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마침내 아가와 한몸이 되다
이때 반두타는 이미 갈이단과 한데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 가득 흉터가 있는 기녀는 아기와 싸우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기녀는 위소보에게 달려들었다. 위소보는 웃었다.
[왜 간질이라도 일으켰느냐? 이와 같이 사납게 달려들게 뭐람.]
그 기녀의 일 손가락은 갈고리 같았으며 그 기세가 흉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탁자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쳐 그 기녀의 다리를 밀었다. 그 기녀는 미춘주를 마 신 이후 약기운이 퍼져 있던 터라 머리가 그렇지 않아도 흐릿했는데 위 소보에게 밀리게 되자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한두 번 흔들하더니 털 썩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곧이어 나머지 세 명의 가짜 기 녀도 차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수두타와 상결은 서로 몇 수를 주고받았는데 발바닥에 받친 것이 있어 서 움직이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수두타는 두 발에 힘을 주었다. 그라자 뚝뚝, 하는 소리와 함께 받친 것이 부러졌다. 상결은 그제서야 욕을 했다.
[알고 보니 난쟁이였구나.]
수두타는 노해 말했다.
[나는 옛날에 너보다 훨씬 키가 컸다. 내가 난쟁이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인데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상결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두 사람은 입으로는 말을 하고 있었으나 손은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무공의 고수인지라 수초를 겨 루게 되자 서로 상대방의 무공에 대해 암암리에 탄복을 했다. 상결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삼계의 수하에 이와 같이 무공이 뛰어난 위사가 있었다니 놀랍구 나.) 수두타도 속으로 생각했다. (너의 무공이 고강하기는 하지만 위소보라는 꼬마의 주구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무슨 좋은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때 갈이단은 수초를 주고받자 그만 반두타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반두타는 이미 한 잔의 미춘주를 마신 후라 손발이 영민하지 못 해 일시에 그를 때려눕힐 수가 없었다. 아기는 자기와 싸우던 기녀가 초식이 민활하지 못하고 몇 수도 쓰기 전에 역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갈이단을 보니 갈이단은 연신 뒤로 물러서지 않는가?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나가 도와 주었다. 반두타는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고 몸을 두 번 휘청거렸 다. 단지 적이 자기의 가슴에 일 장을 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힘이 별로 무섭지 않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과 발을 밀어젖히고 두 손의 식지로 상대방의 겨드 랑이 아래쪽을 짚었다. 아기는 대뜸 전신이 시큰해지면서 맥이 빠져 천천히 육고헌의 등 위에 쓰러졌다. 아기가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할 때 반두타가 갑자기 앞으로 쓰러져왔다. 갈이단이 부르짖었다.
[아기! 아기! 그대는 어떻게 되었소?]
별안간 반두타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주먹으로 갈이단의 가슴팍을 내 질러 갈이단은 일 장 밖으로 나가떨어져서는 벽에 심하게 부딪혔다. 반두타와 수두타의 내력은 매우 심후했다. 미춘주를 마시기는 했으나 이는 기녀원에서 만든 흔허 볼 수 있는 미혼약이라 결코 그 약효가 무 섭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지러운 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여전히 지탱해 낼 수가 있었다. 이때 수두타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희뿌연 한 무더기의 그림자였 다. 그런데 상결의 그림자가 모호하게 흔들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그는 손을 뻗어 때리려고 했으나 상결은 가볍게 피해 버렸고 오히 려 자기의 오른쪽 귀와 뺨을 잇달아 심하게 주먹으로 얻어맞게 되었다. 상결의 장력은 무섭기 이를 데 없어 아무리 수두타의 가죽이 두껍고 살 이 두툼하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잇달아 울부짖 음을 토해 내더니 문 밖으로 달아났다. 육고헌 역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으나 상체의 혈도가 풀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멍청하게 서 있다가 달려나갔다. 갈이단은 반두타에게 얻어맞아 벽에 부딪히게 되자 등줄기 가 갈라지는 듯 아파왔다. 정히 겁을 먹었을 때 반두타가 왼손으로 탁 자를 짚고 눈을 감은 채 오른손을 가슴팍 앞에 들고서는 끊임없이 흔들 어대는 게 아무래도 누가 습격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갈이단은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벌떡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달려가 힘주 어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반두타는 크게 부르짖더니 왼손을 획 뒤로 돌려서 갈이단의 가슴팍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의 몸을 쳐들어 올렸다. 상결이 재빨리 달려들어 구하려고 했다. 반두타는 눈을 뜨고 갈이단을 잡은 채 감로청에서 달려나가 몸을 날려 담장 위로 뛰어올랐 다. 상결은 호통을 내질렀다.
