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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展 2020.9.7.-9.16 <축제>
2021.5.1.-5.14 <기뻐하라>
축제
어둠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손과 손 사이에 연한 바람이 맴돈다.
나와 이웃과 침묵의 잔해.
명멸하는 빛.
흙으로 빚은 듯한 종이 인형.
얼굴의 알 수 없는 빛과 얼룩의 향연.
저마다 빛나는 얼굴들.
얼굴은 자신이 빛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당신의 눈동자처럼, 오소서!
인형은 소녀의 고백에서 태어났다.
그네 뛰는 소녀와 그 아래의 어깨, 광대의 줄타기, 뿔난이들, 광야에서의 경주,
하얀코끼리, 곡예사, 가면쓴 이, 세례식, 나무를 옮기는 사람, 빛을 캐는 사람, 고독한 왕,
광인의 행렬...........현실의 안쪽과 바깥에서의 줄타기.
선택 받은이, 이방인, 여행자도 좋다.
축제다.
형제여, 주술이든, 충동이든, 여름밤의 꿈이면 어떤가.
두려움없이 나아가게 하소서.
그래, 축제다. 2020. 8월
<기뻐하라!>
모든 밤.
전야.
자라나는 뿔.
고통의 바다.
쓰러지는 여인.
메아리.
숲으로 가자.
나는 요정들이 하찮게 소근대는 말에 가끔, 귀를 열어 서성이곤 하였다.
오! 가장 달콤한 선택.
기뻐하라!
모든 밤, 모든 빛이 여기에 있다.
전설같은 강의 미끄어지는 윤슬은
여인의 뺨위로 내려와 고독으로 얼룩졌다.
모든 밤의 눈동자는 속삭이듯,
기쁨이여! 모두오라! 하네. 2021.4월
검은빛, 빛나는 얼굴들.
얼굴은 저 바깥으로 향해있다.
전설같은 메아리가 얼굴안으로 들어온다.
서서히 열리는 얼굴.
분주한 손길이 상처 난 이마에 부드러운 천을 덮는다.
이내 얼룩이 다시 베어난다.
알 수 없는 빛이 맴돈다.
2020. 10월
어둠 속에 명멸하는 타자들의 행렬
이선영(미술평론가)
김명진의 [축제] 전은 어느 구멍으로 새어 들어온 지 알 수 없는 빛이 활주하는 암흑 상자 안 존재들은 ‘창 없는 방인 모나드’(라이프니츠)같은 어두운 화면에서 서로를 비추면서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은 명석 판명한 이성을 지향하는 대낮의 철학에 대해, 밤하늘의 별같이 다양하게 빛나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빛남의 조건인 어둠은 불가피하게 무거움 또한 내포한다. 김명진의 작품은 하나의 규칙으로 총괄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등장인물이 여러 화면에 등장하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김명진의 최근 작품들은 죽어야 사는 희생양의 기제를 깔고 있다. 잔혹성이 포함된 즐거운 유희이다. 살과 피의 상징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검은 화면, 그리고 드물게 나타나는 주묵의 붉은 빛은 카니발에 가까운 축제를 말한다. 먹과 한지 꼴라주 등으로 만들어진 모노톤의 작품들은 어둡고 무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가라앉지는 않는다. 바닥이 없기에 가라앉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중력감은 존재하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가는 줄 위이나 그네 등에 매달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광대의 뾰족 모자와 들어 올린 발치를 관통하는 긴장감이 검은 화면을 횡단하는 선들을 통해 전해져 온다. 오래전부터 실험해온 한지 꼴라주 작업에서 가늘게 오려낸 얼룩진 선들은 최근 작품에서 내용을 담은 형식이 되었다. 어둠속 빛을 연상시키는 선은 순수한 광선은 아니지만, 추락과 익사, 또는 그 직전에서 고통 받는 존재들을 들어올린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것들은 급격한 존재의 변환을 겪는다. 피에로 복장이나 가면을 쓴 인물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가장(假裝)은 동일자 안의 타자를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적 정체성과 만난다. 타자로서의 예술가는 자신을 표현하는 자이기 보다는, 미지의 힘을 통과시키는 매개자다. 우주적 밤을 떠올리는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은 축제의 행렬을 이룬다.
