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 염전/손순미
빛의 긴 손가락이
쩍쩍, 몸을 찌르는 땡볕
막막한 저 소금의 섬
무섭게 조용한 염전 속으로
건너편 풍경이 속속 이사를 든다
수묵화 한 폭이 완성되었다
피안의 저 풍경 어디쯤
만개한 도원이 있겠지
갈 수 없는 그곳
늙은 염부가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허물며
한 됫박, 두 됫박
검은 수레 가득 사리를 수습하고 있다
저녁이 덜컹,
관 뚜껑을 열 때까지
-------------------------------------------------------
손순미 시인의 시집<칸나의 저녁>에 실린 시입니다.
지난 부안문학기행에서 변산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났었지요.
소현숙 회장님이 "저기가 곰소 염전이어요."하고 가리켜서 잠꺈 보았던 곳이지요. 시원스레 펼쳐진 그 갯벌을 보고 저는 가슴이 뭉글해져 이 시가 떠올랐어요.
쩍쩍,몸을 찌르는 땡볕에서도 염부는 화가처럼 이상적 경지인 "피안"의 풍경을 수묵화 한 편에 담아내지요. 건너편 풍경도 속속 이사를 들지만 그 도원에 갈 수는 없지요.결국 늙은 염부는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허물며 사리가 된 소금을 수습하여 수레에 담지요. 저녁이면 어둠이 밀려오듯 언제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때까지 염전에서 일을 하지요.
예술이란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곳에 미치지 못하고 간극을 만들지요. 그래도 힘든 세상속에서 뭔가를 다독이고 버무리며 주조해 가는 것이야 말로 일상에 품위를 부여하고 삶을 이어가는 낭만이 아닐런지요. 우리가 묵묵히 약을 짓는 일도,글을 쓰는 일도 모두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일이지요.(감상/어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