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 수목원, 미리 가본 300년 후의 선물
화창한 주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달리다보니 곧게 뻗은 자전거도로가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도 좋게지만 바람이 좀 찬 것이 차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는데 역시 아직 봄이 오시질 못했나 봅니다. 하지만 이번 주가 지나면 봄이 오시겠죠.
천리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낯익은 건물이 보게되었는데 사랑의 도서관이라는 모 방송에서 기업과 군청의 후원을 받아 시공된 도서관입니다. 하지만 때를 못 맞춘 것인지 오늘은 휴일이라는 군요. 이색적인 건물이 었으나 서해안의 강한 햇살에 책들이 상할까 하는 걱정도 들더군요. 입구 한쪽에는 쓰레기 봉지가 있었는데 동물들의 습격인지 쓰레기 몇개로 지저분해 보이더군요.
그거 외에는 건물은 대체적으로 깔끔했으며 관리도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이런 방송용 행사를 마치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지역 미관을 해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거든요.
달리고 달려 드디어 천리포수목원에 도착 하였습니다. 주차장은 의외로 휑하네요. 처음엔 잘못 온 줄 알았는데 이곳이 맞더군요. 아직 이른 봄이여서인지 관람객들은 많이 없더군요. 천리포 수목원은 민병갈님에 의해 설립된 국내최초 민간 수목원이라고 합니다.
13,200여 종류의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어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설립 이후 40년간 연구목적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비개방 수목원이었지만, 7개의 관리 지역중 첫번째 정원인 밀러가든을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을 하였다고 합니다. 신문에서 보았던 곳을 이렇게 오게되다니 가슴이 설레이네요.
입구 매표소는 꾸밈없이 간단하게 컨테이너가 놓여져 있고, 일정시간에 맞추어 수목원 해설사님들이 해설을 해주시기 때문에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시는 방문객분들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차를 하고 오는 사이에 벌써 해설사님과 관람객들은 들어가 버려서 저도 발걸음을 재촉 하였습니다.
밀러가든의 입구 입니다. 아직 이른 봄이라 꽃은 땅아래 숨었고 수목은 앙상한 뼈마디만 내놓았네요. 수목원은 총 7개의 지역으로 이곳 밀러가든과 무궁화가 아름다운 생태 교육관, 담백한 꽃을 피우는 목련원, 바다직박구리의 지방명을 붙인 낭새섬, 상쾌한 침엽수원, 활엽수가 많은 종합원, 자연식생 보존지역인 큰골로 나뉘어지는데 오늘은 밀러가든을 둘러보게 되었네요.
수생식물원을 지나 만난 구행정사무실입니다. 지붕 색깔하며 모양이 독특하게 생겼네요. 벌써 노란 복수초가 봄을 맞이하러 나왔네요. 매서운 바람 때문에 꽃은 볼 수 없을줄 알았는데 건물을 돌다가 우연히 발견하였는데 바가운 마음에 핸드폰을 드리 밀었네요.
보라색 크로커스가 봄이 왔다며 재잘거리네요.
수목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게스트 하우스가 곳곳에 있지만 수목원과 잘 융화되어 자연이 잘 보존된 시골집에 온 느낌입니다. 뜨거운 여름 마루에 앉아 수박 한덩이 먹고 싶은 초가집과 자연속으로 녹아 들어간 기와집들을 보니 뜨끈한 온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들어가 쉬고 싶네요.
곳곳의 게스트 하우스에는 숙박객이 있으니 출입을 삼가해달라는 표지가 달려 있습니다. 들어가소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겠네요. 꽃들이 만발하고 초목들이 푸른 옷을 갈아 입으면 다시 찾아와 그땐 온돌에 몸을 녹여야 하겠네요.
민병갈님은 미군의 청년장교로 한국에 와서 반세기 넘게 살며, '천리포수목원'이라는 세계적인 자연동산을 일궈놓고 이 땅에 묻힌 푸른 눈의 한국인이다.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한국에 반한 그는 김치와 된장이 입에 맞는 것은 물론, 한복을 입고 온돌에서 사는 것을 즐거웠다.
한국의 자연에 심취하여 1970년부터 시작한 나무심기는 30여년 만에 척박하고 해풍이 심한 천리포 민둥산 18만평을 공인된 '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이 곳에 모은 목련, 호랑가시나무, 동백류의 수집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민병갈님은 나무를 존엄한 생명체로 보고 인간이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나무를 위한 수목원을 가구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58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입버릇처럼 "내 전생은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한국을 언제나 '우리나라'라고 불렀다. 부유한 금융인이었지만 자식같은 나무들의 양육을 위해 근검절약을 생활화하였으며 말년엔 전 재산을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에 유증함으로써 57년 한국사랑을 마감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민병갈님의 남다른 나무사랑과 자연애호를 금탑산업훈장으로 보답했고,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 그의 공적을 새긴 동판초상을 헌정했다. 저세상에 가면 개구리가 되기를 소망했던 민병갈님의 소박한 꿈은 만인의 가슴에 계속남아 이 세상의 초목과 생태계를 지키는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천리포 수목원 안내판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나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곳이 였습니다. 저는 한국인으로써 얼마나 나라를 사랑하고 있었을까요?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만으로도 후대에 남겨질 유산을 만들어지는 수목원에 들러서야 제가 앞으로 걸어 갈 길이 보이는 것 같네요.
민둥산으로 혹은 어느 모래사장처럼 횟집 가득한 해수욕장이 될지도 몰랐던 해변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상쾌한 바닷 바람 때문인지 아님 오랜만의 외출인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 집니다. 그런데 한 켠에서는 현재 공사 중입니다. 아마도 해변과 수목원의 접점지역을 개선하는 것 같은데 이질감이 없도록 조성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도 다음 방문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숲 해설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면 재미난 해설을 들으며 수목원을 둘러 볼 수 있습니다. 해설을 들으며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 덧 수목원 한바퀴를 돌아 보았네요. 아직 잠자고 있는 수목원을 보며 5~6월 중에 다시 한번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 그때는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거 같거든요.
"나는 3백년 뒤를 보고 수목원사업을 시작 했다. 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민 병 갈-
천리포 수목원
한국농어촌공사 네티즌 홍보대 박태화 |
출처: 촌아띠 원문보기 글쓴이: 촌아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