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축산업협동조합(밀양축협) 박재종(사진·52) 조합장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고집한다. 양복을 입을 때나 근무복을 입을 때나 항상 운동화다. “조합원들의 축사를 찾을 때는 활동성이 필수인데 구두는 맞지 않다. 그리고 조합장이라는 자리가 폼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심부름꾼인데 어디에서 권위와 품위를 논할 수 있느냐”며 운동화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박 조합장의 이 같이 한결같은 소신은 ‘人無遠慮必有近憂(인무원려필유근우; 사람이 멀리까지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필히 가까운 시일에 근심이 생긴다)’의 경영철학에서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밀양축협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경제위기 이후 매년 40억 원에 달하던 만성적자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파산위기까지 몰렸지만, 2000년 중반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13억56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여기다 지난 2009년 대비 예수금 19.1%, 대출금 7% 등 성장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축협은 또 지난해 9월께 적극적인 연체관리로 상호금융 건전여신 1000억 원 달성 탑을 수상했고, ‘클린-뱅크’인증서까지 수상해 대외적 신인도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신용부분의 성장세와 함께 밀양최대 축산물 전문판매장이자 식당인 ‘한우 플라자’의 일일 매출액이 1000만 원대를 웃돌면서 전국 조합 면적단위당 상위권을 기록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또 사업비 43억 원을 들여 상남면 연금리 1850번지 9990㎡에 건물면적 1973㎡ 규모로 하루 100톤을 생산하는 ‘섬유질 비료공장’을 준공, 지난달 7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청보리를 주원료로 하는 자연친화적 사료공장으로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박 조합장은 축협의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질끈 동여맸다.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2~3년간 계획한 일들이 너무 많다”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해 축협과 조합원들의 위해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축협은 올해부터 현재 수기식 경매방식에서 양축농가의 경매시간 단축과 농가편익을 위해 사업비 1억 원을 들여 ‘가축시장 최첨단 전자경매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쾌적한 축산환경조성을 위해 축사주변에 은행나무·느티나무를 식재하는 ‘그린축산사업’, 젖소농가에 초유를 구매해 한우농가에 공급하는 ‘초유은행제도’, 축산농가에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축산 HELP’사업, ‘한우핵심조합원 육성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한다. 박 조합장은 덧붙여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에 축산물종합타운과 육가공공장 설립을 위해 67억 원의 보조금을 신청했는데 확정을 받은 상태”라며 “밀양에 3만두나 되는 한우를 생산은 조합원이, 판매는 축협이 지는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다졌다. 박 조합장은 지난 1985년 밀양축협에 입사해 상무·전무로 요직에 22년간 근무하다 2006년 1월 퇴직했다. 이후 3년간의 야인생활을 하다 2009년 10월 3일 제 17대 밀양축협 조합장로 당선돼 화려하게 복귀했다. 3년간 ‘와신상담’의 시간이 밀양축협의 전환기를 맞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어 박 조합장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밀양/양철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