[사람을 내려놓아라!]
그러더니 즉시 뒤쫓아 나갔으며 곧이어 지붕 위로 달려갔다. 그런데 두 사람의 호통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위소보는 탁자 밑에서 기어나왔 다. 나와 보니 바닥에는 어지럽게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쌍아와 증유는 감로청 모퉁이에 누워 있었고 네 명의 가짜 기녀들은 바 로 옆의 바닥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정극상은 의자에 비스듬히 누운 상태로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싸움의 와중에 의자가 넘어져서 그는 이미 탁자 밑으로 굴러가 있는 상태였다. 아기의 상반신은 바닥에 누워 있고 하반신은 의자 위에 걸쳐져 있는 상 태였다. 이 사람들 모두는 하나같이 꼼짝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혈도를 짚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미춘주에 정신을 잃어 마치 죽은 사람 들 같았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쌍아였다. 재빨리 그녀를 부축 하여 일으켜 보니 눈동자는 여전히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고 호흡도 평 소와 같아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혈도를 풀 줄 몰랐기 때 문에 쌍아와 종유, 아기 세 사람을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 그는 마음속으로 모친이 걱정되어 어머니 방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러 고 보니 위춘방은 침대가에 쓰러져 있었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가서 부축해 일으켰다. 그런데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아닌 가? 하지만 숨소리와 가슴은 평소처럼 뛰고 있었다. 아마도 신룡교의 사람에게 혈도를 짚힌 모양이었다. 여춘원의 갈보들과 자라들은 하나도 요행을 바랄 수 없이 혈도를 짚힌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몇 시진이 지 나면 자연히 풀어질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감로청으로 돌아와 귀를 기울였다. 반두타와 수두타 혹은 상결과 갈이단이 되돌아오는 기척이 없어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 가득 흉터가 있는 가짜 갈보는 나에게 크게 눈짓을 했는데 아마 도 나에게 조심을 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양심이 괜찮은 편 인데 누구인지 모르겠구나.) 그는 몸을 굽히고 손을 뻗쳐 그 여자의 얼굴을 몇 번 어루만졌다. 그러 자 한 겹의 흙이 손을 따라 떨어지면서 간드러지고 부드러우며 곱고 휜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소군 주 목검병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역시 그대는 나에게 정을 지니고 있었군. 그대는 그들에게 잡혀서 나 를 속이도록 핍박을 받은 것이겠지.]
