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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0.
<가랑비 후 폭우>
오늘은 화요일, 다낭 여행 3일째 날로 바나힐(BA NA HILLS) 가는 날이다. 다낭에서의 거리는 25~30km로 차로 약 45분에서 1시간 걸린다. 높이는 해발 1,487m로 Hill(언덕)이라기 보다는 산(Mountain), 그것도 높고 험한 산이다. 용평의 발왕산 보다도 30m나 높다. 평지와 기온 차가 무려 8~10도나 나며,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고 할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고 안개가 껴 '신의 산'이라고도 불린다. 맑은 날 바나힐 전체를 돌아봤다면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바나힐이 처음 개발된 때는 1919년 프랑스 식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베트남의 무더위를 피해 고산 지대의 시원한 날씨를 즐기기 위해 별장을 지은 것이 시초이다. 그러나 1940년 대 초 프랑스인들이 물러간 뒤 전쟁을 겪으면서 이곳은 황폐해 졌다가 2009년에 베트남의 대기업인 썬월드(Sun World)가 이 지역을 인수하여 세계 최장 길이의 케이블카와 테마파크를 조성하며 동남아 최고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바나힐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다낭에 온 사람이면 거의 모두가 다 간다. 그러나 가기는 그리 쉽지 않다. 패키지로 온 관광객이야 그냥 따라가면 되니까 어려움이 없지만 개별 관광객은 헷갈릴 일이 많다. 가는 방법부터가 문제다. 다낭에서 바나힐까지는 약 30km로 Grab으로 가면 50분 정도, 편도 약 50만동(한화 28,000원) 나오니 가는 것은 쉽다. 문제는 돌아 올 때다. 다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Grab 수요가 폭증하여 Grab 잡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엄청 뛴다. 일반 택시도 있지만 부르는 게 값이다. 입장권에도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그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기본은 입장권+케이블카+맥주(2잔)으로 95만동(성인 기준) 인데 여기에 점심뷔페, 알파인코스터, 줄 서지 않고 free pass 하는 와우패스(Wow Pass), 전문 가이드나 왕복 차량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엄청나게 변한다. 뷔페도 일반식, 베트남식, 인도식, 한국식 등에 따라 다르고 차량도 4인승, 7인승, 16인승 등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입장권 사는 방법도 다양하다. 현장에서 살 수도 있지만 줄이 길고 가격도 비싸다. 대신 인터파크, Klook, KKday, Myrealtrip, Trip.com 등에서 사면 편하고 값도 싸다. 이런 대형 여행사들은 썬월드와 특별 제휴를 맺어 대량 구매하면서 가격 책정에 여유가 있는가 보다. 시니어 할인 (70세 이상)도 해준다. 시니어 입장료는 80만동으로 성인권보다 15% 정도 싸다. 나도 한국에서 인터파크를 통해 45,000원 (79만동)에 미리 구매해 놨다. 인터파크에서는 구매와 동시에 핸드폰으로 입장권 바우처를 보내 주는데 현장에서 이 바우처만 스캔하면 통과다. 다만 시니어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권은 보여줘야 한다. 기사 딸린 왕복차량은 Trip.com에서 하루 8시간 쓰는 조건으로 37,000원에 샀다. Grab을 부를 경우 왕복 100만동(한화 약 57,000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이보다 훨씬 싸고 또 돌아올 때 편해서 좋다.
바나힐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아침 8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일찍 가야 케이블카 타는 데서 줄 서지 않고, Golden Bridge(일명 손가락 다리)에서도 다른 사람 방해 받지 않고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아침 7시에 차를 대라고 했다. 조식 뷔페가 6시 반부터 시작이라 새벽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 간단히 하고 나갈 준비했다. 6시 반에 조식 뷔페 든든히 먹고 7시 정각에 출발했다. 호텔에서 바나힐까지는 50분이 걸려 8시 첫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운행되는 케이블카는 5대, 길이는 총 5,800m로 건설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거리는 1,370m로 올라가는 시간도 25분이나 걸리며 밑으로 울창한 원시림과 ‘톡티엔’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는 골든브릿지, 프랑스 마을, 판타지 파크, 린응사, 지하 와인 저장고, 플라워 가든, 알파인코스터, 전망대 등이 있다.
이번 여행은 옴이 붙었는지 오는 날부터 비가 와서 용다리 불꽃쇼도 못 보고, 어제도 빗속을 헤맸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다낭은 일반적으로 1~2월이면 우기가 끝나고 3월이면 건기가 시작돼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는데 금년은 전혀 아니다. 오늘도 출발할 때부터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해 케이블카가 산 중턱 쯤 올라가니 거대한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산 위에 올라가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골든브칫지는 거대한 두 손이 황금빛 다리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는데,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손가락은 안개 속에 묻혀 있다. 비 올 것을 예상하고 어제 두꺼운 비옷을 미리 장만했고 산 밑에서 접이우산을 또 샀지만 전혀 무용지물이다. 거센 비바람에 우산은 뒤집혀 지고 비옷은 빗물이 스며들어 축축하다. 희미한 손가락 만 몇 컷 찍고 비바람에 떠밀려 실내로 들어 왔다. 높은 산이라 비바람이 엄청 거세게 몰아쳐서 눈도 뜨기 어렵다.
