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권하고 싶은 소설 한권
[Gabriel Garcia Marquez의 소설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백년동안의 고독)'을 읽고
그 유명세 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소설입니다.
작가는 1967년 이 소설을 쓰고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을 고를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그 현학적인 제목과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무게에서 갖게 되는 지루하고 어려운 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관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베스트셀러 대열에 든다는 것 그 자체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고, 드물게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남미 콜럼비아 출신인 작가가 아마도 그 부근의 어떤 마을을 모델로 했음직한 Macondo라는 신화적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Buendia라는 가문이 처음으로 이주하여 와서 5대에 걸쳐 사는 100년 가량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입니다.
어쩌면 가끔은 황당한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를 통해서 가문의 영고성쇠, 탄생과 죽음, 아름다운 사랑과 이성에의 집착, 정치 권력과 무모하고 엉뚱한 혁명가, 무기력한 이상주의자로서의 남성과 현명하고 실리적인 여성을 대비시키기도 하고 도덕과 열정 사이의 방황, 당위와 그렇지 못한 현실의 괴리,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역사를 다루면서 결국은 선험적으로 주어졌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운명과 인간의 태생적 고독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지나치게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사실은 책을 읽어가면서는 그 줄거리의 흥미진진함에 빠졌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느낀 후 책을 덮고 나서 돌아보면 내 자신이 그 주제를 제대로 이해했는가 여부를 떠나서 훌륭한 소설 한 권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것이야말로 진짜 소설 읽기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가리켜 '신화적 사실주의'라는 표현을 써서 새로운 소설의 장르를 개척했다고도 하는데 아마도 신화적 가상의 공간과 현실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고, 금세기 들어 한때 소설이 무용하다거나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을 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이 책이 있는데 어찌 소설의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고, 한국의 중견작가 조성기는 자신의 작품 '천년동안의 고독'을 쓰면서 이 책의 위대한 '신화적 상상력'을 따라 보고자 함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한가지 문제되는 점은 원래 스페인어로 씌여진 작품이라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름이 나오고 대부분의 이름이 엄청 헷갈린다는 것인데 영문판 앞에는 가계도가 그려져 있으니까 참고로 하시고 번역도 좋고 영어문장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한번 도전해 봄직하고, 한글판은 안정효씨가 번역한 것이(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번역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번역문학의 명작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한글본을 읽으실때는 책 머리에 어떤 문학평론가가 써 놓은 글을 읽고나면 결말을 알아버리니깐 김이 빠질 듯 하므로 꼭 다 읽고 나서 해설을 보면서 내 생각과 어떻게 다른가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읽기 전에 친구의 추천을 받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독자 서평을 뒤져보았는데 단연 별 5개로 이어지는 감동적인 서평이 줄을 잇고, 흔히 인기를 끄는 사랑과 음모, 배신과 복수 또는 엽기류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은 후와는 달리 일주일간에 걸쳐 멋진 소설을 한 권 읽었다고 가슴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