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 세계 편(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간 열흘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인문학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게 주효한 것 같다. 그동안의 책들은 꼭 알아야 할 지식을 다이제스트로 나열해놓아, 먹을 땐 맛있지만 먹고 돌아서면 무언가 허전한 식사와 같았다.그러기에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또 다른 갈증을 자져온 것이다."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외워야 하는 숫자도, 인문학 고전이라는 어려운 책 설명도, 유명인의 히스토리도 없다. 역사를 결정지은 경제적 흐름이 어떻게 현재 신자유주의까지 왔는지, 경제에서 시장과 정부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의 보수와 진보로 이어지는지, 또한 개인과 전체의 구분이 사회/윤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지금의 세계를 만들어낸 지식의 흐름이 재미있게 이어진다. 방대한 영역의 지식이 하나로 쭉 연결되는 그 점이 독자들은 열광시켰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 너머 편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의 영역에 대해 알려준다. 인문학에 이어 과학과 예술도 필수 지식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대에, 접하기 어려운 지식의 분야를 쉽게 설명해주니 현실너머의 세계가 바로 손에 잡히듯 다가온다. 앞에서 시장과 정부, 보수와 진보, 개인과 전체 등 이분법으로 지식을 구조화했다면, 여기서는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로 지식을 구분해서 보여준다.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철학 상식들, 철학자들, 학창 시절 무조건 암기했던 과학 지식들, 난해했던 예술 작품들, 막연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의식에 관한 문제 등 우리 안에 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조합을 이룬 느낌이다.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에 따라 철학, 과학, 예술, 종교가 단순하게 정리되어, 자연스럽게 지식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고, 삶에 대한 태도를 정할 수 있다. 화해하기 어려운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 고정되고 불변하는 보편적 진리를 찾는 사람과, 그러한 진리를 거부하는 사람 - 이 두 종류의 사람들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의 영역을 넘나들며 토론하고 논쟁한다. 우선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철학에서 절대주의, 과학에서 고전물리학, 예술에서 고전주의, 종교에서 유일신교를 지지한다. 변하지 않는 엄격한 이성과 논리가 우리를 진리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라고 이들은 생각한다.
다음으로 변화하는 상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철학에서 상대주의, 과학에서 현대 물리학, 예술에서 낭만주의, 종교에서 다신교를 선호한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견해의 인정이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이들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종류의 사람들 외에 진리에 대한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회의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의 견해는 오랜 기간 동안 무시되고 억압의 대상이 되어왔다. 다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와 이성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이들의 견해가 주목받았다. 철학에서 회의주의, 과학에서 과학철학, 예술에서 현대 미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교에 이은 신비의 세계, 넓고 얕은 지식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