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60쪽 – 생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생수 마시는 것을 그만둔 지 어언 7년째이다.
고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난 뒤 거실 공간이 좁아서 정수기를 놓지 못하고 생수 2리터짜리를 사서 마셨다. 한두 달이 지나면서 생수를 구매하는 일로 고심하게 되었다. 생수를 배달시키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매 번 구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라스틱 병이 날마다 쌓여서 버리는 것이 성가셨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생수를 마시지 않기로 단호한 결심을 하였다.
생수를 배달 받기 위해서 매 번 돈을 낭비하는 것과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플라스틱 병의 처리 문제도 문제였지만 오래 전에 가난한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마시며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값싼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기로 다짐한 나의 소신이 나를 내리 눌렀던 것이다. 결정을 내린 그 날로 생수를 끊고 수돗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보리차를 만들어 마셨다. 그러나 좋아하는 차만큼은 생수를 사용하기로 하였지만 그것마저도 내려놓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불안하고 찝찝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그리하여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플라스틱 병과 쇼핑 부담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수돗물로 인하여 건강이나 피부에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누구에게 수돗물을 권장하지 않는다. 물의 문제는 건강과 기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다. 또한 집단 착각에 빠져서 생수가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물이라고 심지어는 약수라고 믿는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에 생수 이야기가 나왔다. 글이 재미있지는 않지만 생수 식음이 1634년 네덜란드에 일어난 ‘튤립광란’과 같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여 올려 본다.
다음은 60~63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발췌한 내용이다.
생수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루에 여덟 잔의 물을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는 건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투명하고 영롱한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돗물보다 생수가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수 광란은 1994년의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우물물 음용에 대한 안전 경고를 발령했다. 우물 펌프에서 막대한 양의 납이 유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사람들에게 우물 펌프를 스테인리스제로 교체할 때까지 생수 구매를 강력히 권고했다.
하지만 머잖아 생수가 수돗물보다 전반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이 퍼져나갔고 널리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음료수 회사들과 생수 업체들은 여기서 큰 사업의 기회를 보았다. 아무튼 물이라는 건 결국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 만큼 다들 공짜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것을 소비재로 바꿀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4월 나무에 새 이파리 돋아나듯 생수 브랜드가 등장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 브랜드는 등장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 브랜드 두 개는 각 각 1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생수는 한때 우물물 오염문제의 해법으로 동원된 한시적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사업으로 급성장해 2026년이면 총 4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연 생수가 정말로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맞긴 한 걸까? 물론 그렇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미시건주 플린트에, 2015년 수돗물 오염파동을 겪었던 그곳에 살고 있다면. 하지만 플린트처럼 극히 예외적인 곳을 제외하고 나면 수돗물은 양호하다. 미국의 경우 99퍼센트의 수돗물은 음용 가능할 뿐 아니라,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수라고 생각하며 마시는 물은수돗물이다. 병입되어 판매되는 물 중 절반 이상이 약간의 처리 과정을 거친 수돗물이며 양대 생수 브랜드인 아쿠아피나(펲시콜라 상품)와 다사니(코카콜라 상품)는 , 그저 디트로이트시가 제공하는 물을 한번 걸러서 플라스틱 병에 담아 넓은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병에 들어있는 물을 생수라고 마실 때 마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사기극에 속는 동시에 거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19년, 미국인들은 1,900억 리터의 생수를 마셨는데 , 이는 탄산음료의 전체 소비량을 능가하는 것이다. 주유소에 딸린 슈퍼마켓이나 상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면 4.5리터짜리 한 병에 평균적으로 1.5달러를 낵 되는데, 이는 우리가 같은 양의 수돗물을 사용할 때 내는 돈의 2천배에 육박한다.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때가 그렇고, 생수의 가격은 그 후로 더 올라갈 뿐이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지반으로 걸러졌다는 둥, 구름까지 뚫고 올라가는 일본의 명산에서 채취했다는 둥, 숫제 천사의 눈물을 받아왔다는 둥, 온갖 이유를 붙인 고급 생수들은 고작 세 컵 분량에 5달러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캐나다의 아쿠아 데코 생수는 한 병에 12달러다. 하와이안 코나 니가리 생수의 신선한 맛을 보고자 한다면 402달러를 내야 한다. 진짜 물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순금병에 담긴 아쿠아 디 크리탈로 트리부토 아 모디기리아니 생수를 마시기 위해 6만 달러를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수를 둘러싼 현상은 오늘날의 튤립 광란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사실상 거짓말이나 다를 바 없는 무언가에 수천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 그런 소비를 별개로 하고 보더라도 그 막대한 플라스틱 병 사용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이 실로 엄청나다. 생수 한 잔에는 같은 양의 수돗물에 비해 2천 배나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한편 미국만 보더라도 플라스틱 생수병의 70퍼센트는 곧장 매립되며 그리하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물길을 막는 것이다. 이런 연쇄 작용의 결과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의 어딘가에는 텍사스주의 두 배 정도 크기를 이룰 정도로 넓은 플라스틱 부유물 군집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환상의 연쇄작용은 마치 생수 광란처럼 떨쳐내기 어렵다. 다른 이들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감정적 요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착각의 연쇄에 빠져드는 것은 거짓말처럼 쉽다. 반대로 한번 착각의 연쇄가 발생하고 나면 빠져나오기란 극도로 어렵다.
