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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공원에 사는 #코끼리 들이 무더운 여름날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어요.
조인원 기자
더 놀라운 사실은 코끼리의 하루 #배설량 이 150㎏ 이상으로 #식사량 보다 더 많다는 점이에요. 소나 양은 위 여러 개를 가지고 되새김질을 하지만, 코끼리는 위가 1개밖에 없고 되새김질도 하지 않아 소화 시간이 짧아요. 그래서 먹은 것의 절반 정도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몸 안에 있던 수분과 섞여서 똥으로 배출되어 배설량이 더 많다고 해요. 그래서 코끼리 #배설물 의 40~45%가 #섬유질 이고, 냄새도 심하지 않아요.
코끼리 똥의 모양은 둥글고 크기는 럭비공 정도인데 2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도 그 모양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만큼 질퍽거리지 않아요. 만약 코끼리의 똥이 소똥처럼 질퍽거렸다면 동물원의 조련사들은 코끼리 똥을 치우느라 곤혹스러웠을 거예요.
지난해부터 서울대공원은 이런 #코끼리똥 의 특징을 이용해 코끼리 똥에 섞인 섬유질로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섬유질을 쉽게 종이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서울대공원에 사는 어른 코끼리 다섯 마리가 하루 동안 배출하는 똥의 양은 약 400㎏인데, 이 중 60㎏을 종이로 만들고 있어요. 코끼리 한 마리의 하루 배설물로 A4용지 660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년이면 A4용지 24만장을 만들 수 있고 이는 30년 된 나무 200그루를 살릴 수 있는 양이에요.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다섯 마리가 잘 먹고 똥을 잘 누는 것만으로도 1년에 나무 1000그루를 살리고 있는 것이지요.
◇개 코보다 뛰어난 코끼리 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동요 노랫말처럼 코끼리는 윗입술과 하나로 붙어 있는 긴 코를 자유자재로 이용합니다. #코끼리코 에는 15만개가 넘는 #근육 이 있어 무거운 나무를 들어 옮기고, 물을 빨아들였다가 몸에 뿌려 더위를 식힐 수 있어요. 코끼리는 코를 마치 사람의 손처럼 쓰는 것이죠. 때로는 코로 '뿌우'하고 소리를 내어 다른 코끼리와 의사소통도 한답니다.
▲ 날씨가 너무 더우면 코끼리는 아예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도 한답니다.
윤동진 기자
심지어 코끼리 코는 개 코보다 냄새를 두 배 이상 더 잘 맡는다고 해요. 일본 도쿄대 응용생화학과 니무라 요시히토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코끼리 와 오랑우탄, 쥐, 개 등 #포유동물 13종류의 코에 있는 #후각세포 의 종류를 비교해 보았어요. 후각세포는 냄새를 뇌 신호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후각세포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어요. 연구 결과 아프리카코끼리 #코 에 있는 후각세포의 종류가 개 코에 있는 후각세포보다 2000여 개 더 많고, 덕분에 아프리카코끼리가 개보다 두 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인간보다는 다섯 배 이상 냄새를 더 잘 맡는 것이랍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연구팀은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36마리의 #야생코끼리 무리를 연구한 결과, 야생 코끼리들이 냄새로 자기 무리에서 떨어진 식구가 누군지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연구팀이 한 코끼리의 무리가 지나가는 길에 같은 무리에 있는 한 암컷 코끼리의 소변을 뿌려두었어요. 그러자 이 길을 지나가던 코끼리들은 암컷 코끼리의 소변 냄새를 맡고 이 암컷이 무리를 벗어나 먼저 이 길을 지나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바로 옆에 그 암컷 코끼리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고 해요.
코끼리는 심지어 냄새로 자기를 공격하는 사람도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해요. 케냐의 야생 코끼리들은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지만, #마사이족 사람은 공격한다고 합니다. 유독 마사이족이 코끼리 #사냥 을 자주 하다 보니 코끼리들이 냄새로 마사이족인 사람만 가려내어 공격하는 것이죠. 실제로 마사이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케냐의 야생 코끼리들 앞에서 뾰족한 창을 휘둘러도 코끼리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이쯤 되면 냄새 잘 맡는 친구의 코를 '개코'가 아닌 '코끼리코'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