지금의 30평짜리 아파트로 치면 거의 500채에 가까운 규모인 셈이다.
궁궐은 지엄(至嚴)한 곳이기에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도록 궁성(宮城)이라고 하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담 요소요소에는 문이 있다. 그 중 정문은 대개 남쪽으로 나 있고, 그 정문 앞에는 나라의 주요 관청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를 궐외각사(闕外各司)라 한다. 궁성 문을 들어서서 외부에서 들어온 신하들이 왕을 만나는 공간을 외전(外殿)이라 하는데, 외전의 중심이며 공식 행사를 치르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을 법전(法殿), 왕과 신하들이 공식 회의를 하는 왕의 공식적인 집무실을 편전(便殿)이라 한다.
외전에서 더 내부로 들어가면, 왕과 왕비가 기거하는 내전(內殿)이 있다. 내전에서도 가장 깊은 곳, 궁궐의 가장 은밀한 중심 지역에는 왕비가 기거하면서 내명부를 다스리는 등 공식 업무를 보는 중전(中殿) 또는 중궁전(中宮殿)이라 불리는 건물이 있다.
■ 우리 궁궐 이야기 2편
내전과 외전의 주변으로 주로 서쪽에는 궁궐에 들어와 왕을 자주 만나는 관원들의 공간이 있는데 이를 궐내각사(闕內各司)라고 한다. 그리고 동쪽 편으로는 세자의 집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를 동궁(東宮)이라 한다. 사극을 보면 세자를 ‘동궁’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수많은 궁궐 건물들은 이름 끝에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齋), 헌(軒), 루(樓), 정(亭) 등의 글자가 붙는데, 제각각 그 기능과 주인의 신분에 따라 규모가 다를 뿐만 아니라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 전(殿)은 왕이나 왕비 또는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사는 집에 붙는 이름이고, 그 다음 단계의 건물이 당(堂)이다. 예를 들어, 왕은 당(堂)에도 기거할 수 있지만 세자는 전(殿)에는 기거할 수 없는 것이다.
합(閤)이나 각(閣)은 전(殿)과 당(堂)보다 격이 한층 떨어지는 건물로서 그것을 보조하는 경우가 많다. 재(齎)나 헌(軒)은 대체로 왕실 가족의 주거 공간이거나 관원들의 업무 공간에 붙는 이름이다. 루(樓)는 지면에서 떨어지게 높이 지은 마루이거나 혹은 이층집인 경우 이층을 가리킨다. 이때 일층은 각(閣)이라는 이름을 따로 가진다. 정(亭)은 경치 좋은 곳이 지은 작은 휴식공간이다.
‘전당합각재헌루정’ 이 엄격한 법칙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 순서대로 건물들의 위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왕이나 왕비들은 용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화장실은 냄새나고 더러운 곳이니 되도록 멀고 구석진 곳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뒷간’이라고 부르는 것 일테다. 그 먼 곳까지 일일이 갈 수야 없지 않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이동식 변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궁궐도 옛날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실의 고위 신분의 사람들은 뒷간에 가지 않고 이동식 변기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궁중 용어로 변(便)을 ‘매화(梅花)’ 라고 쓰고 ‘매우’ 라고 발음한다.
왕의 이동식 변기를 ‘매우틀’ 이라고 하는데, 세 변은 막히고 한쪽이 뚫려있는 ‘ㄷ’ 자 모양의 나무로 된 좌변기이다. 앉는 부분은 빨간 우단으로 덮었고, 그 틀 아래에 구리로 된 그릇을 두어 이곳에 대소변을 받게 되어 있다. 이것으로 왕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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