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정호승
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는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너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너는 더 갚은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한참 길가에 앉아
배가 고픈 줄고 모르고
시들어가는 민들레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은 끝이 없었다
지상을 떠나는 새들의 눈물이 길을 적셨다
나는 그 눈물을 따라가다가
네가 들어간 산의 골짜기가 되었다
눈 녹은 물로
언젠가 네가 산을 내려올 때
낮은 곳으로 흘러갈
너의 깊은 골짜기가 되었다
===[정호승 시집-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산은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내려옵니다.
급경사인 산이 있기도 하고
완만한 산도 있습니다.
온갖 나무와 꽃과 잡초를 품고 있습니다.
산짐승들이 살고 있습니다.
계곡의 물은 식물과 동물들의 생명수가 됩니다.
겨울!
눈이 오면 온 산이 백화(白花)로 변합니다.
입산한 그대가 눈 녹은 산을 내려올 때
내려 올 골짜기가 되겠다는.....
산은 높다면 높아지고
낮다면 낮아지는 것 같아서
우거진 숲 속에서 정상이 보기 어렵지만
가고 또 가면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는 인생과 무엇이 다른지.
오늘은 내리막길이기를 바라면서....
=적토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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