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중봉 조헌문학상
[우수상] 조천일기*를 펴는 밤 / 김희숙
사락, 책장을 넘기다 베인 검지에 붉은 선 선을 지우며 번지는 핏물 위로 지부상소 올리던 핏발 선 눈동자가 어린다 그어진 오른쪽 손가락을 왼손으로 그러쥐고 힘을 준다 손바닥 안에서 꿈틀대는 전선처럼 깔린 핏줄 펄떡이는 혈류 사이로 시공을 건너온 당신 연행 길에 오르던 당신의 맥박도 이처럼 두근거렸을까 질정관으로 홀로 걸었던 계절을 눈으로 건넌다 한양에서 의주까지 당신의 족적을 따라 걸으며 책 귀를 접고 숨을 고른다 자신을 지우며 횃불처럼 타오른 생 직언으로 일관한 구국의 삶이 아직도 문장으로 살아 짜릿하게 손끝에 전해질 때 마침내 낯선 북경에 이르러 각주를 단다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보이는 별들의 밤 손을 놓고 베인 살을 들여다보면 개혁안 상소하고 정론을 펴던 당신 모습이 수많은 시간을 관통해 생생한 별로 뜬다 손가락 뻗어 서표를 꼽고 책을 덮자 머릿속을 감아 도는 당신의 발소리가 나비 되어 펄럭이고 설핏, 눈 감으면 잘라낼 수 없는 인연의 포자가 수백 년을 건너와 내 몸 가득 흐른다
* 조헌이 쓴 기행일기
----------
심사위원들은 "응모작품들의 내용과 형식이 몰라보게 다채로워졌다. 중봉조헌 선생의 삶과 사상을 형상화한 작품 중에는 소재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며 "올해는 중봉 선생의 구체적인 행적이나 저작, 유물 등을 중심으로 역사적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품들이 많이 제출되었다. 단순히 낯선 소재를 찾았다는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어서 더욱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헌(趙憲)의 조천일기 책의 원제목은 연도일기(沿途日記)이지만 다들 조천일기라 부른다.
조선 선조 7년(1574)에 성절사의 질정관(質正官)으로 명나라에 다녀온 조헌(趙憲)이 매일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 총 2책.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등이 소장 중이다.
저자가 1574년 5월 10일부터 동년 9월 14일까지 약 4개월간 명나라를 다녀오며 지은 일기이자 기행문으로, 우리나라에서 베이징까지 왕복한 노정기와 그 과정에서 겪은 중국 명나라의 문화, 풍물, 사건, 제도, 기타 노정길에서 본 것들을 세심히 모두 기록했다.
1500년대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행길의 모습과 사행과정, 사행간의 절차, 양국의 문물교류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이다.
저자가 직접 친필로 쓴 조천일기 자필 원본은 조헌 관련 유품이란 명칭으로 다른 조헌의 유품들과 함께 보물 제1007호로 지정되어 칠백의총관리소가 보관한다. 그 외에 필사본을 국사편찬위원회이 소장 중이고, 조헌의 글을 모은 중봉문집(重峯文集)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었다. 조헌의 문집에는 저자가 1574년에 쓴 조천일기 외에도 1589년에 함경도 길주에 유배되었을 때 쓴 북적일기도 있다.
의병운동
조헌(趙憲, 1544년 6월 28일~1592년)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유학자이자 경세사상가, 의병장이다. 조선의 공조좌랑 등을 지냈다. 1567년(명종 22년)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을 역임했으며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당시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금산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일본군을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바로 증 이조참판에 추증되고 1604년 선무원종공신 1등에 녹훈되었으며, 증 다시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가 다시 증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 고종 때 성균관 문묘에 종사되었다.
|
첫댓글 참고로 김희숙님은 율격 동인인 김나비 시인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