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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크레인
석미화
차라리 기린 무리라고 부르고 싶어요 목을 빼 몸을 교차시키면서 허공을 누벼요, 누벼놓아요
밤낮, 어슬렁 거닐며 구름 너머에 쌓아 올리는 거죠 허공의 십자로에서 바람이 편을 가르고 있어요
약정서상, 목뼈가 가장 취약하다죠, 허점을 밟아 올라갈수록 발아래는 더 아득해, 행복한 거니까요
누군가 길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고 일러줬어요, 웅성거리는 소리 들었어요
저 건너편 고공 초원
동물의 왕국은 늘 재방송되죠, 낮달은 인각鱗角에 걸리고, 길쭉한 몸통과 몸통, 부비며 애무하는 사이
밥상머리 쪽으로 천천히 조여들어오는 그림자
낯익은 하품 안쪽, 구멍 숭숭한 목뼈가 걸리고, 공중분해되는 세떼
빛의 잔해가 붉은 국물 속으로 끝없이 스며들어요
석미화
1969년 경북 경주 출생,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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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놀이
이병철
공사장에서 우리는 무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개들이 짝짓기하는 냄새야 아니야 날지 못하는 새의 똥냄새야 죽은 사람 냄새야, 시멘트 먼지 속으로 우리는 코를 킁킁거렸다
죽은 사람 냄새는 슬프다
슬픈 게 뭔지 어떻게 알아? 그건 아직 배우지 않았잖아 철근 위로 어둠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일어서자 우리는 냄새 쪽으로 자갈을 집어 던졌다
저기엔 아무도 없어, 여기서 자고 갈래? 무서워 너희들 등 뒤로 냄새가 따라오는 게 보여 겁쟁이, 우리는 안 죽어
냄새로부터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너희는 몰라
어둠이 냄새를 환하게 밝히는데 너희는 죽음의 냄새 같은 건 없다는 듯 벽돌로 도미노 놀이를 하며 웃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 공사장에 코를 두고왔다 어떤 꿈에선 앞으로 나란히, 도미노처럼 넘어지는 너희를 본다
누가 너희를 밀었니? 아무도 웃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
내가 마지막 블록이 될게
이병철 1984년 서울 출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서울 과기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수료.
200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가작 입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