야외 구경은 포기하고 실내에 있는 판타지 파크만 둘러 봤는데 주요 시설은 드롭 타워(Drop Tower), 주라기 공원, 밀랍 인형 박물관, 4D/5D 영화관 등이 있었다. 드롭 타워는 약 29m의 높이로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높이라고 한다. 이것은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땅속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솟구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실제로 타 보지는 않았지만 높은 곳에서 갑자기 떨어지고 또 갑자기 올라가니 스릴은 있겠다. 주라기 공원은 공룡 모형들이 움직이고, 밀랍 인형 박물관은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이며, 4D/5D 영화관은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을 보여 준다. 다만 이것들은 어린이 놀이터 수준으로 어른들은 그저 애들 노는 거 구경만 하고 직접 할 것은 하나도 없다.
여기 오는데 차량과 입장권 값만도 82,000원이나 들었는데 그냥 내려가기 억울해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를 강행군했다. 비바람과 희미한 안개 속에 묻혀 있었지만 프랑스 마을 (French Village)은 19세기 프랑스의 고성(古城)과 성당의 고딕 양식 건물들을 그런대로 재현했고, 린응사 (Linh Ung Pagoda)에는 27m의 거대한 불상이 중생들은 굽어보고 있다. 다낭에는 거대한 불상이 3개 있는데 내일 가볼 예정인 영흥사 것이 제일 크고, 여기 것이 두 번째, 모레 가볼 오행산 것이 제일 작다고 한다. 지하 와인 저장고는 프랑스 식민 시절, 고위 관료들이 연회를 즐기기 위해 만든 지하 저장고로 산 정상을 깊게 파고 들어간 동굴 형태이다. 연중 16~20도를 유지하는 고산 지대 동굴의 특성을 이용했는데 총길이는 약 100m이고, 벽면은 돌과 수지(resin)를 섞어 견고하게 만들었다. 시음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유료이고 또 나는 오래 전에 술을 끊어서 패스했다. 나머지 플라워 가든, 알파인코스터, 전망대 등은 폭우로 폐쇄됐다. 공짜 맥주 2잔은 포기하기 아까워 감자칩으로 바꿔 먹었다.
정상적으로 다 둘러보려면 5~6시간은 걸리겠지만 비도 오고 몸도 축축해서 오후 1시쯤 산을 내려왔다. 기사와 약속했던 시간은 오후 3시인데 다행히 기사가 어디 가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다낭에 돌아오니 2시가 조금 넘었다. 기사는 팁 5만동 줘서 보내고 용다리에 가서 용머리 부분을 자세히 다시 찍었다. 비는 조금 잦아들어 비옷 입고 우산 쓰니 다닐 만 했다.
용다리를 천천히 길어서 어제 못 먹은 안토이(AN THOI)로 갔다. 역시 대기 줄이 길다. 순서 표를 받았는데 앞에 15팀이나 있다. 점심을 못 먹어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한 시장을 다시 둘러보며 한 시간쯤 있다 와 보니 바로 앞 팀이 들어가고 조금 기다리니 내 순번이 왔다. 안토이는 2024년과 25년에 연거푸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전통 베트남 맛집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 한국어 메뉴판도 있다. 오늘도 한국 패키지 팀이 왔는지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린다. 나는 패키지 투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가이드가 버스 태워 핫 플레이스만 골라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니 편하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깃발 따라 강아지 끌려 다니듯 다녀야 하고 원치도 않는 숍에 내려놓고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팁을 강요하기도 한다. 여행이란 지가 편한 시간에, 지기 가고 싶은데 가서, 지가 원하는 시간만큼 지내다가, 지가 먹고 싶은 맛 있는거 먹는 것이 멋이 아닌가?
메뉴판에는 곱창 쌀국수(Bún lòng), 반쎄오 (Bánh Xèo), 갈릭 소스 새우, 치즈 가리비 구이, 파인애플 볶음밥 (Cơm chiên dứa) 등 먹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나는 한 가지 밖에 시킬 수가 없다. 이게 혼자 여행 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비애다. 사람이 많아야 이것저것 시켜서 여러 가지 음식을 다 맛 볼 수 있는데 혼자니 여러 가지를 시킬 수가 없다. 메뉴판을 몇 번이나 훑어 보다 제일 먹음직한 '갈릭 소스 새우'를 시켰다. 다낭 인근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블랙 타이거 새우를 잘게 다진 마늘과 함께 기름에 볶아 향을 극대화한 뒤, 버터와 설탕 그리고 베트남 특유의 느억맘(젖갈 비슷) 소스를 입힌 요리이다. 반미(Banh Mi)라 부르는 바게트 비슷한 빵을 함께 준다. 반미는 베트남 사람들의 주식으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도입된 30cm쯤 되는 길쭉한 빵이다. 쌀가루, 설탕과 버터가 들어가 우리나라 바게트와는 차원이 다르게 겉바속촉, 맛있다. 왕새우는 직원이 까줘서 나는 먹기만 하면 된다. 맛이 기가 막힌다. 미쉐린에 괜히 등재된 게 아니다. 가격은 259,000동(한화 15,000원)으로 싸지는 않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식당을 나오다 보니 바로 앞에 두리안을 까서 파는 노점상이 있다. 배가 부른데도 입맛이 당긴다. 한 팩에 20만동이니 값도 싸지 않다. 그래도 그냥 질렀다.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두리안을 먹을 수 있으랴. 두리안을 사서 한강 변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맛을 음미했다. 두리안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역시 과실 중에 왕이라 불릴 만하다.
배가 너무 불러 배도 가라앉힐 겸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왔다. 25분 거리를 40분 걸려서 왔다. 호텔 방에 들어오니 피곤하다. 오늘은 20,000보 이상 걸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Daily Note 썼다. 내일은 다낭 북쪽 끝에 있는 영흥사와 근처 해변 둘레길을 산책할 예정이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몇명 모집해서 다시 가시면 좋은 가이드 되겠어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언제든 가자시면 기꺼이 가이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