갑자기 그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다른 세 명의 가짜 갈보는 누구일까? 방이 소저는 그 안에 있을까 없 을까? 그 작은 갈보는 전문적인 방법을 강구해서 나를 해치려고 들었는 데 이번에 이 사람들과 함께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노 릇이다.) 그는 방이를 생각하자 달큼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누렇게 부어오른 여자의 몸매가 아리따운 것을 보 고 아마도 십중팔구 방이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쳐서는 그녀의 얼굴 에서 진흙을 떨어 냈다. 진흙가루가 떨어지면서 요염하리만치 간드러지 고 화사한 얼굴이 나타났다. 나이는 방이보다 대여섯 살 더 많았고 용 모는 그녀보다 더 아름다웠다. 바로 흥 교주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술 에 취한지라 두 뺨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살결에서는 금방이라도 물 이 스며나올 것 같았다. 위소보는 흥 부인이 아름답고 사람의 간장을 녹이는 매력이 있다는 것 을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경박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잔뜩 곯아떨어진 것을 보고 기회는 이때다 하고 오른손 을 뻗쳐 그녀의 뺨을 한번 가볍게 꼬집었다. 그런데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리 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그녀의 다른 쪽 뺨을 꼬집었다. 몸을 돌려 다시 다른 두 여자를 바라보았다. 두 여자들은 몸이 비대한 편이었는데 결코 방이가 아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매섭게 자기에 게 달려들려고 하지 않았던가? 위소보는 술주전자를 들어서 그녀의 얼굴에 약간 술을 쏟아붓고 옷자락 을 들어 얼굴을 닦아 주자 진짜 모습이 드러났는데 놀랍게도 가짜 태후 가 아닌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생각했다. (이번 공로야말로 진정 크구나. 황상과 태후께서는 이 늙은 갈보를 잡 아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 스스로 여춘원으로 달려와 늙은 갈보 노릇을 하고 있었구나. 이것 으로 볼 때 내가 그녀를 줄곧 늙은 갈보라고 부른 것은 바로 선견지명 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네 번째 가짜 갈보의 화장을 지우고 보니 드러난 얼굴은 바로 방 이가 아닌가?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째서 허리가 이토록 굵어졌을까? 설마 하니 다른 남자와 사 사로이 정을 통해서 아이를 가진 것은 아닐까? 천지신명이시여, 늙은 갈보는 정말 늙은 갈보가 되었고 이 작은 자라는 정말로 작은 자라가 됐단 말입니까?) 그는 손을 뻗쳐 그녀의 내의 안쪽을 더듬었다. 그런데 손에 닿는 것은 살갗이 아니었다. 만져보니 바로 베개가 아닌가?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 어 웃었다.
[너의 양심은 소군주에 비해 너무나 나쁘구나. 소군주는 내가 너희들에 게 독수를 당하게 될까 봐 끊임없이 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런데 너는 내가 알아볼까 봐 절구통 같은 배를 만들어 나를 속이려 하다니, 하하 하! 너, 작은 갈보는 여춘원에서 뱃가죽이 늘어나게 되었으니 내가 낙 태를 시켜 주마. 일찍 낙태를 하나 늦게 낙태를 하나 마찬가지 아니겠 니?]
대청 밖으로 나가 살피니 수 명이나 되는 친외병들이 땅바닥에 죽어 있 었고 기녀원은 등불 하나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아무런 기척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반두타와 수두타는 약주를 마셨으니 끝내 우리 두 결의형제들이 이겨 낼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홍 교주와 접전을 벌였다면 그 결 과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분 형님, 만약에 오늘 제가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면 이 소제가 동년 동월 동일에 죽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오. 정말 미안하게 됐소이다.)
대청 안으로 돌아와 보니 흥 부인, 방이, 목검병, 쌍아, 증유, 아가등 여섯 명의 미녀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저마다 아름답고 내력 이 있어 위소보는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방안의 침대 위에 아름답고 나이 어린 소저가 이 여섯 명보다도 더 예 쁘다. 그녀는 나와 이미 천지신명께 절을 했으나 동방화촉을 밝히지 않 은 조강지처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밤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찾아왔는데 그대의 지아비가 그대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너 무나 정이 없고 의리가 없는 행동이다.)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증유가 아름다운 눈동자로 자 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져 있었고 매우 부끄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위소보는 속으로 생 각했다. (왕옥산에서 양주까지 오는 동안 너라는 계집애는 자꾸만 나를 피해 한 마디의 말도 못하게 만들었지. 