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15
46년만에 처음으로 지리산 등반을 앞둔 나는 설레임 반, 긴장감 반에
중고등부 학생들과 1박2일의 캠프을 준비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성령의 열매를 주제로 9일기도와 함께 중등 교리교사와 보좌신부님과 머리를 맞대어 만든
스트레칭과 근력강화운동을 매일매일 실천에 옮겨가며 8월1일을 기다리는데.....
7월31일 월요일 오후 4시!
중부지방의 내리던 폭우와는 전혀 상관없던 목포에 장대비가 2시간여 맹공을 퍼부어 대더니
이내 잠잠히 더위를 식혀주고는 물러가는데...혹여나 지리산 등반에 변수가 생기지는 않나
노심초사하며 8월의 새 날을 선물로 받으며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파란하늘과 뜨거운 태양은
눈부시다 못해 찬란함의 축복을 빛으로 보내주어 맞이해줍니다.
전날 미리 성당 앞마당에 차량을 준비해주신 주임신부님의 센스는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수정하고 지지하며 키포인트의 역할을 통하여 안전한 산행을 위한 준비된 아이템을 총동원하여
작전명령 총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어김없이 발휘해주심은 물론 수고와 보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더 알아가며 애착을 갖고 한 땀 한 땀을 모아 고스란히 중고등부에
펼쳐보여주신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출발전 성당에 모여 기도로 시작하고 부모님들과 수녀님, 중등쌤, 사무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과 동시에 신나는 최신가요를 틀어주시는 베스트 드라이버의 주임신부님.
첫째날 목적지 중 경유지인 곡성 기차마을!
내일 산행을 위한 준비운동의 일환으로 하체근력강화와 워밍업으로는 안성맞춤인 레일바이크를 타며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연분홍 백일홍이 화사한 인사를 받으며 그늘과 햇빛을 오가는 불볕 더위도
젊음의 대명사인 중고등부의 청소년에게는 쨉도 안되는 기분좋은 시작을 알립니다.
연신 굴리고 굴려 가정역에 도착한 우리는 더위와의 한판승부에 1승을 거머쥡니다.
중간 중간 카메라를 들고 현장순간포착을 놓치지 않는 주임신부님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하여 맞이해주고 계셨고
슬슬 배가 고픈 우리들은 먹이를 찾아나선 하이에나처럼 오로지 먹을거에만 정신이 올인! 이러한 뜻을 바로 캐치하신
신부님께서는 3단에 걸친 관문을 뚫고 학생들의 의견에 입맛을 맞춰주시고 허기진 배를 2공기의 밥으로 기가막힌
남도의 산해진미를 맛보며 포만감에 여유있는 점심시간을 보내고, 한낮 8월의 날씨에 야외활동하기에는 넘 더운 기온~ 곧바로 우리의 차는 숙소가 있는 백무동으로 향하여 도착한 산밭골펜션.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짐을 푼 학생들은 곧바로 더위를 식혀줄 계곡의 시원한 물로 풍덩 풍덩~
물장난에 동심을 만난 어린이마냥 해맑게 웃는 우리 학생들의 얼굴은 이미 천사의 미소를 닮은 어린아이랍니다.
물속에 있는 시간도 어느새 2시간을 넘어서며 능선넘어로 지는 석양을 뒤로하고 또 다시 찾아온 허기진 배는 이윽고
준비된 돌판 삼겹살 파티에 안드레아 쉐프(주임신부)님의 기가막힌 손놀림에 의한 노릇노릇 구워진 기름잘잘~ 삼겹살, 소세지 여기서 끝나면 뭔가 아쉬운 허전함~! 말미의 돌판김치볶음밥은 오늘 저녁식사의 대미를 장식한 또 하나의 별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저녁도 먹었겠다 내일 산행을 준비하며 소집된 브리핑의 시간.
어김없이 주님(주임신부님의 줄임말)의 게임으로 첫날밤의 밤은 무르익어갑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한 준비사항등을 점검하며 기상과 함께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바위의 부딪힘까지도 아프지않게 끌어안은 물소리로 백무동의 밤은 깊어갑니다.
어느새 새벽5시! 지리산 등반의 아침!
능선이 보이는 것을 보니 곧 동이 틀 무렵입니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우린 물2개와 주먹밥을 각자 받아 넣고 간단하고 정교한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한 뒤 아직은 조금 어두운 산행을 앞사람을 보며 걷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산자락 밑이기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기상을 알리는 새소리와 점점 경사로 접어든 오름에
따른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나뭇잎에 뒤덮인 사이로 동트는 하늘이 간간히 보이는 하동바위.
잠시 쉬다 걷다 쉬다 걷다 중간쯤 올라가니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나이탓인지? 운동부족인지?
그래도 꿋꿋하게 올라가지만 젊음의 노트를 써내려가는 중등학생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체력의 한계를
몸이 바로 말해주네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 그래도 함께 가야할 우리들의 공동체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힘내자!~ 홧팅을 외치며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걷기를 몇시간~
웬걸~ 처음에만 돌이 있겠지 싶었던, 게속해서 이어지는 돌계단.
