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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 아닌 남해에 면해 있으면서도 향일암(向日庵)은 이름 그대로 벅찬 가슴을 안고 새해 일출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입니다. 그 옛날 원효 스님이 수도했던 천년 고찰이라는 절의 무게도,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의 한 곳이라는 의미도 해맞이의 감동 앞에서는 보잘것 없는 사족(蛇足)이 되고 맙니다.
해맞이의 명소라는 유명세 탓인지 들목부터 화려한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일주문을 세우고 번들거리는 돌계단을 까는 등 새롭게 단장하였습니다. 예전처럼 산중턱으로 난 비탈진 길을 차분히 돌아오르는 맛은 사라졌지만, 관광 명소다운 근사한 위세는 갖춘 셈입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며 내려다보는 임포 갯마을은 여전히 아기자기하고 푸근한 경치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횟집과 식당으로 도배된 여느 곳 못지않은 관광지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지만 적어도 남도 갯마을의 소박한 정서를 아예 잃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찾았던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쌓았을 아기자기한 ‘돌탑’들이 유난히 많고, 심지어 큼지막한 바위 벽면에 군데군데 동전을 박아 둔 모습도 눈에 띕니다. 매서운 바람을 맞고 있는, 수직으로 선 바위의 옆면인데도 동전이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붙어있는 것은 이곳을 찾아 기도한 사람들의 간절한 정성이 담겼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남해에서는 점점이 박힌 크고 작은 섬들로 인해 망망한 수평선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수평선은 더욱 그렇습니다. 정동(正東)을 향하고 있는 향일암은 집채보다도 더 큰 너덜 바위 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절의 맨 위에 자리한 관음전에서 내려다보면 확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벼랑에 매달려 있는 듯, 검은 빛이 선명한 바위에 덮인 듯하여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일주문에서 향일암 안마당에 이르는 길도 그렇지만, 향일암 안마당에서 관음전에 이르는 길도 거대한 바위 틈에 끼인 듯 통과해야 합니다. 지금은 찾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서 곳곳에 평평한 벽돌을 깔고 어두운 곳에는 전등을 달아놓아 자연스러운 신비감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임포 마을에 들렀더니 바다에 면한 여느 어촌 마을이라면 코끝을 간지럽혔을 갯내음이 이상하리만큼 전혀 나지 않습니다. 동행한 사람들도 희한하다는 표정입니다. 올라갈 때는 무심코 흘려보낸 안내표지판을 다시 보니 우리나라에서 ‘바다에 면해있는 곳들 중에서 공기 중에 갯기가 없어 갯내음이 전혀 나지 않는 드문 곳’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내로라는 여행가들이 돌산대교로부터 향일암이 자리한 임포 마을에 이르는 60리 길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하는 그럴 듯한 이유기도 할 겁니다.
아침마다 저 먼 수평선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맞으며 돌 관음상만이 향일암의 진면목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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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작년에 가봣는데 너무 좋은곳이였어요...아직도 그 바다가 눈에 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