오늘 밤이야말로 너에게 얌전하게 굴 수 가 없다.) 그는 증유를 안아서 안쪽 방으로 옮겨 아가의 옆에다 놓았다. 아가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기다란 속눈썹을 아래로 드리우고 있었 으며 입가에는 방긋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녀는 혼미한 가운데서도 십중팔구 정극상과 다정히 노니는 황홀한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친김에 모조리 해치우자. 너희를 모두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겠다. 이곳은 여춘원이다. 여자들이 기녀원에 온 이상 무슨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대들 스스로 온 것이니 정신을 차린 이후에 나를 탓하 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큰 뜻을 품고 있었는데 그 큰 뜻이라는 것은 양주에 서 크게 기녀원을 차리는 것과 여춘원으로 와서 크게 술상을 차리고 여 춘원의 모든 기녀들로 하여금 자기를 모시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의 전 경은 비록 옛날에 품었던 야심과 그리 맞지 않았지만 역시 엄청난 쾌거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는 즉시 쌍아, 아기, 홍 부인, 방이, 목검병 을 일일이 안아서는 안으로 옮겼고 그 후에는 가짜 태후마저도 안고 들 어가 여덟 명의 여자를 침대 위에 나란히 눕혔다. (친구의 처는 업신여기면 안 된다고 했다. 둘째 형수 그대는 나의 형수 요, 우리들은 영웅호걸이니 그야말로 의리를 지켜야 하겠지.) 그는 아기를 다시 안아서 대청으로 옮겨 의자에 잘 앉혔다. 그녀의 눈 동자에는 고마워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 위소보는 그녀의 얼굴 모습이 예쁘고 급하게 숨을 몰아쉬느라 가슴이 올라갔다내려갔다하는 것을 보 고 갑자기 후회하는 마음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내가 대라마와 몽고 왕자와 의형제를 맺게 된 것은 결코 의기투합한 것이 아니라 계책을 강구해서 그들로 하여금 나를 죽이지 못하도록 속 이자는 데 있었다. 뭐가 큰형이고 둘째 형인가? 모두 다 아무렇게나 해 본 소리다. 아기 소저가 이토록 아름다운데 둘째 마누라로 맞아들이도 록 하자. 이야기꾼은 삼소인연구미도(三笑姻緣九美圖)라는 이야기에서 당백호(唐伯虎)에게 아횹 명의 마누라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 나 내가 아기를 계산해 넣는다 하더라도 여덟 명의 미녀에 불과하고 한 명의 미녀가 부족하다. 퉤! 퉤! 퉤! 늙은 갈보 또한 늙고 흉악한데 어 찌 그녀를 한 명의 미녀로 뽑을 수 있겠는가?)
당백호와 비교해 볼 때 한 사람의 미녀가 부족한 것은 그래도 얼렁뚱땅 넘길 것 같았으나 두 미녀가 모자란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기가 형편없 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아기를 안고서 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관운장은 천리길을 멀다하지 않고 황수(皇嫂)를 전송했으며 그야말로 유비의 마누라인 큰형수를 자기의 마누라로 삼지 않았다. 위소보는 일 곱 걸음으로 왕수(王嫂)를 전송한 셈인데 어찌 됐든 간에 의리를 저버 릴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미녀가 적으면 적은 대로... 아! 설마 하니 장래에 아흡 수를 채우지 못하겠는가?) 그는 즉시 몸을 돌리고 다시 아기를 의자에 앉혔다. 아기는 그가 속으 로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을 모르고 위소보가 자기를 안아서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무슨 수작을 하는지 몰라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위소보는 내실로 들어가서 말했다.
[방 소저, 홍 부인, 소군주, 그대들 세 사람은 스스로 여춘원에 들어와 갈보가 된 것이오. 쌍아와 증 소저, 그대들 두 사람 역시 스스로 원해 서 나를 따라 여춘원으로 온 것이오.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대들이 올 때는 비록 몰랐다해도 계집의 몸으로 이런 곳에 온 이상 몸을 바쳐 나 를 모시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외다. 아가, 그대는 나의 마누라인데 이 곳에 와서 나의 어머니를 데리고 놀려고 했으니 바로 그대의 시어머니 를 희롱한 것이라 할 수 있소. 그러나 그대의 지아비가 그대를 희롱하 여 되갚아 주도록 하지.]
그는 손을 뻗쳐 가짜 태후를 멀찍이 침대 모서리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이불을 활짝 펴서 여섯 명의 여자들을 한꺼번에 덮어 놓고는 옷가지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나서 알몸이 되어 크게 환호성을 외치며 이부자리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재미있는 짓을 한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 를 일이었다. 탁자 위의 초가 끝까지 타서 방안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 싸여 있었다. 미녀들을 번갈아 겁탈한 그는 나직이 십팔막이라는 노래 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일백일곱 번을 만져서 누님과 누이의 일곱 개의 손을 만지게 되었고 나....일백여덟 번을 만져서 누님과 누이의 여덟 개의 발을 만지게 되 었구나....]
