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라이프 600호 발행을 축하합니다>
팔월에 가슴 아리는 고향
옛말에 ‘어정 칠월’, ‘둥둥 팔월’이라 했습니다. 아마 ‘곡식과 과일들이 열리고 영글어가는 시기라 농사일이 바쁘지 않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팔월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풍경이 새록거리는 계절입니다. 감나무 그늘 아래 동네 여인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연 허벅지에 삼을 삼았지요. 간식은 강냉이랑 감자에 금방 길러 온 샘물에다 새콤달콤한 오이냉국이었지요. 그 맛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안에 새콤달콤한 맛이 감돌아 군침이 돕니다. 풋감이 툭 떨어져 머리를 때리면 아프기도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온 동네가 떠나갈듯했지요.
지금은 볼 수 없는 고향 집의 향수는 육 십 년 세월이 지나도 생생하게 납니다.
방학 때라 엄니께서 소소한 심부름을 끝도 없이 주문하시면 그저 신이 나서 들락거리고, 방학 숙제 한답시고 조그만 밥상 들고 앉아 한몫 낄세라 귀를 쫑긋 세워 아지매들 얘기들을 들으면 하기 싫은 숙제는 뒷전이기도 했지요.
나이 들수록 그리워지는 고향. 아름다운 이별, 영원한 이별을 한 부모 형제들. 언덕배기에서 뛰놀던 친구들. 다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두가 가슴 아리도록 그립고 보고 싶은 팔월입니다.
※ 삼을 삼다 : 삼베를 만들 때 허벅지 맨살에 대고 문질러 실이 꼬이게 하는 작업. 엄청 아프다고 한다.
강 영 숙
해운대새마을금고 부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