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재 시 ＜칡냉면＞칡냉면을 안 먹은 지 벌써 이십 년은

[푸른솔]

칡냉면

-윤동재

칡냉면을 안 먹은 지

벌써 이십 년은 더 된 것 같다

내가 여학교 선생이었을 때

어느 날 선생님들과 학교에 남아 일을 하고

칡냉면을 시켜 먹었다

우유를 배달하는 젊은이가

마침 우유 배달 왔다가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아무 날도 아니라고 했더니

아무 날도 아닌데

칡냉면을 다 드시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직 칡냉면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 뒤에도 날마다

제때 우유를 배달하러 왔다

나는 그의 말이 목에 걸려

여태껏 아예 칡냉면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생각하니

그에게 칡냉면 한 그릇 사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에게 칡냉면 한 그릇 사 줄 수 있는 형편은 되었는데

참 쩨쩨하고 옹졸했던 나에게

얼마 전 실컷 욕을 했다

아니 쌍욕을 마구 퍼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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