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꿈<제119회>7장 태양의 딸들(2)
중경현덕부 현주성. 현주성 내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 밖에 누군가 여러 명이 서 있는 것 같다.
월명도,소율발,아희지,장미,은란,안해령,이향,오보금,사예,채월,안소사,이진형 거란의 열두 장수들 모두 놀란 것 같다.
"누구냐!" 거란 여장수들이 일제히 소리치며 문으로 조심스럽게 향한다.
거란 여장수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것없이 문 근처로 다가가자 순간 발자국 소리가 몇 개 들리더니 이윽고 조용해진다. 거란 여장수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바깥을 쳐다본다.
하지만 거란 여장수들 숙소 근처의 복도는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하다.
조용한 적막감만이 복도 내에 흐르고 있을 뿐이다. 밤이라 또 복도 안은 어두워 복도 안에 누가 잇는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수 없다.
다만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 앞 복도에 발자국 몇 개가 찍혀 있어 누군가가 이 곳에 잇엇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거란 여장수들은 웬지 불안했지만 어쩔수 없이 처소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생각 끝에 밤을 새우기로 하고 처소 안 탁자에 딸린 의자에 앉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거란 여장수들이 그녀들도 모르게 선잠이 들었다.
그 때 누군가가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 밖에 서 있다.
그는 뭔가 생각하더니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 안으로 살짝 들어온다.
거란 여장수들은 아직 이를 모른다.
그는 거란 여장수들의 처소로 들어오더니 거란 여장수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숨을 쉬더니 서찰을 한 통 두고 밖으로 나간다.
거란 여장수들, 선잠이 든 상태에서 처소의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일어난다.
그리고 잠시 후 탁자 위의 서찰을 발견하고 서찰을 읽는다. 서찰에는 두 글자만이 쓰여 있다.
"흥진"
거란 여장수들은 이 글자를 보는 순간 처소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흥진... 흥진..."
거란 여장수들 뭔가 생각하더니, 무릎을 친다.
월명도,소율발,아희지,장미,은란,안해령,이향 거란의 일곱 여장수 뭔가 모를 미소를 보인다.
오보금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예,채월,안소사,이진형 네 여장수는 일곱 거란 여장수의 미소를 보더니 또다른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사군님이 다녀가신 것이 틀림없어.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없이 서찰만 한 통 두고 갔는지 알수 없군."
월명도,소율발,아희지,장미,은란,안해령,이향 거란의 일곱 여장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뭔가 모를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어리석은 자들, 그 서찰이 훗날 너희들을 파멸로 몰아 넣을 것이다."
사예,채월,안소사,이진형 네 여장수는 거란의 일곱 여장수 월명도,소율발,아희지,장미,은란,안해령,이향을 보며 무표정하게 말한다.
"흥진이 무엇일까?"
오보금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경현덕부 현주성 내 대진국 여장수들의 회의실.
천애선,소미령,은소소,당약란,장염미,양수향,임선옥,장홍련,왕숙영 아홉 명의 대진국 부흥군 여장수가 모여 있다. 팽팽하고 고요한 분위기인 것이다.
이들 역시 "흥진"이란 두 글자가 적힌 서찰을 받은 것이다.
이들 역시 거란 여장수들과 마찬가지로 흥진이란 내용의 서찰을 오래 전에 한번 받았기 때문에 흥진이란 글이
낯선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찰에 적힌 흥진이란 단어뜻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 없다.
대진국 부흥군 여장수들 나름대로 이리저리 생각하고 분석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흥진... 여기에는 뭔가 알수 없는 비밀이 있을 것이다... 좋아,좋아, 사군님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아내는 수 밖에 없어. 현재로는 그 방법에 없지 않는가 말일세."
대진국 여장수들은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진국 여장수 서설랑의 처소.
서설랑 홀로 책을 읽고 있다. 뭔가 생각하는 것인지, 책을 읽다 한숨을 쉰다.
그 때 주법운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조용히 말한다.
"서 낭자! 여기 있었군요.대진국 부흥군 여장수들의 방에도 보이지 않아 여기 와 보았더니 여기서 책을 읽고 있엇던 모양이군요."
"주 오라버니는 어인 일로 이 곳에 온 것인지? 혹시 뭔가 이야기할 것이라도..."