그가 다시 손을 이리저리 더듬으며 여인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데 갑 자기 한 여인이 간드러진 음성으로 나직이 말했다.
[싫....싫어요,....정....정 공자....이러지 마세요.]
바로 아가의 음성이었다. 그녀는 미춘주를 가장 먼저 마셨기 때문에 한 참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약기운이 점점 물러가서 점차 정신 을 차리게 된 것이었다. 위소보는 대노하여 속으로 생각했다. (너는 자나깨나 정 공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가 너의 몸을 더듬는 줄 알고 그렇게 즐거워하는 것이냐?) 그는 정극상의 음성을 흉내내었다.
[그렇소. 바로 나요.]
그렇게 말하며 아가의 몸 위로 기어올라가 한몸이 되었다. 아가는 나직 이 말했다.
[싫어요. 이러지 마세요....]
말과는 달리 그녀는 위소보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위소보는 쾌락에 겨워 힘껏 노를 저었다. 아가는 환락에 겨워 음음, 하는 신음소리를 냈 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정극상이 대청 쪽에서 외쳤다.
[아가! 아가! 그대는 어디 있소?]
우지끈,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탁자에 부딪혀 탁자 위에 엎어놓은 잔과 접시들이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아가는 정극상이 대청에 있는 기척을 느끼고 자기를 안고 있는 사람이 정극상이 아니라 는 것을 알았다. 깜짝 놀란 그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떨리는 음성으 로 말했다.
[그대....그대는 누구지? 어째서....나를....나를....] [그대의 진짜 지아비 음성도 알아듣지 못하겠소?]
아가는 그만 깜짝 놀라 힘주어 바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전신이 시큰거리고 맥이 빠져 일어설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여 전히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그짓을 하고 있었다. 아가는 그를 뿌리칠 수 없자 큰소리로 외쳤다.
[정 공자! 정 공자!]
정극상은 헐레벌떡 몸을 비틀거리며 방안으로 달려들어왔다. 그러나 방 안에는 등불이 없어 쿵, 하고 이마팍으로 문설주 위를 받았다. 그러면 서도 그는 아가를 불렀다.
[아가, 그대는 어디 있소?]
이때 아가는 큰소리로 외쳤다.
[빨리 비켜!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정극상은 말했다.
[뭐라고?]
그는 위소보에게 한 말인 줄 모르고 있었다. 위소보는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쾌락에 젖어 한창 움직이고 있는데 어찌 그녀를 쉽게 놓아 주겠 는가? 아가는 애걸했다.
[제발 나를 놓아 줘.]
위소보는 여전히 동작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나는 놓지 않겠다.]
정극상은 놀람과 분노로 호통을 내질렀다.
[위소보! 네놈은 어디 있느냐?]
위소보는 이때서야 볼일을 다 보고 아가의 몸 위에 엎드려 의기 양양해 서 말했다.
[나는 침대 위에서 나의 마누라를 껴안고 있다. 내가 동방화촉을 밝히 고 있는데 너는 무엿하러 왔지? 이 신방에 뛰어들어 옛날 습관대로 소 란을 피우겠다는 것이냐?]
정극상은 대노해서 말했다.
[네 에미와 그짓을 한다고 해라.]
그는 소리나는 쪽을 향해 달려들어 위소보를 끌어내리려고 했다. 그런 데 어둠 속에서 그는 한 사람의 팔을 붙잡게 되었다.
[아가, 그대의 손이오?] [아니에요.]
정극상은 그 손이 아가의 손이 아니라면 반드시 위소보의 것이라 생각 하고 힘주어 잡아끌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잡아끈 것은 가짜 태후 모동 주였다. 그녀는 미춘주를 먹고 난 이후 머리가 흐릿한 상태에서 그 누 가 자기의 팔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고 왼손으로 냅다 일 장을 후려친다 는 것이 바로 정극상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그녀의 공력은 이미 십 성 중에 팔구 성은 제거된 상태라 그 일장에는 별로 힘이 실려 있지 않았 다. 정극상은 깜짝 놀라서 털썩 주저앉는 바람에 머리를 침대 다리에 부딪히고 대뜸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아가는 놀라 부르짖었다.
