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암침구학요결」 |
하지만 행림서원에서 발행한 책 서문 안에 역시 “사암은 임진왜란에 승병을 지휘하여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四溟堂 松雲大師의 수제자라고 한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에 사암이 스님이라는 설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몇 년 전에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란 시대극이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의 기운이 조선의 숨통을 조여 오고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선조 25년 무렵에 발생한 이몽학의 난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역사극이다.
여기서 주인공이 다름 아닌 황정학이란 이름의 떠돌이 맹인 검객이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사암과는 별개의 극중 배역일 뿐이지만 침도 놓고 칼도 쓰는 무림고수로 등장한다. 만화로 된 원작을 영화로 각색한 것인데, 원작자가 어디선가 사암의 스토리를 접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전혀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스토리이지만 침이 됐든 칼이 됐든 누군가 귀신같은 솜씨를 지닌 神鍼이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의 고질병을 一擧에 해결해 주길 바라는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리라.
오사카의 한 침구사박물관에는 九鍼 모형과 함께 양날을 가진 커다란 劍을 전시해 두고 침과 검이 모두 사람을 해치는 사악한 病邪를 물리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음을 해설해 놓았던 것이 떠오른다.
소개 자료는 가로 길이가 기다란 프린트물로서, 본문은 서문을 포함해서 29면에 불과한 소략한 책자이다. 내용을 일별해 보면 먼저 경락계통의 구성체계가 2쪽에 걸쳐 도표로 작성되어 있다.
특히 경락을 내경맥, 외경맥, 신경경맥, 絡眽, 孫絡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혈관, 임파관과 같이 해부학적으로 확인된 순환계를 내경맥으로 분류하는 한편, 기존의 경락설을 외경맥의 개념으로 설정해 포괄하고 있어 당시 경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부가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상호 연계되어 있는 경락계를 순차적으로 순환하는 특정한 경락순환체계가 있다고 설정하고 12경락을 浮游 순환하는 經絡液을 말하고 있는데, 세포에서 말단경혈 → 표층경혈 → 심층경혈 → 장기내경혈 → 말단경혈 → 세포의 순서로 상호 연결되고 조직세포와 장기를 경락액이 순환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국제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어 모았던 북한학자 金鳳漢의 경락설(일명 산알학설)과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있어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으나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 경락의 연계와 경락액의 순환 순차, 경락액의 화학, 경락과 자극의 傳導, 경락과 생체의 自己更新, 경락학설과 침구치효이론, 人身小宇宙說과 경락작용, 침구의 본치법과 표치법, 음양론, 오행론, 五行歸類表, 조직관, 생리관, 병리관, 진단관, 오행침구학의 맥진례, 치료관, 오행혈의 운용례, 오행혈 일람표, 오행혈의 운행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본문이 모두 도표와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또한 이 책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 넘어가 五行針法으로 탈바꿈된 고유 침술,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만할 전통의약 문화유산임이 분명하다.
지난 주 사암침법의 창안자로 알려진 사암이 누군인가 하는 실존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끝을 맺었다. 문제를 제기하신 손영석 선생은 애초에 일제강점기 뒤 끝에 杏林書院에서 이 침법을 소개하면서 「舍巖道人鍼灸要訣」이란 서명을 붙임으로 인해 사암이 마치 道家의 술사를 의미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었다.
◇ 「사암침구학요결」
하지만 행림서원에서 발행한 책 서문 안에 역시 “사암은 임진왜란에 승병을 지휘하여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四溟堂 松雲大師의 수제자라고 한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에 사암이 스님이라는 설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몇 년 전에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란 시대극이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의 기운이 조선의 숨통을 조여 오고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선조 25년 무렵에 발생한 이몽학의 난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역사극이다.
여기서 주인공이 다름 아닌 황정학이란 이름의 떠돌이 맹인 검객이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사암과는 별개의 극중 배역일 뿐이지만 침도 놓고 칼도 쓰는 무림고수로 등장한다. 만화로 된 원작을 영화로 각색한 것인데, 원작자가 어디선가 사암의 스토리를 접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전혀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스토리이지만 침이 됐든 칼이 됐든 누군가 귀신같은 솜씨를 지닌 神鍼이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의 고질병을 一擧에 해결해 주길 바라는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리라.
오사카의 한 침구사박물관에는 九鍼 모형과 함께 양날을 가진 커다란 劍을 전시해 두고 침과 검이 모두 사람을 해치는 사악한 病邪를 물리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음을 해설해 놓았던 것이 떠오른다.
소개 자료는 가로 길이가 기다란 프린트물로서, 본문은 서문을 포함해서 29면에 불과한 소략한 책자이다. 내용을 일별해 보면 먼저 경락계통의 구성체계가 2쪽에 걸쳐 도표로 작성되어 있다.
특히 경락을 내경맥, 외경맥, 신경경맥, 絡眽, 孫絡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혈관, 임파관과 같이 해부학적으로 확인된 순환계를 내경맥으로 분류하는 한편, 기존의 경락설을 외경맥의 개념으로 설정해 포괄하고 있어 당시 경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부가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상호 연계되어 있는 경락계를 순차적으로 순환하는 특정한 경락순환체계가 있다고 설정하고 12경락을 浮游 순환하는 經絡液을 말하고 있는데, 세포에서 말단경혈 → 표층경혈 → 심층경혈 → 장기내경혈 → 말단경혈 → 세포의 순서로 상호 연결되고 조직세포와 장기를 경락액이 순환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국제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어 모았던 북한학자 金鳳漢의 경락설(일명 산알학설)과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있어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으나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 경락의 연계와 경락액의 순환 순차, 경락액의 화학, 경락과 자극의 傳導, 경락과 생체의 自己更新, 경락학설과 침구치효이론, 人身小宇宙說과 경락작용, 침구의 본치법과 표치법, 음양론, 오행론, 五行歸類表, 조직관, 생리관, 병리관, 진단관, 오행침구학의 맥진례, 치료관, 오행혈의 운용례, 오행혈 일람표, 오행혈의 운행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본문이 모두 도표와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또한 이 책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 넘어가 五行針法으로 탈바꿈된 고유 침술,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만할 전통의약 문화유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