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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동메달 순간, 父 여홍철은 그제야 목이 메었다 [도쿄 SS현장]
김용일 입력 2021. 08. 01. 20:10
1일 오후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한국 여서정이 동메달 획득을 기뻐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이젠 ‘여홍철의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한국 여자 체조의 간판’ 여서정(19·수원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다. 그는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 애틀랜타 대회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와 함께 국내 최초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 아버지 여홍철의 현역 시절 모습. 스포츠서울DB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난도 6.2점.양손으로 도마를 짚고 몸을 공중에서 두바퀴(720도) 비트는 동작)‘을 펼쳐 수행점수 9.133점을 보탠 15.33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 착지가 다소 불안해 14.133점을 받았다. 그러나 메달 전선엔 이상이 없었다. 여서정은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역사를 품었다.
도쿄 | 연합뉴스
여자 기계체조는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한국은 1960년 로마 대회부터 여자 기계체조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냈는데 이전까지 메달을 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서정이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93년 역사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이날 여 교수는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딸의 경기를 바라봤다. 딸이 1차 시기에서 안정적인 착지로 연기를 마치자 “와~”하고 환호하며 “너무 잘했다”고 감격해했다. 2차 시기에서 다소 착지에 실수가 나왔을 땐 애써 아쉬움을 감추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했다. 노심초사하던 그는 마지막 8번째 선수로 나선 릴리아 아카이모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실수로 6위를 기록, 여서정의 동메달이 확정되자 또 한 번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 (2차에서) 착지 실수가 나와서…”라고 말한 여 교수는 딸이 값진 동메달을 품자 그제야 목이 메었다. 여서정도 이정식 감독, 민아영 코치와 얼싸안으며 참아온 눈물을 펑펑 터뜨렸다.
도쿄 | 연합뉴스
도쿄 | 연합뉴스
늘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 ‘여홍철의 딸’로 살아야 했던 여서정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2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마침내 3년이 지나 오륜기 앞에서도 새 역사를 쓰면서 3년 뒤 파리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여서정의 동메달은 한국 체조 역대 올림픽 10번째 메달(금1·은4·동5)이기도 하다. 금메달은 지난 2012년 대회 도마 남자 부문에 출전했던 양학선이 따냈다.
한편, 이날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선에 출전한 류성현(19·한국체대)은 14.233점을 받아 8명 중 4위를 차지했다. 그는 예선 때보다 높은 난도 7.0점짜리 기술을 결선에서 선보였다. 그러나 수행 점수가 7.533점에 머물렀고 감점도 0.3점을 받으면서 아쉽게 입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류성현은 가능성을 입증하며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게 됐다. 함께 출전한 김한솔(26·서울시청)은 13.066점, 8위에 그쳤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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