심연으로부터 들어 올려지긴 했지만 그들이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줄은 가느다란 버팀대가 되어주지만 동시에 속박, 운명, 조종 등 부정적인 상징 또한 선명하다. 수없이 추락해 본 노련한 광대만이 그가 타고 움직이는 칼날 같은 좁은 입지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곡예사들은 줄 위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 그 위에서만 비상할 수 있다. 서사는 축제처럼 좌표를 설정할 수 없는 막막한 바깥에서 펼쳐진다. 조각들이 덧붙여지고 때로는 긁어내며, 재도 포함되는 김명진의 작품은 이질적인 것들이 섞이는 장이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축제를 호출한 것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 관련된다. 원근법을 비롯한 재현의 장치로부터 벗어난 현대 미술가들에게도 축제는 작품의 한 소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미학과 닿아있다. 김명진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자연광은 아니다. 굳이 자연광과 비교하자면 햇빛이 아니라 달빛에 더 가깝다.
그들은 저 너머에서 오는 빛을 반사한다. 얼룩덜룩한 신체는 빛을 받는 존재의 이질성을 나타낸다.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김명진의 작품은 경계 위반을 일삼는다. 한지 꼴라주라는 그의 형식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넘나든다. 휴지통 안에 모아놓은 한지들은 오려지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하면서 화면에서 뒤섞인다. 한지의 물성을 재발견 하는 중인 최근 작업은 점차 두꺼워지고 있다. 재를 활용하여 울퉁불퉁한 화면을 만들기도 한다. 전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과 파편이 겹쳐지고 재로 뒤덮인 묵시록적 세계, 이러한 복합적 바탕에서 마술의 상자처럼 무엇이 솟아난들 놀라울 것이 없다. 그것은 단지 형식적 실험이라기보다는 때로 신비함으로도 이어지는 존재의 불투명성과 닿아있다. 종교인에게 기도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듯이, 작업 또한 그러하다. 축제라는 판을 가정한 행렬은 묵상 중에 명멸하는 무명의 존재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환상적 무대를 연출하게 한다.
종교적 묵상과 예술적 상상은 자아 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 그리고 사회적 맥락까지 확장된다. 먹에는 수많은 색이 잠재해 있다고 간주되어 왔지만, 먹을 포함한 복합적 재료가 사용되는 그의 화면에서는 형태 또한 찾아진다. 작업은 잠재적 형태가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축제와 서커스를 표현한 작품은 이 전시의 주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어둡고 희박한 공기 속에서 유희하고 고뇌하는 존재는 종교적 주체를 떠올리지만, 그는 자연에서도 자신을 지탱할만한 힘을 느낀다. 꽃이 피고 지는 뒷산에서도, 열매가 열리는 텃밭에서도, 살아가는 기술이 이미 입력된 채 태어나는 생명체들에서도,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섬에 대한 기억에서도 종교에서 받았던 위안을 느낀다. 자연에도 종교의 두 특성인 율법적인 측면과 신비적인 측면이 있다. 타자라는 같은 처지의 예술은 신화와 종교, 그리고 자연을 관통하는 세계의 신비와 접촉하는 또 다른 축제다.
김 명 진 KIM,MYUNGJIN(金明辰)
b.1971 경남 통영생
[학력]
2001년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졸업(동양화전공)
1997년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동양화 전공)
[개인전]
2021 기뻐하라(갤러리담, 서울)
2020 축제(갤러리담, 서울)
2018 다른 나라에서(인디프레스,서울)
2017 눈먼 정원(갤러리3,서울)
2016 나무의 기억법(비컷갤러리,서울)
2015 소년, 만나다(갤러리3,서울)
2011 이식(진선갤러리, 서울)
2010 움직이는 풍경Ⅱ(가회동 60,서울)
2009 움직이는 풍경(TJH 갤러리, 서울)
2005 몽유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
2002 산란 (갤러리 창, 서울)
2000 이식하기 (덕원갤러리, 서울)
[2인전]
2016 이완된 풍경,김명진, 임춘희전(기당미술관, 제주도)
2014 김명진,신현경 2인전, 連-동하다(갤러리3,서울)
2010 김명진 임춘희 2인전,"인간과 자연"(갤러리Dr.Messner, 트로싱엔,독일)
[주요단체전]
2021 나는 나다, 나는 너다 갤러리담15기념(갤러리 담, 서울)
코로나 치유 경기미술 컬렉션 특별전 : 생태(경기천년길 갤러리, 의정부)
2019 지역네트워트 교류전 : Face to Face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
2018 FRAGILE 김남현_김명진_우정수(챕터투, 서울)
전남 국제수묵 비엔나레(목포,진도)
매직월드 상상공작소(진주문예회관)
2017생생화화 -이면탐구자(경기도 미술관, 안산)
Black'n Black - 심연의 색(아트스페이스 에무, 서울)
은밀, 김두진_김명진_이상용 (MAKE 갤러리, 서울)