[정 공자! 그대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러나 대답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위소보는 여전히 그녀와 한몸이 되 어 밀착된 채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가 신방을 구경하러 왔다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간 모양이이구먼.]
아가는 외쳤다.
[빨리 나를 놔라.]
위소보는 말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라.]
아가는 갑자기 팔굽을 뻗쳐 그의 목을 쳤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머리 를 뒤로 젖혔다. 이렇게 되자 아가는 그와 떨어질 수 있었다.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몸을 돌린다는 게 그만 모동주의 가슴팍에 걸터앉 고 말았다. 모동주는 아픔을 느끼고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팔을 뻗쳐 그녀를 꼭 껴안았다. 아가는 어둠 속에 자기를 얼싸안은 것이 누군지 모르고 매우 놀라고 당황하여 전혀 기운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발을 누가 내리누르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깜짝 놀라 전신에서 식 은땀이 흘러내렸다.
[침대 위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다.]
위소보는 어둠 속에서 아가를 찾지 못하자 말했다.
[아가, 빨리 소리를 내시오. 그대는 어디 있소?]
(그대가 나의 목을 자른다 하더라도 나는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그대가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첫번째도 만지고 두 번째도 만지 고 하나하나 만져서는 그대를 만질 때까지 만지도록 하겠소.]
그는 갑자기 소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첫번째도 만지고 두 번째도 만지고 한 사람의 미녀를 만지게 되었노 라. 미녀의 얼굴은 갸름한데 혹시 그대는 늙은 갈보가 아닌가?]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며 두 손으로는 여인들의 보드라운 몸뚱이를 마구 더듬었다. 갑자기 마당 쪽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누가 명령을 내리는 가운데 대대의 병마가 몇 집이나 되는 기녀원들을 일제 히 에워싸는 기척이 들렸다. 곧이어 발걸음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누가 여춘원으로 들어왔다. 위소보는 나타난 사람이 만약 자기의 부하가 아 니면 바로 양주의 관원일 것이라 생각하고 기뻐했다. 그가 이부자리에 서 기어나오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불을 밝히고 감로청 안으로 들어 서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현정 도인이 부르짖었다.
[위 대인, 그대는 이곳에 계신가요?]
그 음성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나는 이곳에 있소.]
천지회의 군웅들은 위소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혹시나 그가 위험한 일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하고 찾아나서게 되었다. 그가 친위병 을 데리고 기녀원 쪽으로 갔다라는 것을 알고 조사를 하다가 여춘원에 서 누가 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춘원으로 들어오게 되 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몇 명의 친위병들이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가 친히 대답을 해야만 안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소보는 사람들이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모 조리 이쪽으로달려오는 것을 알고는 재빨리 침대의 휘장을 내렸다. 그 러느라고 자기의 발이 어떤 여인의 배를 밟았는지 돌볼 겨를도 없었다. 휘장을 막 내려놓았을 때 현정 도인 등이 이미 방안으로 들어섰으며 그 들은 각기 횃불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정극상이 침대 앞에 쓰러져 있 는 것을 보고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 부르짖었다.
[위 대인, 위 대인!] [나는 여기 있소. 그대들은 침대 휘장을 들추지 마시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여러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하나같이 생각했다. (모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대는 바로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재미 있게 놀고 있었구나.) 위소보는 불빛을 따라 옷을 입고는 모자를 찾아 쓰고 침대 위에서 기어 내려와 신발을 찾아 신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는 계책을 써서 몇 명의 국사범들을 잡았는데 모두 침대 위에 있소. 모두들 이번 일에 공로가 적지 않을 것이오.]
사람들은 크게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평소 신출귀몰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북하기도 해서 더 묻지는 않았다. 위소보는 정극상을 묶으라고 하고 가마로 아기 소저를 태워서 보내도록 했다. 그 리고 휘장 끝을 이부자리 안에 쿡쿡 쑤셔 박아 놓고는 십여 명의 친위 병들을 불러서는 커다란 침대를 그대로 흠차의 화원으로 옮기도록 했 다. 친위병 대장은 말했다.
