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5-07-30 05:55:19 / 2015-07-30 12면기사
사랑이 비를 타고 그대에게 내리네
감성 뮤지컬‘배달왔습니다’공연문화놀이터 휴지 내달 30일까지
◀감성 뮤지컬 '배달왔습니다' 공연 모습.
공연 중 사진 촬영이 되고, 객석에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관객이 음식 주문을 하면 배우가 직접 배달도 해준다.
어수선한 틈에 배우들이 대사를 잊어버리기 일쑤고, 스토리는 산으로 흘러가는데 트집잡는 관객 한명이 없다.
좀처럼 말이 되지 않는 이런 일들이 대전 갈마동에 위치한 공연문화놀이터 '휴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계산적인 사랑에 익숙한 현대인에 주는 일침
공연중 오징어 배달…… 독특한 연출 재미 두배
지난해 9월 문을 연 '휴지'는 이같은 콘셉트를 유지하며 지난 7일부터 감성 뮤지컬 '배달왔습니다(내달 30일까지)'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배달왔습니다'는 열정만 가득한 가수 초년생 민경이 첫사랑을 찾아 고향으로 내려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작품이다. 모처럼 쉬는 휴일, 지친 마음으로 모든것이 절망적이었던 민경은 그곳에서 우체부 아저씨를 만나며 자신의 본 모습과 잃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의 꿈과 열정, 사랑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이 뮤지컬은 계산적인 사랑에 익숙해 행복이란 단어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있냐'는 물음은 던진다.
물음은 다소 무겁지만, 파격적인 연출로 눈길을 끌고 있는 김인성 연출이 만든 작품답게 신선하다 못해 특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단 딱딱한 의자에 앉아 2시간 여 동안 간간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르다. 공연 도중에도 관객들이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고, 보조 출연자로도 활약할 수 있다. 언제 누가, 낙점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공연중 목이 마르거나, 버터구이 오징어가 먹고 싶으면 메뉴판에 쓰여진 번호에 문자만 남기면, 배우들이 직접 관객들에게 음식을 갖다주기도 한다. 뮤지컬을 다 보고 문을 나설때쯤엔 배우들이 음식만 배달해 준것이 아니라 '사랑'도 배달해 준 것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켜껴이 쌓아뒀던 묵은 감정 대신 다시 시작하고 싶은 희망과 열정, 따뜻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
공연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장보미씨는 "텅 빈 마음에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지는 공연"이라고 평했고 맹훈영씨는 "연극,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정형화 되지 않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더 재밌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며 공연 소감을 밝혔다.
김광수 대표는 "대전이 전국 시도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왔다"며 "이 뮤지컬이 가정의 어려움과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관객객들에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힐링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