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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스크랩 산내의일기-금요일 (민어집이야기)
황토길 추천 0 조회 121 08.03.23 09:5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약20년전인 80년대 중반, 내가 모 그룹의 계열사인 광고회사의 기획본부장으로 근무 할때 있었던 일화다.

당시 회사의 주요 크라이언트중의 하나였던 A제약회사 사장이 어느날 우리회사를 방문했다.

 

 연간 20억이상 광고를 해온 비교적 큰 광고주로서 우리가 만든 영양제 광고가 대 히트를 쳐서

매출이 급성장한 비교적 탄탄한 광고주였다. 

 그런데 그 회사의 대표가 직접 회사를 방문한다고 연락이 온지라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온 회사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사정상 갑자기 광고대행을 해지 할 수 밖에 없다는 통고를 하러 사장이 직접하러 온 것이다.

 

 원래 크라이언트가 갑자기 친절한 행동을 할때가 가장 위험 한 법..

 어쩔 수있나.. “예예.. 할 수 없죠, 뭐.. 그동안 너무 고마웠읍니다. 이렇게 직접 오셨는데

 마지막으로 저녁이나 같이 하시죠...  

 

 이런 얘기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그날 이 광고주사장과 같이 간 “민어집” 이란 식당 애기를 하려는 때문이다.

 

 원래 내가 자주 다니던 단골 식당으로  청계천 8가근처 골목에 있다. 

 동네도 어수선하고 이 식당자체도 허름한 1층 구식가옥으로 간판도 조그마하게 달아놓아서  잘 알아볼 수가없는

 그야말로 밖에서 보면 별 볼일 없는 그런 변두리식당이다.

 

그런곳을 대 크라이언트 사장을 접대 한답시고 데려 갔으니..

더구나 당시 마포에 있던 우리회사에서 청계천을 거쳐 8가 까지 가려니 퇴근시간에 얼마나 복잡했겠는가..

고가도로는 아예 꽉 막혀 짐입도 못하겠고 복개하기전의 청계천 길을 1가에서 8가까지 가려니...

보통 사람도 이쯤되면 짜증이 나는법인데 더구나 지체높으신 이 사장님..

고급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이런길은 처음 가 보는 길일꺼다..

 

나에게 말은 못하고 애꿋은 운전기사에게 막 짜증을 부리는게 아닌가..

아마 속으로는 “ 이자식들 거래를 해지한다고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나..” 하고 속을 부글부글 끓고 있음이 분명했다.

가까운데 그 좋은 호텔식당 다 놔두고 아니 갈때가 없어서 청계천8가 변두리 식당이냐..

잔뜩 부은 얼굴로 한시간넘게 나에게는 말 한마디 없이 운전기사에게만 막 짜증을 불리던 이사장님,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얼굴표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0평남짓한 조그만 식당내부는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고,

다른 손님은 일체 받지않은채 중년의 주인집부부가 나란이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이집은 하루저녁에 예약손님 한팀만 받는 식당이다.

40대 중반의 부부가 직접 운영하면서 모든 식재료를 본인들이 직접 가꾸고 담은 것만 사용해서,

다른식당에서는 도저히 맛볼수 없는 전통음식들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술도 약주를 직접담은 것을 주는데 그 맛이 거의 환상적이다.

여기에... 거의 1m나 되는 싱싱한 민어를 회도치고 찜도 해서 내 온다.

 

주인이 직접 옆에 앉아서 친절하게 식재료의 특징을 설명도 해주고 먹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귀한 손님이 왔다고  민어알을 쫀득쫀득하게 말린 것을 술안주로 내 주는데..  

잔뜩 부어서 심통 부리던 우리의 크라이언트 사장님도  어느새 풀려 얼굴에 웃음이 깃들고

주식인 민어찜이 나올즘 되자 완전히 감탄 감탄을 연발했다.

“송형~!! 정말 고마워.. 이런 좋은 식당을 소개해 줘서..”


잔득 실망하고 부어있었던터라 감탄사가 더 클 수밖에..

덕분에 이 광고주사장님하고는 거래가 끊긴후에도 좋은 관계를 가질수 있었고 몇 년후에는

다시 우리의 광고주로 컴백을 해왔다,..   

 각설하고....

 

금요일이면 나는 가능한한 마누라하고 외식을 한다.

외식이라고 고급식당이나 호텔 레스토랑을 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싸고 맛좋은 집만 골라서 다닌다.

회사 다닐때부터 거래처 접대상 일부러 그런 집만 많이 개발해 놨다.

민어집도 그중에 하나.. 언젠가 마누라를 민어집에 데려간적이 있는데.. 그애기를 1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 한다..

혜화동로타리에 있는 칼국수집도 자주가는 단골집이다. 아마 칼굿수치고 그집만큼 맛있는집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마포설렁탕집, 북촌만두집, 필동냉면집, 다동 오륙도 소금구이집, 유정낚지집, 삼청동 수제비집, 노량진 순안집,(보신탕으론 최고) 등이 내가 주로 가는 외식장소이다.

 

어쩌다 여유가 있을때면 조금 비싸지만 발산동 근처의 동경구락부에가서 생선회를 먹기도 하고,

멀리 파주 헤일리에 있는 북하우스 레스토랑에 가서 책도 구경하고  칼로 썰어먹는 그야말로 맛있는 스테이크도 먹어본다 .. 

 집이 목동근처라 자유로를 타고 30분쯤 드라이브하기도 좋고 음식맛도 어느일류호텔보다 깔끔하고 맛이있어서 가끔 이용한다. 값은 호텔에비해 1/3수준..

물론 그것도 골프나 마작으로 운좋게 공돈이 생긴날에만 해당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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