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총독 그다랴를 유다의 군 지휘관 중 한 명인 이스마엘이 암살하게 되는데, 이스마엘은 왕족 중 한 명이었습니다(1절). 군 지휘관 중 한 명이었던 요하난을 비롯한 여러 지휘관들이 그다랴에게 이스마엘이 그다랴를 죽이려고 한다는 암살 계획에 대해 말하였지만, 그다랴는 요하난의 말을 믿지 않았고, 이스마엘과 그 부하 열 사람을 초대하여 음식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스마엘과 그의 부하들이 그다랴를 죽였고, 그 자리에 있던 유다 사람들과 바벨론 군사들까지 죽이고 맙니다(1절~3절). 이 일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뤄졌는지, 이러한 만행(蠻行)이 벌어진 것은 이틀이 지나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4절). 그다랴는 바벨론 왕에 의해 유다의 총독으로 임명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예루살렘 성이 함락된 지 3개월 만에 암살당하고 맙니다.
이런 와중에 세겜과 실로와 사마리아에서부터 예루살렘 성전으로 향하는 팔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마 이들은 유다 왕국의 멸망과 예루살렘의 함락을 슬퍼하며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리려는 자들이었을 것입니다(5절). 이들은 소제물과 유향을 가지고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들의 슬픔과 애통함을 나타내기 위해 수염을 깎고 옷을 찢고 몸에 상처를 냈습니다. 보통 애통함과 회개를 표현하기 위해 옷을 찢는 일은 이스라엘과 유다에서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수염을 깎거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이방인들이 행하는 행위였는데,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들은 유다와 예루살렘의 멸망을 애통해하면서 성전을 향해 순례를 떠난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마엘은 이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나가 맞이하면서 그다랴에게 가자고 권면합니다(65절). 이스마엘은 그들을 만나 자기도 애통한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울면서 그들을 맞이합니다. 이스마엘은 자기가 그다랴를 죽였으면서도 이들에게 그다랴에게로 가자며 미스바로 유인합니다. 아마 80명의 사람들은 그다랴가 유다의 총독이 되었기에 의심하지 않고 이스마엘을 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미스바 성읍 중앙에서 그들을 죽여 구덩이에 던집니다(7절). 다만 80명 중 10명은 곡식과 기름, 꿀 등을 감추어 두었다는 것으로 이스마엘을 설득하여 목숨을 건집니다(8절). 70명은 죽여서 구덩이에 던졌는데, 이 구덩이는 유다의 3대왕인 아사(Asa) 왕이 북왕국 이스라엘의 바아사(Baasha) 왕과 싸울 때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기 위해 팠던 웅덩이였습니다.
이스마엘은 미스바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아 암몬 족속으로 가기 위해 미스바를 떠납니다(10절). 10절에 나오는 왕의 딸들은 왕족인 여자들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스마엘이 행한 악행에 대해 들은 요하난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이스마엘과 싸우기 위해 출정(出征)했고, 예루살렘 북서쪽에 있는 기브온(Gibeon)에서 이스마엘과 마주하게 됩니다(11절, 12절). 그러자 이스마엘에게 사로잡혀 끌려가던 모든 백성이 요하난을 만나자마자 요하난에게로 갔고(13절), 이를 보고 이스마엘은 부하 여덟 명과 함께 암몬 족속에게 도망가고 맙니다(15절). 그 당시 이스라엘과 유다 사람들은 이스마엘을 신뢰하기보다는 그다랴와 그다랴의 사람들을 더 신뢰하였던 것입니다.
요하난은 이스마엘에 의해 끌려가던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기브온을 떠나 게롯김함(Geruth Kimham)으로 와서 머뭅니다(16절, 17절). 게롯김함은 베들레헴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곳인데, 요하난이 백성을 이끌고 게롯김함으로 온 이유는 애굽으로 가기 위함이었습니다(17절). 왜냐하면 바벨론 왕이 그다랴를 유다의 총독으로 임명했는데 2개월밖에 안 되어 그 총독을 암살했으니 바벨론 왕이 진노하여 공격해 올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18절). 물론 그다랴를 죽인 것은 이스마엘이었고, 이스마엘은 암몬 족속에게로 도망갔지만, 그런 모든 정황을 듣기도 전에 바벨론 왕이 다시 공격해올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서 암몬이나 모압이나 에돔, 그리고 애굽 등을 의지하지 말고 바벨론에게 굴복하고 바벨론을 섬기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스마엘은 암몬 족속을 의지하였고, 요하난은 바벨론을 두려워하여 애굽으로 피신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기보다는 정세(政勢)를 살펴보기에 급급했고,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옳다고 여기는 것에 따라 행하였습니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지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에 우직(愚直)하게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당시에는 그대로 남아서 바벨론에 순복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었겠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바벨론에게 순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죄악들에 대해 바벨론을 통해서 징계하시기로 하셨기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그 징계를 그대로 받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그 징계를 피해 다른 것을 의지하려는 것은 하나님을 또다시 거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거역했고, 요하난을 비롯한 다른 백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기면서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애굽 등을 의지하며 살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징계라면 기꺼이 그 징계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서 이렇게 그 상황을 맞이하라고 말씀하신다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순응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계획과 뜻을 민감하게 살펴 온전히 따르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