생수라는 집단 착각에 대한 토드 로즈의 고발은 생수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허상인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상품의 선전과 집단 착각에 중독된 인류는 생수를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는 삶을 살 것이다.
아래 부기는 토드 로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가 말하는 집단 착각의 의미 그리고 책의 목차를 정리한 것이다.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묘시
우담 초라하니
부기
지은이 : 토드 로즈 (1974년, 유타주 출생)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교수. 지성과 두뇌교육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 소장이며 발달심리학 전문가이다. 위스 생체모방공학연구소의 부교수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았고 성적미달로 고동학교 중퇴. 대학입학검정고시를 통해서 대학에 입학. 고학으로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입학하여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비영리단체인 포퓰레이스의 공동설립자. 모든 사람이 만족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누리도록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는 활동에 열중.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평균의 종말⌟, ⌜다크호스⌟ 등이 있다.
*⌜집단 착각⌟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집단 착각⌟을 한 마디로 사회적 거짓말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집단 구성원들이 특정한 의견을 만드는데 그 판단의 근거가 사실이 아니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이다. 이렇게 집단의 구성원들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넘겨짚고 착각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집단 착각⌟이다. ⌜집단 착각⌟은 실제로는 소수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지만 마치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수의 무지에 힘입어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적절히 길들인다.
⌜집단 착각⌟은 전 지구적인 규모로 과열되어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플랫폼의 영향이 크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집단 착각을 만들거나 과열시킬 수 있다. 소셜 미디어로 열혈 추종자들과 봇을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다수의 의견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다수의 의견은 다른 의견을 가진 개인의 판단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다수의 견해로부터 멀어져 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집단 착각은 더욱 증폭 되고, 스스로 침묵을 택하면서 개인은 집단 착각의 공범이 된다. 그 결과 사회는 두 진영으로 갈리어 극한 대립을 하는 정치, 양극화된 경제, 각자의 우물 속에서 자기 귀에만 들리도록 소리 지르는 문화적 고립의 시대를 산다. 이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파편화된 집단 착각에 빠진 현대인들이 함께 꾸는 악몽이다.
저자는 ⌜집단 착각⌟은 현실을 공유하고 공통의 가치관을 나누며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사회, 민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현존하는 큰 위험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집단 착각⌟은 태생이 거짓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도구를 가지고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팬덤정치’와 ‘개딸들’의 출현 또한 ⌜집단 착각⌟의 현상으로 본다. ‘극우와 극좌’만의 정치와 언론, 교육과 문화 독접은 민주사회를 깨는 ⌜집단 착각⌟의 해악이다. 해악을 제거하는 길은 “벌거숭이 임금님”에 나오는 소년처럼 개개인이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내어 다수를 가장하는 소수의 큰 목청의 거짓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 : 엘름 홀로우의 비밀
집단 착각에 빠진 현대인
다수는 왜 침묵하는가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세네카의 조언
옮긴이의 글
1부 순응의 함정
1장 벌거벗은 임금들
사망률을 50퍼센트롤 줄인 보고타의 교통 광대/집단지성은 왜 집단 무지성으로 전락하는가/ 대중의 미망과 광기/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는 인간의 모방 본능/ 후광의 효과를 경계하라/ 확신과 착각은 종이 한 장 차이/ “왜?”라는 질문의 힘
2장 소속감을 위한 거짓말
포기할 수 없는 소속감/ 아테네 최고시민이 추방당한 이유/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도편 추방/ 집단에 도전하거나, 제 발로 떠나거나 / 인지부조화가 불러온 잘못된 선택/ 흑백으로 변해버린 세계
3장 달콤함 침묵
정치판의 판도를 바꾸는 집단 착각/ 불편하지만 안전한 침묵을 택하다/ 나사 우주 왕복선이 73초 만에 폭발한 이유/ 소셜 미디어가 주는 권력의 맛/ 역병처럼 퍼지는 자기 검열의 덫/ 의심의 시앗을 키워라
2부 사회적 딜레마
4장 작은 카멜레온
호모사피엔스의 사회적 기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다른 사람의 욕망에 주의하다./ 비교하는 뇌
5장 사회적 규범을 따라
저항할 수 없는 사회적 힘/ 두뇌는 예측 가능한 규범을 갈구한다/캉디드의 오류/
6장 오류의 왕국
생각의 함정/ 하얀 거짓말의 폐해/ 보고 싶은 정보만 보는 세상/ 알고리즘 속에 살아가다/ 환상을 파는 장사꾼
3부 회복력 수업
7장 일관성이라는 미덕
삶에서 부조화가 일어날 때/ 거짓말과 기만의 차이/ 인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 호모 이코노미쿠스 다시 보기/ 진실성과 진정성/ 동양의 성(誠)을 배우다/ 조화로운 삶이 주는 행복
8장 낯선 이를 향한 신뢰
가부장주의의 대가/ 제도를 향한 신뢰/ 불신 착각/ 양극화되는 세상/ 서로를 향한 신뢰의 힘/ 신뢰와 배반의 손실 교환/ 당신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노르웨이 감옥에서 미래를 보다
9장 거짓 위에 세워진 세상
힘없는 자들의 힘/ 규범을 깨부술 용기/ 긍정적인 일탈/ 집단 착각에 균열 내기
감사의 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