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법, 개선을 향한 문턱 넘었다
다단계·후원 방문판매 개별재화 가격 상향 조정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던 방문판매법이 최근 물가 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직접판매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아 온 낡은 규제인 개별재화 가격이 ‘200만 원’으로 상향된다. 이로써 가격 제한으로 인해 고가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아직도 ‘다단계’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어 용어 변경 및 각종 규제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재화 가격 160만 원→ 200만 원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다단계판매업과 후원방문판매업의 개별재화 가격 제한을 완화하고,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통지의무를 면제해 즉시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먼저 다단계판매 및 후원방문판매의 개별재화 가격 제한을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했다. 또한, 다단계판매업자와 후원방문판매업자의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 변경 관련 통지의무의 예외 범위도 확대된다. 개정안은 업자들이 시장 변화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후원수당 변경이 일시적일 때 통지의무가 면제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시적 판촉 행사의 남용으로 인한 판매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 변경의 지속 기간 및 주기 등은 추후 총리령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2012년 개정 이후 유지됐던 160만 원 수준의 가격 제한에 대해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함이다”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개정을 위한 한 목소리 낸 결과
그동안 직판조합과 특판조합 등 양 조합은 직판산업협회와 함께 낡은 규제를 바꾸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소비자법학회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방문판매법의 개정을 위해 ‘방문판매법의 개정 방향‘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술대회 인사말에서 박한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회장은 “직접판매는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규제하에서도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라면서 “직접판매 중에서도 특히 다단계판매는 많은 부침을 겪으며 2010년 2조 5천억 원 규모에서 2020년 약 5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은 강력한 규제가 있었기에 직판사업의 사행성이 줄어들고, 정도를 가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사료된다”라고 전했다.
당시 학술대회에서는 ▲후원수당 지급 변경을 위한 통지기간의 개정 ▲다단계판매원의 청약 철회의 의미와 기간에 대한 검토 ▲개별재화 가격 제한의 기능과 한계 ▲다단계판매원의 후원수당 지급 비율 등 4가지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개별재화 가격 제한의 개정은 그동안 낡은 규제를 바꾸기 위해 한목소리를 낸 것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앞으로의 갈 길이 멀다.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경우 방문판매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현행 통지기간 3개월이 지나치게 길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다단계판매원의 청약 철회의 의미와 기간에 있어 3개월이란 장기 철회 기간은 어느 나라에도 볼 수 없는 조항이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많다.
후원수당 지급 비율 역시 25년이 넘도록 35%로 고정되어 있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한 부분이다. 후원수당 지급 비율에 제한을 두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베트남뿐이다. 이마저도 베트남은 40%로 제한되어 있어 우리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베트남에 진출하는 경우 후원수당의 비율이 맞지 않아 혼동이 생길 수 있으며 그 외의 나라에서는 비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산업 매출 ‘5조’에 정체되어 있어
다단계판매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2010년 매출 2조 5천억 원을 돌파했고, 2020년에는 매출 5조를 돌파하며 2배 이상의 성장을 이어왔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힘든 시기에도 다단계판매산업은 오히려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다단계판매산업의 성장세가 5조원을 기점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등 ‘3高’에 국내 산업들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다단계판매산업은 매출 5조 원 선을 지키며 선방하고 있다. 또한 세계 직접판매시장에서 매출 규모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라섰고, 이로인해 글로벌 직접판매 기업들이 꾸준히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글로벌 직접판매 기업들이 국내의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 진출을 하지 못하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단계판매업계 매출이 5조 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단계판매업계가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인해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침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작년 3월에는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민사법 및 유통법센터는 ‘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규제의 재평가'에 대한 세미나를 고려대학교 신법학관에서 개최했다. 세미나의 가장 큰 주제는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닌, 산업 발전을 위한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는 입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및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하반기 중 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직접판매업계 및 관련 기관들은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현실에 맞는 방문판매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출처 : https://www.next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