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 드림타워[2013타경9624-1] 임장기
8/21 16:30
감곡면사무소 뒤편 삼성 래미안 아파트가 보인다. 그 뒤에 내가 임장할 단동짜리 드림타워아파트가 논밭 사이에 덩그러니 들어서 있었다. 지지옥션에는 시공사가 유치권을 신고한 상태로 공사대금으로 43억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 보존등기 후 공사대금 소멸시효기간 3년이 경과하도록 (가)압류 등의 채권회수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치권 성립에 의구심을 갖게 하였다.
이런 의심스런 물건은 내가 직접 현장조사를 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날씨는 잔득 흐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에 유치권자를 만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두 번째 유치권자를 만나게 하는 물건이다.
1층 베란다를 통해 본 거실에는 건장한 남자 둘이 있었다.
- 초인종이 없는 현관에서 -
나 : (현관을 두드리며) 계세요!!!
유치권자 : 네~~
(한참을 기다렸는데 더 이상 댓구가 없다)
나 : (현관을 다시 두드리며) 실례합니다!!!
유치권자 : 문 열고 들어오슈~~!
(문을 열자, 역시나 나이깨나 들어보이는 어깨형님(?) 둘이 초저녁부터 소주에 두루치기를 먹고 있었다. 문신은 그들에게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반쯤 벗고 있는 런닝셔츠는 그림을 가리려고 입은 건지 보이려고 입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특이하게 십자가 문양이 인상 깊었다. 크리스챤인가... 매일 집에만 이렇게 있는 것도 고생일텐데 신앙의 힘으로 견디나싶다.)
나 : 뭐 좀 여쭤보려구요!
유치권자 : 이쪽으로 오슈! 어떻게 오셨슈?
나 : 네, 제가 유치권이 신고된 경매물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방문했어요.
유치권자 : 어디 부동산이요?
나 : 부동산은 아니구요, 혼자 공부하며 임장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유치권자 : 우린 할 말 없으니까 스스로 공부해서 입찰해 보슈!
나 : 아.. 네~~. 그런데 유치권에 대해 제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입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유치권자 : (얼굴을 찡그리며) 아! 우리는 할 말 없다니까! 공부해서 자신 있으면 입찰보고 자신 없으면 입찰하지 말라고!
나 : 네 말씀하신 건 맞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정보를 주신다면...
유치권자 : (내 말을 자르며) 모른다니까 돌아가요! 돌아 가!
나 :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네 알겠어요. 실례했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해져 더 이상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현관을 나왔다. 대화로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지만, 그들의 태도에서 확실한 것은 ‘유치권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유치권자라면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려주고 점유의 정당함을 인식시키는데 반해 이 유치권자는 이러한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겁주려는 분위기가 전형적인 미성립 유치권자의 행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어깨 형님들은 아파트의 여러 호수에 유치권을 주장하며 정상적으로 이사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어 경찰의 출동이 종종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사온 사람들은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고 하니 더더욱 유치권성립은 안된다고 판단되었다.
이런 물건은 유치권자를 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오히려 남들이 입찰을 꺼려하는 어려운 경매사건일수록 나의 도전정신을 더욱 발하게 한다. 아직 햇병아리여서 모든 사건 하나하나가 낯설지만 조사할 때마다 설렘으로 행복하다.
< 고 찰 >
1. 거친 유치권자가 있어도 당당하게 대하면,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법을 이길 수 없으므로.
2. 물건자체에서 정보를 얻지 못한다 해도 꼭 현장분석을 해야 한다. 간접적으로 얻어지는 정보도 상상외로 많다.
3. 경매는 아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많은 경험을 쌓고 공부한다면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 경매시장이다.
추신) 이런 유치권자를 만날 경우 좋은 요령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다른 도움되는 것들 어드바이스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미인계....앗...남자분이시구나 ^^* 어깨 ? 같은 분들이 막상 대해보면 생각만큼 험악하지않아요 ^^ 제 고향이 충북 진천인지라 ^^ 후기 잘봤습니다~
진천, 음성 자주 임장하고 있죠.ㅋㅋ
저는 유치권....은 간단히 패스 하는지라..
저도 그 정도의 실력은 안되지만, 저의 선생님(조력자)이 공부할 겸 임장갔다 오라고 하세요.
열심히 다니고 있죠. 최근 유치권에 대한 권리가 바뀌고 있다고 하니 수월한 하자가 될 듯 싶네요.
청주에서도 소액임차님의 글 잘 보고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
말만들어도 무시무시한 유치권!대단하세요!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것은 법지나 유치권이 아니라, 부족한 저의 법률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지가 저의 최대의 적이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