울산국제현대미술 프로젝트(ICAPU2017, 울산)
畵畵-반려·교감(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드림 온 드로잉(자하미술관, 서울)
아트 터미널 아라리 플렛폼POP(작은미술관, 강원도)
조우 "遭遇"(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제주)
2016 모노크로마, 김명진_김범중_하대준(이목화랑,서울)
우리들의 유산 개관5주년 전(양평군립미술관, 경기)
한중일독 국제교류전(서귀포예술의 전당, 서귀포)
제주현대미술관 신소장품 바라보다 전(제주현대미술관, 제주)
생활속 발견(기당미술관,서귀포)
2015 소마드로잉 無心(소마미술관, 서울)
이중섭창작스튜디오 6기 작가전(창작스튜디오,서귀포)
2014 바람섬의 나날(이중섭미술관,서귀포)
콜라주아트, 생각엮기 그림섞기(경기도 미술관,안산)
2013 드로잉,생각의 시작 DMZ프레 드로잉비엔나레(화이트블럭,헤이리)
삼탄아트마인 지성의 미학1 WHO ARE YOU(삼탄아트현대미술관, 정선)
자유아재,세계일보사 초대 한국 현대미술전(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서울)
2012 화가, 화가를 보다(이브 갤러리, 서울)
도다 소사이어티 8인작가전(도다 스페이스, 서울)
2011 “강호가도” 서호미술관 개관10주년 기념전(서호미술관,남양주)
2010 삼국G,IMAGE IN DIALOG(한전프라자, 한국문화원 갤러리미,서울,동경)
1₊1전 (리즈갤러리,남양주)
60-70(가회동60,서울)
2009 “시각 그 경계너머로"이영미술관 신축개관기념전(이영미술관,용인)
“한국화의 현대적변용”전 동양화새천년 기념(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Salmons of KiMi’개관5주년기념전(키미아트갤러리,서울)
2008 2회 서울청년미술제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스톤&워터기획 여섯 번째여름(스톤&워터,안양)
2006 Boardline 전 “키미아트기획”(키미갤러리,서울)
사람이 크는 예술마을“아트 빌리져스” (동덕아트센타,서울)
2005 “사람의 도시,어울림”전 고양문화재단기획(어울림미술관,고양)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hub"오픈스튜디오(스튜디오,고양)
2004 동아미술제 수상작가전 (갤러리상, 서울)
국립 고양미술스튜디오 개관기념전 (스튜디오 갤러리, 고양)
2003 사람을 닮은 책,책을 닮은 사람 (금호미술관, 서울)
리바이벌전 (신필름예술센타, 안양)
아주 특별한선물전 (스톤&워터,안양)
2002 젊은 작가 10인의 환경전환전 (경기문화재단, 수원)
백송문화재단기획<한국화45인전> (백송화랑,서울)
세종회화제 <세종문화회관>
동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삶에 대한 스펙스럼전 (경기문화재단,수원)
2001 송은미술대상전 (공평아트센타,서울)
2000 공장미술제 <눈먼사랑> (샘표공장 , 서울)
동아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9 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세종대 대학원 오픈스튜디오(세종관,202호)
한독미술가협회전(공평아트센타,서울)
1997 중앙미술대전(호암아트홀,서울)
1996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미술세계대상전(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서울)
전국 뉴코아 장학공모전(뉴코아백화점,과천)
[수상/입주작가 프로그램]
2020 제4회 광주화루 우수상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2018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2017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선정
2017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2015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2014 이중섭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2013DMZ프레 드로잉비엔나레 선정
2011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
2010 소마드로잉센터 4기 아카이브작가선정
2006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005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2002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신진작가 선정
2001 송은미술대상전 입상
2000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수상
1999 한독미술가협회전“특별상”
1999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1997 중앙미술대전 입상
1996 미술세계대상전 우수상 수상
1996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1996 뉴코아 장학공모전 대상
1995 전국대학미전 동상
[주작품소장처]
경기도미술관(안산),
기당미술관(서귀포),
외교부(주함부르크 총영사관),
미술은행(과천)
이중섭미술관(서귀포)
경기문화재단(수원)
양평군립미술관(양평)
한국천주교순교자 박물관(서울)
제주현대미술관(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