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나리오는 임충 작가가 집필했다. 임자 없이 떠돌던 시나리오를 이두용 감독은 한림영화사 김갑의 기획실장에게서 전달받았다. 이두용 감독이 읽어보니 '망자 결혼식', '뒤바뀐 신분', '씨내리' 등 세 편을 모아놓은 <전설의 고향>류의 옴니버스 시나리오 였다.
이미 신상옥 감독이 만든 <이조여인잔확사>와 별 다른 게 없는 내용이었다. 이두용 감독의 주저하자 영화계 사부였던 인연의 한리영화사 정소영 대표는 마음대로 고쳐서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로서는 이두용 감독이야말로 대종상에서 작품상을 받아 외화 쿼터를 받아 위기의 영화사를 구출해줄 구세주로 보였을 것이다. "해보죠!" 승락을 하고는 이 감독은 여관방을 잡아 직접 시나리오 각색에 들어갔다.
당시 대종상 마감 기일이 두 달여 앞이라 이 감독은 일주일 동안 시나리오를 만들고 제작부는 헌팅을 완료했다. 그리고 영화의 주요 무대인 강릉으로 촬영을 떠났다. 여배우도 J에서 원미경으로 바뀐 상태이고 신일룡 배우가 캐스팅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외 최성호, 문정숙, 현길수 배우가 출연이 확정되었다.
제작부는 부랴부랴 장소 섭외를 하고 촬영은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성춘 카메라 감독의 영상미는 배수진을 친 듯 예사롭지 않았고 이두용 감독은 신들린 듯 연출하였다. 배우들과 스태프 역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움직여 영화는 기일 내에 완성되어 무사히 출품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대사가 적고 영상미가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이두용 감독의 장인정신이 두드러져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경자 편집 감독의 섬세한 손길로 영화는 편집의 교본처럼 빛이 났다.
엔딩에서 남편이 준 은장도를 쓰지않고 자신의 의지로 목을 매단 여주인공 길례의 모습은 양반사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인의 항거였다. 이 울림은 강렬했고 긴 시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역시 이두용 감독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명편이었다.
이 영화는 목표했던 대종상을 석권하고 기타 영화제에서 수상한다. 그리고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까지 수상했다.
이 영화야 말로 이두용 감독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그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