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목) 11시에
임실군 오수면에 있는 오수교회(권종호목사 시무)에서
전북동노회 임시노회가 진행되어서 다녀왔다.
교회와 주변에 주차공간이 없어
가까이에 있는 오수면 사무소에 주차를 했다.
이곳에 몇 번 왔던 기억이 있는데, 벽화는 이날 처음 봤다.
모임때문에 그냥 들어갔다가
식사를 하고 모임을 마친 뒤 차를 빼기 전에
벽화 4장 모두를 사진에 담아왔다.
면사무소 전경을 담지 못해 아쉽다.
전경이 있어야만 벽화의 전체적인 구도를 감잡을 수 있는데...
벽화의 스토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려서부터 들어왔기에
누구나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실제 사건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그 현장이 이곳 오수라는 것도 몰랐었다.
갈계에 부임해서 전주를 왔다갔다 하는 길에
우연하게 오수의견이란 동상을 보게되었고
그 이야기의 실제 현장이 오수임을
주변 목회자들로부터 듣게 되었다.
그때 신선한 도전과 충격이 있었다.
재작년 남순시찰회에서 목사, 장로부부
12명이 고구려유적지 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주변교회이야기 16-27번 참고
http://cafe.daum.net/galgeygolstory/FaKR/27
그때 우리들을 안내한 사람이 조선족 남자분이였다.
어디를 갈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주쪽 어딘가였던 것 같다.
지나는 주변이 옥수수밭으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청나라의 시조이고 후금을 세운
여진족 추장인 누르하치의 전설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모두가 오수의견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박장대소를 머금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그 내막은 이렇다.
명나라의 멸망을 바라보면서
후금(청나라)을 세웠어야 하니
건국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건국 초기 어느날 후금을 세우는 과정에서
누르하치가 명나라 자객들에게 쫓겨 도망가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단다.
도망을 가다보니 옥수수 밭이 있어 그곳으로 몸을 숨겼단다.
옥수수가 키가 커서 은식처로는 좋았던 것 같다.
자객들이 누르하치를 잡아가야 하는데 옥수수밭으로 도망쳤으니
어쩔 방도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옥수수 밭에 불을 지르기로 결정했단다.
옥수수 밭에 불이 붙자 한순간에 불길이 퍼져 버렸단다.
이런 것을 보면 여름철이 지나서인 것 같다.
옥수수밭이 안전하다싶어 잘 숨어 있던 누르하치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불길에 몹시 당황해서 방안을 찾지 못하고
불길을 피해 도망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일어나 보니 주변이 황량한 허허벌판이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자기 옆에 털이 다 타 죽어있는 개만 한마리 있었단다.
누르하치가 애지중지했었고, 언제나 동행했던 개란다.
불길이 누르하치를 뒤덮어 버리고
질식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멍멍이가 오수의견처럼
물을 찾아 몸에 물을 발라와서는 누르하치 주변에 불길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단다.
불길이 지난 후 멍멍이는 지쳐서 죽어버리게 되고
그 멍멍이의 수고에 의해 누르하치는 질식했지만
안전하게 깨어나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단다.
누르하치는 죽은 개를 보면서 땅이 꺼저라 대성통곡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후금을 세운 뒤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고 대신 죽은 개를 생각하면서
전국에 령을 내렸단다.
"앞으로 개는 잡지도 말고 먹지도 말아라."
그래서 지금도 중국 변방에 있는 여진족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단다.
요기까지가 우리를 안내해 주신 분의 설명이였다.
안내한 분은 조선족임에도 오수의견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다.
그 말이 끝난 뒤 의자에 앉아 이동하고 있던
시찰회원들이 수군덕 거리기 시작했다.
수군수군 소리의 내용은 이렇다.
한국과 청나라에서 동일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정반대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한국에서도 멍멍이가 지혜롭게 할아버님을 구해주고 죽었다.
청국에서도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오수는 개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그런데 여진족은 지금까지도 그 멍멍이로 인해 개고기 자체를 먹지 않고 있단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에 대해서 이야기들이 나왔다.
오수의견은 힘없는 한 촌부가 경험한 사건이다.
하지만 청나라는 누르하치라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그것도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게 된 시조가 경험한 사건이기에
정반대의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박장대소를 머금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오수의견과 누르하치의견
같은 일을 했음에도 대조적인 결과로 치닫게 된 모습
결국 힘의 문제인가?
여진족에서 태어나는 개들은 좋겠다.
오수를 상징하는 그림이
면사무소 벽면에 이렇게 그려져 있어 보기가 좋다.
아주 인상이 깊다. 파스텔화 느낌을 주는 그림이라 더 정겹게 다가왔다.
집, 교회, 마을,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벽면에 벽화를 그려놓는다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좋다고 본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부임하면서부터 계속해서 교회에 벽화를 그리고 싶어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번 여름 도상민화백으로 인해 그 고민이 해결되어져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다.
교회에 벽화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알게모르게 교회뿐 아니라 마을분들 정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외부에서 교회나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벽화로 말미암아 뭔가를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나는 본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