서설랑이 책을 덮은 뒤 웃으며 묻는다.
"그냥 한번 와 보았소. 네 분 황녀님을 위로해 드리려 햇는데 마땅히 할 말이 없어 그만두어 버렸고..."
주법운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주 오라버니, 저에게 따로 할 말이 있어 온 것은 아닌지요?"
서설랑이 일어나더니 조용히 차물을 끓이며 묻는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주법운이 방금 전 서설랑이 읽던 책을 뒤적이며 말한다.
잠시 뒤에 서설랑, 차 두 잔을 들고 온다.
"자, 드세요. 뜨거우니 조심해 들도록 하세요."
서설랑이 천천히 차를 건네며 말한다. 서설랑,웃기만 할 뿐 더 묻지 않는다.
"이제 곧 거란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법운이 화제를 바꾸며 조용히 말한다. 서설랑, 말 없이 주법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주법운이 차를 마시려다 차가 뜨겁다는 것을 알고 다시 찻잔을 쟁반에 내려 둔다.
차는 향이 그윽하고 짙었다. 찻잔에서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다.
"그럴 것입니다. 오늘은 조문사절단인지 협박사절단인지 뭔가 하는 자들이 거란에서 와서 이 곳에서 나흘 정도를 머무른다고 하니 저들 거란의 검은 속내를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서설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들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뭔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뭔가 나올 것이에요."
주법운이 다시 침착하게 말한다.
"바로 그렇다.너희들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지."
은거야인이 열려져 있던 방문으로 천천히 들어오며 말한다.
은거야인 이들 두 사람에게 뭔가 모를 신비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묘한 웃음을 짓는다.
"아버님! 이 곳에는 어인 일로 오셨는지요."
주법운과 서설랑이 은거야인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묻는다.
은거야인, 이들의 말에 말없이 웃고 있다.
"거란이 바라는 대진국 부흥군의 자멸을 바라고 있어. 저들이 노리는 것 또한 물론 따로 있지... 차차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재미잇는 이야기가 될 것이니 말이다."
은거야인이 침착하게 말한다.
"아버님, 따뜻한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서설랑이 묻는다.
"흠, 그럴까... 오랫만에 모처럼 우리 딸이 끓여주는 차를 한번 마셔 볼까..."
은거야인이 서설랑의 말에 웃으며 말한다.
주법운과 서설랑은 은거야인의 양자와 양녀이기도 했다.
"아버님, 차를 맛있게 끓여 드리겠습니다."
서설랑 역시 웃으며 말한다.
"인연이란 어쩌면 끈질긴 것이 아닌가?참으로 끈질긴 것이 사람의 인연인데..."
은거야인이 말없이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말한다.
세 사람만이 자리에 앉고 보니 자신이 주법운과 서설랑을 양자와 양녀로 맞아들이던 때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이 또한 벌써 몇 년이 흘렀다.
"내 친아들과 내 친딸들도 이 자리에 있다면 좋을 것인데..."
은거야인이 다시 한번 혼자말을 한다.
대진국 부흥군의 장수들의 회의실.
이 곳에서는 밤늦게 전략회의가 팽팽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맹경유와 뇌란,위상,오서불,양선지,이선,이복 형제,방종수,고남여,소양흥,이윤 등이 모여 있다.
"곧 거란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거란군은 먼 길을 달려왔기 때문에 군사의 기운이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우리는 그 약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방종수가 침착하게 말한다.
"허나 거란은 기마유목민이라 그 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거란을 물리쳐야 우리는 우리들의 제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양선지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장영 장군이 불의의 죽음을 당한 뒤, 우리 대진국 부흥군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이 참으로 염려됩니다."
이복 역시 무거운 어조로 말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역할 또한 무거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장영 장군의 유지를 깊이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서불이 뭔가 생각하며 말한다.
"그렇겠지요. 맹경유와 뇌란 두 분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한번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만..."
위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한다.
"장영 장군이 거란의 여장수들에 의해 독살을 당해 이 세상을 떠난뒤 우리 두 사람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허나 우리도 거란에 무서운 일격을 줄수 있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것입니다. 그 전략이 무엇인지 아직 말할수 없는 점 너그러이 여러 장수분들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맹경유와 뇌란 두 사람이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오호,그래요. 아무튼 한번 그 전략이 궁금합니다."
