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서늘해진 날씨에 깊은 숨을 들이쉬어본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상쾌하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지옥이란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례에 보기 드문 폭염으로 사람들은 밤잠을 설쳤고 그런 와중에도 코로나로 인해 바깥 출입은 그리 자유롭지도 못했다. 해외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경계했다. 많은 대처로 다행히 코로나발생자가 그나마 두 자리 수 인것에 안도를 했지만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했고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느슨해진 탓일까? 광복절에 이어 그 다음 주 월요일을 소비진작 차원에서 공휴일로 정해졌고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있었다. 그로인해 또 코로나는 대유행을 하였다.모든 뉴스의 촛점은 코로나 감염자 수와 검사로 시끄럽기 시작했다. 서로 탓 을 해대는 모습도 질릴 지경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8월 초의 집중 호우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섬진강 댐의 일부가 유실되고 강원도에서는 댐 상황을 점검하러 나간 공무원들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으며 그 밖의 지역에서도 많은 사고가 생했다. 산사태가 일어나고 제방이 유실되는 등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9호 태풍 마이삭은 강품을 동반하여 많은 비를 가지고 또 우리나라를 강타하여 아직 홍수 피해도 복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는 .늘어갔다. 그런와중에 10태풍 하이선이 더 큰 위력으로 다가온다는 소식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학교는 휴교를 하였으며 교원들은 재택근무나 출근시간을 조정하였다. 당일 아침 세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언제쯤 출근해야하는지를 고민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다행히 9시쯤에 하늘이 밝아와 출근준비를 하고 출근했더니 몇몇 남교원들이 먼저 와서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10여년 전 학교가 침수된 적이 있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별일이 없었다. 그날은 급식소에서 임시로 라면을 끓여 교직원들에게 급식을 제공해 주어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폭염, 홍수, 태풍, 코로나확산 등으로 지난 여름은 정말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가장 위대한 것은 시간이라고 했던가! 입추가 지나고 9월 중순이 오자 그렇게 견디기 힘들었던 열대야가 우선 사라졌다. 아직 태풍이 더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고 또한 코로나19 역시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힘들게 할 지는 알 수가 없다. 시간을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그걸 견디고 사과와 배와 포도가 선보이고 있다. 예년에 비해 당도가 떨어진다고 말들을 하지만 나는 역경을 딛고 맺은 열매에게 고마움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낸다. 그 시간에도 이렇게 영글어 주어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