[대인께 알립니다. 문 입구가 너무 작아서 떠메고 나갈 수가 없겠는데 요.] [이 멍청한 것아, 벽을 헐면 되지 않느냐?]
그 대장은 즉시 옳으신 말씀이라고 하고는 호통을 치며 명령을 내렸다. 친위병들이 손을 써서 여춘원의 벽을 세 곳이나 무너뜨렸다. 그리고 십 여 명이 칠팔 자루의 가마를 떠멜 때 사용하는 멜대를 커다란 침대 밑 에다가 끼워서 커다란 침대를 평온하게 떠메고 나갈 수가 있었다. 날은 이미 밝아 있었고 커다란 침대가 양주의 큰 거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친위병들은 물러나라고 소리치면서 팻말들을 들어 보이며 징을 치고 호 통을 내질렀다. 그리고 전후좌우에서 호위해 갔다. 양주의 백성들은 이 를 보고 모두가 희한한 노릇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커다란 침대는 화원 에 이르렀는데 문 입구가 역시 너무나 좁았다. 이때 친위병들은 이미 한 번 배운 바가 있는지라 요령이 늘어 흠차대인이 분부하기도 전에 즉 시 명을 내려 담장을 허물고 커다란 침대를 화청으로 떠메고 들어가서 는 대청 한복판에 내려놓았다.
위소보는 즉시 명령을 내려서 침대 위의 국사범들을 잡는다는 것은 엄 청난 일이므로 수십 명의 장수들은 병졸들을 이끌고 시위에 활을 먹이 고 칼집에서 칼을 뽑아서는 화청 사방을 에워싸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 리고 다시 서천천 등으로 하여금 밖에 나가서 지키도록 하여 수두타 등 이 달려들어 가로챌 것에 대비했다. 화청 사방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기 는 했으나 대청에는 커다란 침대와 위소보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 여춘원에서는 그토록 좋은 기회에 시간이 부족하여 일곱 명의 미녀들 가운데 맛을 보지 못하고 빠뜨린 사람이 있는 것 같구나. 더군 다나 어둠 속이라 누구를 안았고 누구를 안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역시 더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겠구 나.) 그는 입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첫번째도 만지고 두 번째도 만지고 누이의....]
그는 휘장을 들추고 침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땋은 머리 가 바짝 조여들었고 목이 아팠다. 누군가에게 땋은 머리를 붙잡혀서는 들어올려졌고 또한 그 사람이 왼손으로 자기의 목을 누르는 것이었는데 바로 홍 부인이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미춘주의 술기운이 사라지고 홍 부인, 모동주, 방이, 목검병 등 네 여인은 이미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쌍아와 증유는 몸에 봉해졌던 혈도가 이미 풀어졌다. 그러나 커다란 침대로 양주 거리 에서 떠메고 올 때는 침대 주위에 많은 군사와 장수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에 침대 위의 일곱 여인네들은 그 누구도 꼼짝할 수 없었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위소보가 다시 뜨거운 염복을 누리려고 침대 위에 오르자마자 홍 부인에게 잡히게 된 것이다. 홍 부인은 얼굴에 웃는 듯 마는 듯한 코웃음을 치며 나직이 호통을 내질렀다.
[너는 정말 당돌하다. 감히 나를 희롱하다니.]
위소보는 그만 혼비백산하여 웃음을 띄웠다.
[부인, 나는....나는 희롱을 한 것이 아니고 그저....그저....]
홍 부인은 말했다.
[그대가 부른 노래는 어떤 것이지?] [그것은 기녀원에서 들은 것입니다.]
홍 부인은 나직이 말했다.
[그대는 죽고 싶은가? 아니면 살고 싶은가?] [속하 백룡사는 삼가 부인과 교주께서 선복을 영원히 누리시기를 빌며 수명이 하늘처럼 길기를 바랍니다. 부인의 명령을 속하는 받들어 어기 지 않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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