여러 장수들이 웃으며 말한다.
중경현덕부 현주성 성루.
달빛이 교교하게 푸른 빛을 띠며 하늘을 비추고 있다.
조현신과 하여란 두 사람이 성루 아래를 보며 서 있다.
"내 낭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는데 대답해 줄 것인지?"
조현신이 달빛을 보다 천천히 뒤돌아서며 하여란에게 묻고 있다.
"말씀해 보세요, 공자님의 질문이라면 답해 드리죠."
하여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빛내며 묻는다.
"지난번 객점에서 두 분 황녀 님을 금방 알아보았는데 황녀 님은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조현신이 하여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 질문이라면 답변을 사양하겠어요. 거기에는 긴 사연이 있으나, 지금 말할순 없군요.죄송해요."
하여란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맺혀 있어 거기에는 말할수 없는 어떤 사연이 있는듯 했다.
"죄송해요. 눈물을 흘려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께요, 공자님..."
하여란이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조용히 말한다.
조현신도 그녀의 눈물을 보자 더 이상 물을 수가 없는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낭자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수 없군요."
조현신 역시 무겁게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 때 성루 밑에서 누군가 하여란을 부른다.
"하여란님, 저예요. 주인님(하여란의 아버지)이 하여란님을 찾고 계세요. 빨리 가셔야 해요."
하여란의 하녀 한 사람이 하여란을 성루 아래서 부르고 있다.
"으휴,지겨워. 외출도 하나 마음대로 못 하니 가는 곳보다 찰거미처럼 졸졸 따라 다니니, 어딜 마음대로 다닐 수가 있어야지."
하여란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이번에도 역시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이 입을 삐죽거린다.
"공자님, 전 이만 가볼께요. 생각같아선 더 있고 싶지만 저 찰거미가 또 우리 아버지에 이를지 몰라서 그런 것이니...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몰라서... 아무튼, 곧 다시 올께요. 언제든 환영하고, 기다려줄 것이죠."
하여란이 웃으며 조현신에게 말한다.
"어서 가보세요. 아버님이 걱정하시기 전에... 다음에 오는 것은 낭자 마음대로 하세요.그러나 조심하세요."
조현신이 웃으며 말한다.
달빛은 여전히 교교하게 이들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장영의 집무실 밖 복도.
정연 황녀와 정요 황녀, 채영 황녀와 채명 황녀 등이 서 있다.
이들 네 황녀가 서 있는 복도 한 쪽에 다섯 여장수 여진과 여정 자매,야율의덕,야율의선,야율의양 세 사촌자매
다섯 사람이 말없이 서 있다.
"언니들은 우리 자매를 원망한 적이 없나요? 우리 자매가 언니들 입장이라면 원망도 했을지 모르는데..."
정요 황녀가 무거운 어조로 말한다.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이냐? 솔직이 말한다면 너희 자매들을 원망도 했었지. 허나 너희 자매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어. 너희 자매가 무슨 죄가 있겟느냐?"
채영 황녀가 잔잔한 어조로 말한다.
"소문 들었다. 제국이 복국되면 정연 황녀가 황위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대진국 장수들의 뜻이라니, 우리 자매도 그 문제에 대해서 굳이 뭐라고 말하진 않겠다. 허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해본 적은 없느냐?"
채명 황녀가 조용하면서도 낮게 그러나 단호히 말한다.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거란과의 전쟁후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 했습니다. 그 점 언니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정연 황녀가 차분히 말했다.
정연 황녀와 정요 황녀, 채영 황녀,채명 황녀 네 황녀는 서로의 손을 마주잡으며 서로 미소를 주고받는다.
"우리 네 자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연 황녀와 정요 황녀, 채영 황녀,채명 황녀 네 황녀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다섯 여장수 여진,여정 자매,야율의덕,야율의선,야율의양 세 사촌자매도 흐뭇한 표정으로 이들 네 황녀를 지켜보고 있다.
정연 황녀,정요 황녀,채영 황녀,채명 황녀 이들 네 황녀의 평화롭고 편안한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