흙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무슨 이런 산이 있나 싶을정도다.
어느새 전염처럼 번지는 아이고~ 아휴~
한숨이 들리고 습한 기온으로 땀은 왜 이리도 많이 흘리는지?
그래도 기필코 꼭 한번은 천왕봉에 올라가보리라 다짐한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출 수 없어!
계속되던 바위와 돌계단도 중간을 넘어서니 고운 흙길을 선물해주어 그나마 아주 잠시 푹신한 융단을
탄 마냥 좋아하는것도 잠시 끝없는 경사로 길고 높게 더높게 이어지는 돌계단.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어느새 선두권과 점점 멀어져만 가는데, 다시금 힘을 내어 가뿐숨을 몰아쉬며 좁히고 좁혀 선두권그룹과의 해후,
녀석들은 땀도 안흐른다. 무슨 체력인가? 여유있는 학생들이 부럽고 또 부러워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의 첫 번째 목표인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마지막 경사를 오르며 터질듯한 숨을 몰아내쉬며
구름안개 친구를 벗삼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의 시원함에 숨을 내 쉬고 이름모를 꽃들의 응원에 힘입어 도착한
장터목 대피소~!
와~드디어 도착했구나! 꿈꾸고 예약에 실패했지만 꼭 와보고 싶었던곳.
백무동에서 장터목 5.8km구간을 6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했다.
휴식도 잠시 곧바로 도착한 베드로 보좌신부님과 함께 여기서 멈추면 안됩니다.
1.7km 앞에는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이 있습니다.
1차목표를 완수한 우리는 여학생 2명을 남기고 제석봉을 지나 1시간30분만에 천왕봉을 오르는 순간~
넘실거리던 운해도 서서히 사라지고 하늘이 열리고 정복했다는 기쁨과 지리산 정상 표석앞에서 셔터를 눌러 기념샷을
찍고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는데 3대가 덕을 쌓아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구름에 닫혀진 정상은 맑게 개인 능선을 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여기서 만족해야함을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야했다.
2차 목표지점 지리산 천왕봉 성공!
정말 기쁘고 해냈다는 자부심에 그리고 어리게만 봐왔던 중등학생들에게
정말 장하다! 멋지다! 대견하다!라고 엄지척을 보여주며 서서히 하산을 시작하는데 이건 오를때보다
내리막이 완전 거북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완만한 곳은 걷기가 쉽지만 급경사의 돌계단은 자칫 안전사고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는 비장함이 있어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내려오고
내려오는데......
내가 아니 우리들이 언제 이길을 올라왔냐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돌계단앞에 우린 떨리는 다리와
흐르는 땀, 지쳐가는 체력과의 싸움에서 기필코 안전하게 내려가야 한다는 신념하에 내려오길을
반복하다 또 쉬다. 보이지 않는 내리막을 목이빠져라 쏠리는 몸을 가누며 가도가도 끝이없는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미 도착해있는 학생들과 신부님~ 통화로 현재지점을 알려주며 막바지 남은 5명의 용사들의 사투가
14시간여 산행시간을 육박하며 기진맥진하여 이젠 한숨과 자포자기성 깡의 찬 내뱉는 한 소리들~
걷고 또 걸어 점점 어두워지는 길을 따라 드디어 도착한 백무동 입구!
미리 도착한 학생들과 함께 마중나와 응원해주시는 베드로 보좌신부님~
끝가지 완주하고 내려오는데 수고했다며 격려하고 또 격려해주시는 마음에 울컥하는 마음은
함께 했기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길을 걸었기에 더 강력하게 와닿지 않았을까?
얼마가지않아 손을 흔들며 카메라에 하산을 담는 주임신부님~ 엄지척을 보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라 손수 챙겨주시는 마음도 몸소 알기에, 함께 걸었기에
느끼는 그대로 표현해주시는 감사의 손이었습니다.
흘린땀이 몇 리터 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오르고 내렸던 돌계단이 몇 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걸었던 걸음의 수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은 함께 해냈습니다.
함께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함께 가뿐 숨을 내쉬고 함께 웃었습니다.
함께 했기에 가능하고 함께 했기에 힘이 되었습니다.
1915m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린 숫자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걷다보면 쉬게 되고 쉬다 보면 힘을 내어 또 걸었습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말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결코 어리지 않았습니다.
산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흘린 땀방울만큼 성장으로 더 커 갈 것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만큼 더 인내 할 것입니다.
손 내밀고 손 잡아주었던 고마움을 간직 할 것입니다.
여정에 함께했던 친구들을 기억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 할 것입니다.
1박2일의 여정이 준비없이는 될 수 없었던 일임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주임신부님과 보좌신부님~
든든한 사랑과 기도로 함께 해주신 본당 공동체와 가족분들~
한 사람이라도 더 가게 하려고 애쓰고 뒤에서 묵묵히 돌봐주신 교리교사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께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말씀이 되신 예수님의 힘으로
무사하고 안전한 지리산 등반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