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와 쑥뿌리를 캐느라 바쁘다.
옥수수, 땅콩 등 밭작물을 심는 시간은
쑥과 겨루는 시간의 반에 반도 안 된다.
극조생종 볍씨 3종(흑저도, 황토조, 무산도)
그리고 증식용 볍씨 3종(도래, 두충조,
흰다닥)을 심을 예정인 논에서도
촘촘하고 견고한 그물망과 다름없는 쑥뿌리를
캐느라 하루가 금새 가버린다.
논밭은 그동안 쑥에게 많은 신세를 졌지만
쑥이 점령한 곳에서는 어떤 작물도 살지 못해
지상부는 물론 지하부까지 드러내
바짝 말려야 한다.
자생 쑥이 널려 있어 아예 떡집과 계약맺고
이걸로 돈벌까 싶다.
아이는 자칭 쑥천지 교주란다.
잠시 비닐을 덮은 일부 논둑 못자리에
볏모가 올라왔다. 역시 발아가 빠른 흑도다.
나머지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이달 중순이 지나야 할 듯.
최아와 발아의 차이를 새삼 느낀다.
볍씨 발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는데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다.
역시 벼 못자리는 쉬운 세계가 아니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볏모 대신 온갖 풀이
빡빡하게 올라왔다.
아이는 감 씨앗이 발아한 것을 연신
아래 2층 밭으로 옮겨 아주심기까지 했다.
이 못자리는 늦여름에 참외와 수박도 달린다.
먹은 걸 되돌려주다보니.
정말 다양한 풀이 못자리를 가득 채웠다.
볏모가 없으니 김매기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무척 힘들다. 시간도 꽤 걸리고.
못자리 덮는 흙을 바깥에서 구하지 않고
표층의 것을 써서 풀이 많이 생겼다.
표층에는 풀씨도 많지만 유기물과
무기물도 많다.
만약 김매기가 가능하다면 거름진 흙을
그대로 쓰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대신 시차를 잘 활용해야 한다.
볍씨 발아는 참 늦다.
발아기 속 하루가 밖에서는 열흘쯤 한다.
반면 온갖 야생풀은 훨씬 빠르다.
볍씨가 여전히 흙 속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을 때
풀들은 고개를 쑥 내민다.
못자리는 빈틈 하나 없는 풀천지가 되고
농부는 쪼그려 앉은 채 연신 풀을 뽑는다.
다행히 볍씨는 이 와중에도 무탈하다.
이게 잘하는 짓을까 싶지만
풀이 나는 것을 인정하고
필요에 의해 풀을 정리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벼 못자리에 풀이 나는 것을 근본으로
차단하려면
첫째, 덮는 재료로 주변 풀을 사용해선 안 된다.
자칫 씨앗을 품고 있는 녀석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신 탈곡한 볏짚이나 호밀대를 피복용으로
써야한다.
둘째, 상시 못자리와 그 주변에
풀이 나는 것을 내내 경계해야 한다.
풀씨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셋째, 덮는 흙을 별도 마련해야 한다.
풀씨가 없는 것으로.
하지만 풀이 나고 풀씨가 떨어지는 걸 받아들이면
결국 이렇게 못자리 김매기에 바삐
몸을 굴려야 한다. 과연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까?
내년 못자리 김매기는 아주 쌈박한
아이디어가 있긴 있다.
역시 시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볍씨 떨어뜨리기 전에 일제히 강제 발아 -
최아로 해결하기이다.
마치 일찍 논물대고 잡초를 흔들어 깨워
트랙터로 갈아엎고 나서 벼를 심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렇게 허리 굽혀 쪼그려 앉기보다
삼각괭이의 날카로운 날로 쓱쓱~
서서 김매기 할 수 있으니 내년에 꼭 써먹고 싶다.
오늘이 첫날인데 다리가 저리고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
본답 김매기가 없으니 못자리에서라도
애쓰라는 뜻인가 보다.
간만에 흠뻑 비가 왔으니 볏모가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 김매기를 마쳐야 한다.
첫댓글 맛깔나는 이야기
잘 봅니다.
고맙습니다.^^
쑥천지 교주님의
미래가 기대되는군요.
요즘 교주께서 자전거를 얻어와 삽질 안하고 자주 잽싸게 도망다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