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9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덕분에좋은세상
수상자: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고*경
참가도서: <전쟁과 학살을 넘어>
결과물 종류: 서평
전쟁과 학살을 넘어, 우리는 모두 ‘인류’이다
이 책은 전쟁과 분쟁, 그리고 학살을 바탕으로 국제 정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 두 명이 오랫동안 국제 정세에 관해 기사를 써왔다는 점에 의해, 책에 담긴 정보들은 매우 짜임새 있고 자세하다. 특히 이 책을 보는 학생들이 전쟁을 하나의 관점으로 보거나, 편견을 갖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했다는 점이 크게 느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 전쟁까지. 이 책은 가끔 뉴스를 듣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누구나 알지는 못하는 정보들을 담아내어 청소년들이 전쟁과 학살에 대한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 중 하나는 전쟁이나 학살의 피해자 중 어린아이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다. 초등학교 사회 수업 시간에 이 책의 144 페이지에 담겨있는 ‘세계를 울린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이라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난민’이라는 단어도 그 수업 시간에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사진 속 어린아이의 싸늘한 주검이 해안가에 놓여있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뿐,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슬퍼하시는 이유도, 당시 수업과 이 책에서 모두 소개한 “이 사진이 세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무엇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라는 말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의 나는 비로소 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고작 3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시리아 내전으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형편없는 보트에 몸을 싣고 지중해를 건너야 했던 것. 이것이 난민들에게는 그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민과 관련하여 이 책과 관련한 경험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초등학생 때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당시 함께 뉴스를 보던 부모님께서 “아직은 무서운데..”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당시 한국에서는 예멘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가 퍼졌고, 몇몇 언론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잠재적인 테러범’으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가짜 뉴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는 사람들도 당시 제주를 통해 난민이 유입되는 것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아무래도 ‘가능성’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심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이 난민협약 비준국이기 때문에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연결된 세계의 한 국가로서 난민들을 보호해야 할 인류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과 국가 모두 통합체인 ‘인류’가 되면 보편적 인권과 평화라는 화두가 다시 고개를 들며 윤리적 판단이 ‘냉혹한 주제 질서’의 일부이자 한계이자 규범으로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인류애’라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위 구절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실려있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말이다. 국제 질서의 바탕도 인류이며, 국가의 바탕도 인류이며, 개개인은 결국 인류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어쩌면 점점 더 연결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난민에 가장 집중하였던 것은 바로 그 이유이다.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의 핵심은 바로 ‘인류애’인 것이다. 비극적인 ‘현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인류로서 이해하고, 그들을 포용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인류 객체로서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전쟁과 학살을 넘어서는 방법 또한 인류애이다. 우리가 결국 모두 ‘인류’라는 것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전쟁과 학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 전쟁과 학살에 대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우리가 ‘전쟁과 학살을 넘어’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성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전쟁은 전쟁이고, 학살은 학살인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넘어 전쟁과 학살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세계의 모든 사람은 동일한 ‘인류’이다. ‘개개인’, ‘국가’ 등은 필요에 의해 인류를 분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전쟁과 학살의 의미는 이곳에 있지 않을까 싶다. ‘국가’라는 수단적 공동체 안에서 같은 인류에 불과할 뿐인 타 국가를 배척하고, 서로를 끔찍이 여기며 전쟁과 학살을 자행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세계와 인류에 대해 가지는 우리의 사고를 성찰해 볼 여지를 준다. 강조하는 바이지만, 우리가 고민하는 세계 문제의 핵심은 인류애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 하나의 인류’라는 사실로 모든 것이 귀결된다는 점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편견 없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타인, 타 국가를 존중하며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세계 시민으로서 전쟁과 학살 문제, 뿐만 아니라 난민의 문제까지도 인류애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어쩌면 이 안타까운 비극을 끝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