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해부 36.. (p.303-315)
제8장 검찰 쿠데타의 소용돌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가짜 개혁이다
선택적 정의의 민낯
1. '아홉수'에 대해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열 개라 하자. 그 중 아홉 개가 장점이고 한 개가 단점이라면, 단점 하나가 부각되고 그 단점이 그 사람을 규정한다. 반면에 아홉 개가 단점이고 나머지 한 개가 장점이면, 그 장점 하나가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1) 군사쿠데타의 실세 중 하나였으면서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장세동은 '의리의 남자'로서만 기억된다,
2) 다른 수많은 문제들을 제쳐두고 오직 경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도 통상의 지배적 정치 관념이다. "It's the economy, stupid" (제임스 카빌, 클린턴 후보 캠프)
3) 나경원의 아홉가지 비리 의혹보다는,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의혹 하나가 온통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4) 야구 하나만 잘해도 누구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5) 어느 누군가는 아홉수를 했어도 검찰총장까지 됐다.
2.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해서
"정치는 생물"이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따라가보자. 정치는 무조건 권력지향적이다. 권력은 따라서 정치의 심장인 것이다. 권력을 제거시키면 정치도 숨을 쉬지 못하고 죽는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 공정이고 정의다."라는 말은 곧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살아있는 권력"이라거나 "정치 생명"같은 말들은 '권력의 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살권수의 권한'이란 권력의 이동을 검찰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며, 검찰이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누구 마음대로 권력을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으로 구분해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인가. 지가 신이라도 되나?
일반적이라면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이 있을 뿐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좋은 지배(good governance)와 나쁜 지배(bad governance)가 있을 뿐.
검찰의 수사가 여기에 간섭 및 개입을 하려는 것은 월권이고 동시에 헌법 위배 행위가 된다. 수사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과정에서의 합법과 불법을 가려주는 '최소한의 행위'다. 정치의 맨 앞에 서서, "너는 좋고 너는 나쁘다"를 함부로 재단, 평가하고 진두지휘할 권한이 없다. 만일 그리 한다면 그건 쿠데타가 된다.
"윤석열 검찰이 내세우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가소로운 이유는 기만적인 눈속임에 기초한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눈에 뻔히 보이는 정권의 비리조차 봐주기로 일관해서 생겨난 여론인데, 검찰개혁을 위해 권한을 내려놓는 리버럴 정권이 되면,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겠다는 투지로 과도한 수사를 벌인다. 일종의 야바위 전략으로,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비굴한 처세다." (p.310, 이재성)
3. 검찰개혁
검찰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의 명령을 받는 권력의 하부 행정기관이다. 단지 하나의 거부권이 있다면, 불법적 명령에의 거부와, 그 불법을 알리는 역할이 한계다.
검찰이 단죄의 대상과 범위를 임의와 자의로 결정하면 처벌받는다. 게다가 범죄 증거를 조작했다면 파면과 구속이 뒤따른다.
그런데 지난 70년간 검찰은 반대로 움직여왔다. 강한 권력 앞에서는 개처럼 기었고, 약한 권력에게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통제(control)의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통제받지 않으려는 사이비 권력 혹은 유사 권력으로서의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저항했던 게 '윤석열사단'이며, 윤석열사단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던 게 조국 장관이다. 정확히 말해서 '검찰쿠데타'다.
4. 검찰의 선택적 정의
1) "가족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나는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었다."
모든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고, 아무에게도 통제받지 않으며, 검찰총장의 위법행위를 수사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던, 불가리아의 검찰총장 이반 타타르셰프는, "내 위에 있는 건 신 뿐이다."라고까지 말하였다. (p.312, 박용현 한겨레)
2) '살권수'의 동기 목적 수법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p.313, 강인규 오마이뉴스)
"윤석열 총장은 검찰의 권력을 나누고 쪼개자고 하면 당연히 대통령도 집으로 보내실 분이다, 아무렴." (p.313, 이연주)
일본 검찰 특수부 수사의 문제점 세 가지 (이시즈카 겐지, p.314)
1) 조직 상부가 기획한 시나리오에 맞춘 상의하달형 수사
2) 특정인을 악인으로 지목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사
3) 언론에 정보를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극장형 수사
살권수의 대표적 예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안대희의 대선자금 수사로, 이 때는 여야 가리지 않고 메스를 들이댔었기에 범국민적 비판이 없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의 윤석열 수사는 메스가 아니라 전기톱을 휘두른 수사였다.
3) 살권수 대상은 공정했던가?
2014년 정윤회 문건 보도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단초에, 수사는 커녕,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을 구소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인 박근혜 최순실을 칠 생각이 없었다. (p.315)
2019년 하반기 이후의 검찰수사는 "검찰쿠데타" 혹은 "검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당시의 검찰은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 또는 '죽여야 할 권력'으로 판단했었다고 본다. (p.315)
kjm / 202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