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광동진(和光同塵)- 자신의 빛을 감추고 속세의 먼지 속에 함께 참여한다
필자가 대학원 다니던 1982년 일본에 처음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외국 나가는 사람은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은 한 외화 300달러 이상을 지참하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일본 가서 가장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소니 회사 제품인 ‘워크맨’이라는 휴대용 녹음기였다. 우리나라 녹음기는 음질이 좋지 않았고, 테이프가 끼이는 등 갖가지 고장이 잦았다. 어떤 학생의 말을 들으니, 일본 가면 소니 녹음기 사는 것이 큰 소원이었다. 예상 이외로 싸서 약 30달러 정도 준 것 같은데, 가져와서 사용해 보니, 정말 우리나라 제품 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삼성이나 엘지 제품을 자기 나라 전자제품보다 더 좋아해 일본의 젊은이들이 신혼가정을 꾸밀 때 우리나라 전자제품으로 다 채운다고 한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골 군지역에서 승용차가 있는 사람은 군수와 경찰서장뿐이었고, 방앗간을 하는 등 큰 부자일 경우 화물차 한 대 정도가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자동차 보유대수 2300만 대로 자동차가 한 집에 거의 두 대씩 있게 되었고, 자동차 생산량도 세계 5위다.
모든 수준이 50여년 사이에 눈부신 발전을 하여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국가적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다. 정말 다행한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학력도 높아졌고, 능력도 이전에 비해서 월등하게 뛰어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윤리도덕이 타락하고, 이기적인 말과 행동이 앞서 점점 인간미가 없어져 간다는 것이다.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상호간의 분쟁이나 모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양보하고 국가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의식이 우선되었으면 한다. 인권, 민주, 평화, 통일, 환경보호 등 국가사회를 생각하는 듯한 시민단체가 수없이 많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인권이나 민주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이나 음모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많다.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으니 이에 걸맞게 도덕적 문화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지상낙원을 건설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겸손하게 하며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2500년 전에 노자(老子)가 이미 말했다. “자신의 빛을 낮추고 먼지 낀 속에 동참하라(和其光, 同其塵)”고. 빛은 자신의 장점이나 잘난 것이다. ‘화(和)’는 ‘평화롭게 한다’ ‘누그러뜨린다’는 뜻이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말은, ‘자기의 잘난 점을 감추고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하고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원인은,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데 있다. 세계 9위의 수출대국이 된 우리나라가 도덕적 문화적으로 더 성장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和 : 화합할 화. *光 : 빛 광. *同 : 함께 동. *塵 : 먼지 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